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각으로 덧칠한 예술, ‘도파민 데코’를 맛보다 [식탐]

소피텔 서울 ‘Savor the Art’ 프로젝트
임현호 셰프+이유 작가 컬래버 디저트
크림·카카오버터 붓칠로 작가 세계 표현

 

소피텔 서울에서 임현호 셰프가 초콜릿 소스를 떨어뜨려 ‘점박이 봉봉 초콜릿’을 만들고 있다. 육성연 기자

[리얼푸드=육성연 기자] “짤 주머니를 사용하고 붓질을 하는 등 회화와 디저트의 질감 표현은 아주 비슷합니다.”

현대 미술 작가인 이유(Lee Eu)는 지난 7일 서울 송파구 소피텔 앰배서더 서울에서 열린 ‘세이버 더아트(SAVOR the ART)’ 행사에서 이같이 말했다. 요리와 예술이 서로 연결돼 있음을 강조한 말이다.

프랑스 하면 빼놓을 수 없는 미식과 아트가 ‘아름다운 디저트’로 만났다. 하얀 캔버스가 아닌, 흰 접시 위에 하나의 작품으로 태어난 디저트다. 프랑스 호텔인 소피텔 서울에서 디저트를 총괄하는 임현호 셰프, 그리고 프랑스 유학 후 파리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이유 작가의 손끝에서 탄생했다. 이는 소피텔 서울이 아트 협업 플랫폼 카비네트(Kabinett)과 함께한 아트&미식 프로젝트 메뉴다. 내달 6일까지 진행한다.

이유 작가는 물감의 물성 등을 통해 평면을 넘어서는 회화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호텔 곳곳에서 볼 수 있었던 그의 작품들은 작가의 붓놀림 순간이 3차원 질감으로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작가의 섬세한 ‘손놀림’이 이번 행사에선 디저트를 장식하는 셰프의 ‘터치’로 연결됐다. 임 셰프는 “이 작가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재료의 물성을 표현한 디저트를 만들었다”라고 소개했다. 그는 소피텔 글로벌 페이스트리 프로젝트인 ‘라 오뜨 크루아상트리’의 앰배서더 셰프다.

소피텔 서울에 전시된 이유 작가의 작품들 [소피텔 앰배서더 서울 제공]

 

임현호 셰프가 카카오버터 색소로 화이트초콜릿을 붓칠하고 있다. 육성연 기자

임 셰프는 디저트 3종 제작 과정을 시연했다. 먼저 초콜릿케이크에 마스카포네 크림을 붓고 ‘켄버스 케이크’를 만들었다. 하얀 크림이 폭포처럼 하단까지 넘쳐 흘러내렸다. 임 셰프는 “크림이 뚝뚝 떨어지는 것은 작가가 끊임없이 던지는 질문을 형상화한 것”이라며 “케이크엔 크리미한 질감을 위해 만년설 딸기를 넣었다”라고 설명했다. 만년설 딸기는 설향처럼 당도가 높지는 않지만, 유지방과 잘 어우러지는 흰색 딸기다.

‘점박이 봉봉 초콜릿’은 9개의 작은 화이트초콜릿 큐브를 모아놓고, 위에서 초콜릿 소스를 떨어뜨렸다. 하얀 도화지에 흘러내린 검은 물감 방울 같았다.

‘붓질 에클레어’는 이 작가의 그림 한 조각이 그대로 옮겨진 듯했다. 임 셰프는 캔버스처럼 얇은 판으로 만든 화이트초콜릿에 블루 소스를 여러 번 붓칠했다. 이 조각을 에클레어 위에 살포시 올렸다. 그는 “카카오버터에 지용성 색조를 넣고 농도를 조절하면 다양한 색감을 만들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완성된 디저트는 호텔 6층의 ‘쟈뎅 디베르’ 카페에서 맛봤다. 디저트 접시에선 이 작가의 실제 ‘붓 터치’도 볼 수 있었다. 이 작가는 핑크·블루색 카카오버터 소스를 접시마다 각각 다르게 붓칠했다.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나만의 디저트’였다.

이유 작가에게 영감을 받아 만든 임현호 셰프의 ‘켄버스 케이크(왼쪽)’, 이유 작가가 붓칠한 접시에 놓인 컬래버 디저트. 육성연 기자

‘눈’으로 미리 맛본 디저트는 예술 감성의 충족을 통해 맛에 대한 만족감을 끌어올렸다. ‘보는 즐거움’이 주는 효과였다.

이번 ‘세이버 더아트’ 프로젝트는 호텔을 미식과 예술까지 즐기는 공간으로 확장하려는 전략이다. 이때 미식과 예술을 따로 선보이지 않고, 이 둘을 하나의 메뉴로 결합한 것이 핵심이다.

이런 흐름은 식음료 업계가 주목하는 트렌드다. ‘미식’을 넘어 ‘미학’까지 진화한 소비 트렌드다. 실제 미국 유기농 식품 유통업체 홀푸드 마켓은 2026년 트렌드 중 하나로 ‘도파민 데코(dopamine dcor)’를 꼽았다. 이는 시각적으로 매력적인 식품이 긍정적 감정을 만드는 것을 말한다. 밝고 대담한 색상 또는 예술적 디자인이 강조된다는 분석이다.

임 셰프는 “현재 전 세계 셰프에게 던져진 질문은 단순한 맛을 넘어, 여러 재료를 접시 위에서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에 대한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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