“4조9000억 투자유치…광양경자청 개청 이래 최대” [헤경이 만난 사람 - 구충곤 광양만권경제자유구역청장]

광양만권, 항만·산단·부지 유기 구조 강점
철강·석유화학 침체에도 현장 밀착 지원
이차전지·신산업 중심으로 재편 본격화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에 주요 역할할 것


구충곤 광양만권경제자유구역청장은 “광양만권은 항만, 산업단지, 배후 부지가 유기적 구조로 연결돼 있다는 강점을 갖고 있다”며 “기존 산업 경쟁력을 기반으로 산업 간 연계와 확장을 지속적으로 모색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광양만권경제자유구역청 제공]


2003년 10월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과 동시에 지정된 광양만권경제자유구역은 같은해 8월 가장 먼저 출범한 인천경제자유구역과 함께 국내 3대 경제축으로 출발했다. 광양항 컨테이너항만, 포스코 광양제철소, 정유·석유화학산업 등을 주축으로 성장한 광양만권경제자유구역은 수출 역군이자 고도성장의 주역으로 성장해왔다.

그러나 최근 글로벌 경기둔화, 미국의 고관세, 중국발 공급 과잉 등으로 인해 수출이 감소하고, 설상가상으로 환경규제 영향으로 수출 채산성이 떨어져 업황 불황이 깊어져 감산과 구조조정에 직면해 있다.

전남 지역 경제를 떠받치는 광양만권이 글로벌 산업 재편과 에너지 전환이라는 거대한 변화 앞에서 산업 체질 개선을 요구 받는 중대한 시기에 새로운 도약이 필요한 시점이다.

헤럴드경제는 취임 3년차를 맞은 구충곤 광양만권경제자유구역청장을 최근 만나 산업 전환기 속 광양만권의 대응 전략과 경제자유구역의 역할에 대해 들어봤다. 구 청장은 “광양만권경제자유구역의 주축인 철강·석유화학산업이 침체되고 있지만, 이들 산업은 신산업과 연계를 통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구 청장과 일문일답.

-청장 취임 3년차를 맞았다. 가장 크게 체감한 변화나 소회가 있다면.

▶투자 환경이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변하고 있다는 점이다. 글로벌 경기 둔화, 공급망 재편, 에너지 전환, 환경 규제가 동시에 작동하면서 기업들의 투자 판단 기준 자체가 달라졌다. 과거에는 단기 수익성이나 초기 비용이 중요했다면, 이제는 투자 이후 10~20년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여건을 훨씬 더 중요하게 본다. 취임 후 1년여 동안 기업 현장과 해외 투자유치 활동을 직접 다니며 확인한 것은 보고서만으로는 파악할 수 없는 현장의 고민이 상당히 많다는 점이다. 기업들은 투자 결정 자체보다 투자 이후 문제가 발생했을 때 행정이 얼마나 신속하고 일관되게 대응해 줄 수 있는지를 더 중요하게 평가한다. 경자청의 역할도 단순한 행정 지원을 넘어 현장에서 조정하고 해결하는 쪽으로 확장되고 있다.

-최근 기업 현장을 직접 다니면서 체감한 투자 환경의 가장 큰 변화는.

▶키워드는 ‘안정성’과 ‘지속성’이다. 과거에는 입지 조건, 비용, 각종 인센티브가 주요 판단 기준이었다면, 이제는 전력·용수·물류 같은 기반 인프라가 장기간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는지를 먼저 본다. 특히 에너지 가격과 환경 규제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투자 이후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얼마나 관리할 수 있는지가 핵심 판단 요소가 됐다. 기업 유치는 출발점일 뿐이고 실제 경쟁력은 입주 이후에 결정된다. 인허가, 기반시설 조성, 규제 문제를 얼마나 빠르게 풀어주느냐에 따라 추가 투자 여부가 갈린다. ‘투자 전 홍보’보다 ‘투자 후 관리’에 행정 역량을 더 집중하고 있다.

-기업들이 광양만권경제자유구역을 선택할 때 가장 높게 평가하는 강점은.

▶항만, 산업단지, 배후 부지가 하나의 구조로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는 점이다. 원료 수입부터 생산·물류·수출까지 이어지는 과정이 비교적 단순해 제조기업 입장에서는 운영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철강·석유화학처럼 물동량이 중요한 산업일수록 이 구조는 분명한 경쟁력이다. 또 하나는 20여 년간 축적된 산업 기반이다. 철강·화학을 중심으로 형성된 산업 생태계는 단기간에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 같은 기반 위에 이차전지와 수소 에너지 같은 신산업을 접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업들은 광양만권을 단기 입지가 아니라 중장기 사업 거점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차전지 관련 기업이 광양만권에 집적되면서 현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변화는.

▶이차전지 관련 기업의 집적은 단순히 특정 산업 하나가 성장하는 차원을 넘어 광양만권 산업 구조 전반을 재편하는 흐름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율촌산단을 중심으로 이차전지 소재, 전구체, 재활용 등 밸류체인 단계별 기업이 순차적으로 들어서면서 하나의 산업 클러스터 형태가 구체화되고 있다. 율촌산단은 항만과 인접한 입지 여건을 바탕으로 원료 수입과 제품 수출이 용이하고 기존 철강·화학산업과 연계성도 높다. 포스코퓨처엠을 비롯한 핵심 기업들이 대규모 투자를 결정하면서 단일 기업 유치를 넘어 산업 생태계가 함께 형성되는 단계로 접어들었다. 앵커 기업을 중심으로 협력 기업과 관련 산업이 연쇄적으로 집적되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

-광양만권 중 기존 하동지구를 조정하고 고흥 우주산단을 신규 편입하려는 논의가 있다.

▶경제자유구역의 범위 조정은 단순한 행정구역 변경이 아니라 산업 전략을 다시 설계하는 과정이다. 하동지구 조정과 고흥 우주산단 편입 논의는 광양만권의 기존 산업 기반을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성장 동력을 어떻게 확장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과정으로 광양만권경자청은 광양만권의 미래를 위해 가장 합리적인 방안을 찾을 것이다. 특히 고흥 우주산단은 산업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는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 기존 철강·화학산업과 직접적인 연계뿐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미래 산업 분야와 접점을 넓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광양만권이 특정 산업에 의존하지 않는 구조로 전환해 나가는 과정의 한 축이라고 본다.

-세풍산단을 공영개발 방식으로 추진하는 이유와 기대 효과는.

▶산단은 단기간 성과로 평가할 수 있는 사업이 아니다. 조성 단계부터 운영과 확장까지 포함하면 최소 10년 이상을 내다봐야 한다. 세풍산단은 단기적인 분양 성과보다 장기적인 활용성과 안정적인 운영이 중요하다고 판단해 공영개발 방식을 선택했다. 공영개발을 통해 기반시설 조성, 입주 기업 관리, 향후 확장 계획을 보다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예측 가능한 환경에서 사업을 추진할 수 있고 지역은 장기적인 산업 자산을 확보할 수 있다. 산단을 일회성 개발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산업 기반으로 만들어가겠다.

-최근 철강·화학산업을 둘러싼 위기론이 커지고 있다. 광양만권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철강·화학산업은 여전히 광양만권 산업 구조의 중심이다. 다만 최근의 변화는 단순한 경기 조정이 아니라 산업 패러다임 자체가 바뀌고 있다는 신호로 보고 있다. 환경 규제와 에너지 비용 구조 변화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철강·석유화학산업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정부는 지난해 4월 전남 여수시를, 11월에는 전남 광양시를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으로 지정했다. 또 ‘석유화학산업의 경쟁력 강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지난달 국회를 통과, 올해 상반기 시행을 앞두고 있다. 이 같은 제도적 기반은 기존 산업을 급격히 축소하기보다 고도화와 전환을 병행하고 신산업과의 연계를 통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순천 신대지구는 광양경자청과 전남 순천시가 주도한 개발사업이다. 민간사업자가 수천억원 규모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추정됨에도 지역사회에 개발 이익이 적절히 환수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있다.

▶순천 신대지구 개발이익금 환수 문제는 정치적으로 접근할 사안이 아니라 제도와 법적 구조 안에서 차분히 정리해야 할 문제다. 해당 사업은 추진 당시 적용되던 법과 절차에 따라 진행됐고 개발 방식과 이익 구조 역시 그 틀 안에서 결정됐다. 경제자유구역 개발은 초기 단계에서 상당한 기반시설 투자가 선행되고 사업 기간도 수년에 걸쳐 진행된다. 이미 완료된 사업을 사후적으로 판단하기보다는 사실관계와 법적 근거를 명확히 하고 합리적인 방향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이다.

-앞으로 광양만권경제자유구역이 집중하려는 방향은. 투자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도 전해달라.

▶광양만권은 기존 산업 경쟁력을 기반으로 산업 간 연계와 확장을 지속적으로 모색해 나갈 계획이다. 특정 산업에만 의존하지 않고 여러 산업이 연결돼 외부 환경 변화에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투자자들에게는 광양만권이 단순한 투자 대상지가 아니라 투자 이후까지 함께 책임지는 파트너라는 점을 분명히 전하고 싶다. 지난해 한 해 동안 15개 기업으로부터 4조9000억 원의 투자 유치 성과는 개청 이래 최대 기업유치 성과다. 최근 3년간(2022~2024년) 연평균 투자유치액 1조 8000억원의 2배를 훌쩍 넘는 규모다. 앞으로도 현장 중심의 지원을 이어가겠다. 광양=박대성 기자

구충곤 청장이 걸어온 길

▷1959년 전남 화순 출생

▷조선대 경영학과 졸업

▷전남대 경영대학원 경영학 석사

▷조선대 공학 박사(첨단해상운송시스템공학)

▷2006년 전남도의회 의원(민선 4기)

▷2011년 전남도립대 총장

▷2014년 전남 화순군수(민선 6·7기)

▷2024년~ 광양만권경제자유구역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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