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사고 15억 받은 환자, 병원에 5억 물어낸 까닭은…

부러진 왼팔 아닌 오른팔 수술
‘비밀유지’ 조건…15억원에 합의
추가 합의금 요구하며 1인 시위
법원 “비밀유지 위반 5억 배상”




지난 2018년 8월, 서울의 한 병원에서 황당한 의료사고가 발생했다. 의료진이 수술 부위를 착각했다. 부러진 왼팔이 아닌 멀쩡한 오른팔에 골절 치료 수술을 했다.

병원 측에선 합의를 제안했다. 합의금으로 15억원을 지급하는 대신 비밀을 유지하는 조건이었다. 환자 측이 민·형사 소송을 제기하거나 외부에 의료사고에 대해 알리면 위약벌로 합의금의 2배를 물기로 했다.

이후 3년 뒤 환자 측에서 의료사고를 문제 삼고 나섰다. 환자 측은 “팔 못쓰게 한 것을 원상복구 해놔라”며 “국제적으로 유명한 병원장의 의료사고에 대해 알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결국 병원 측이 “합의를 어겼다”며 소송을 걸었다. “위약벌로 합의금의 2배인 30억원을 환자 측이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법원 판단은 어땠을까.

15억에 합의했다가…추가 합의금 요구하며 1인 시위=시간은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운동을 하던 A씨의 왼쪽 팔꿈치 부위 뼈가 부러졌다. 그는 3차례에 걸쳐 금속을 삽입해 관절을 결합·고정하는 수술을 받았다. 이후 2018년께 잘못된 각도로 붙어버린 관절을 다시 교정하기 위해 해당 병원에 입원했다. 하지만 의료진 착오로 왼팔이 아닌 오른팔에 수술을 받았다.

A씨와 부모는 지난 2018년 9월, 합의금 15억원에 비밀을 유지하기로 했다. 수술 부위를 지속적으로 관찰하며 오른팔에 후유증이 남으면 3억원을 추가로 받기로 했다. 후속 치료를 받던 A씨 측은 2020년께 추가 합의금 3억원을 요구했다. 수술 부위에 염증이 발생했고, 중증의 후유장애가 남았다고 주장했다.

병원 측은 추가 합의금 지급을 거절했다. 갈등이 생겼다. A씨 측은 2020년께 돌연 합의를 취소한다고 했다. 추가 합의금을 지급하지 않으면 고소·진정·시위 등을 진행하겠다고 주장했다. 병원에서 합의서를 위조했다는 주장도 했다. 원본에 따르면 18억원을 지급해야 하는데 15억원만 지급했다며 3억원을 추가 요구했다.

병원에서 무대응으로 일관하자 A씨 측은 2021년 9월께 1인 시위를 진행했다. 병원 정문에서 A씨 부모는 “원장은 의료사고로 우리 아이 팔을 못 쓰게 한 것을 원상복구해라”라며 “의료사고 만행에 대해 국가와 전 국민은 알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유명 병원장을 찾는 국민과 국가선수들은 의료사고를 알아야 한다”고 했다. 결국 사건이 법원으로 왔다.

병원 측 “30억원 중 5억원 청구한다” vs 환자 측 “3억원 추가 지급해야”=재판 과정에서 병원 측은 “A씨 측이 30억원을 지급할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비밀 유지 조건을 어겼으므로 합의서 조항에 따라 합의금의 2배인 30억원을 위약벌로 물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30억원에 대한 일부인 5억원을 청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A씨 측에선 “병원 측이 3억원을 추가로 지급해야 한다”고 했다. 수술 부위에 후유증이 남았으므로 합의서 조항에 따라 3억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했다. 합의서에 대한 위조도 주장했다.

법원 “환자 측, 병원에 위약벌 5억원 지급하라”=법원은 “A씨 측에서 5억원을 병원에 지급하는 게 맞다”고 결론 내렸다. 비밀유지 조건을 어긴 이상 위약벌을 무는 게 맞다고 봤다. A씨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법원은 수술 부위에 심각한 후유증이 남지 않았고, 합의서가 위조됐다고 볼 만한 증거도 없다고 판단했다.

서울남부지법 13민사부(부장 정원)는 양측이 서로를 향해 낸 소송·맞소송에 대해 지난해 11월 말 이같이 판시했다. 재판부는 “A씨 측에서 1인 시위에 사용한 피켓엔 수술에 관한 내용이 포함돼 있다”며 “피켓의 내용과 시위가 진행된 장소 등을 고려할 때 비밀을 유지하기로 한 합의를 어긴 게 맞다”고 판단했다.

이어 “병원 측의 명예나 신용이 훼손되고 영업이 방해됐을 가능성도 높다”며 “위약벌을 병원 측에 지급해야 하는 게 맞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병원 측이 청구한 5억원을 A씨 측이 모두 지급하는 게 맞다고 했다. 법원도 계약서에 기재된 위약벌 30억원을 모두 지급하는 건 부당하다고 했다. 다만 “일부가 무효인 점을 고려하더라도 유효한 위약벌 금액이 적어도 5억원을 넘는 건 타당하다”고 결론 내렸다.

법원은 수술 부위에 후유증이 남았다는 주장에 대해선 “감정의에 대한 사실조회 결과 노동능력상실률이 약 9%인 것으로 보인다”며 “수술 부위에 골수염이 발생한 것으로 보이지도 않으므로 중증의 후유장해가 심각하게 남았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기각했다.

합의서가 위조됐다는 주장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법원은 “A씨 측에서 원본이라고 주장한 합의서엔 병원 측 날인이 누락돼 있다”며 “A씨 측에서 병원 의료진을 사문서위조 혐의로 고소한 것에 대해 수사기관은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무혐의 결정했다”고 했다.

이어 “2018년에 합의금 15억원을 지급받았을 땐 합의서가 위조됐다는 주장을 하지 않다가 추가 합의금을 요구한 2020년에 비로소 주장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합의서가 위조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안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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