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덕준의 크로스오버] CES 2026…더이상 낯설지 않은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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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S2026이 열린 라스베이가스 컨벤션센터에 마련된 LG부스에서 참관객의 인기를 모은 AI스마트홈[heraldk.com]

라스베이가스에서 CES를 몇차례 경험해본 알량한 깜냥으로 볼 때 올해 전시장을 걷는 동안 절로 고개가 갸웃거려지는 일이 잦았음을 먼저 말하고 싶다. 컨벤션센터의 대형 디지털 스크린은 여전히 화려했지만, 메시지는 전보다 훨씬 절제돼 있다는 느낌이었다고나 할까.

2~3년 전만 해도 CES의 현장에서는 ‘AI를 도입했다’는 선언 자체가 뉴스였다. 하지만 올해는 달랐다. 거의 모든 제품과 서비스에 AI가 들어가 있었다. AI를 내세우면 오히려 촌스럽고 뒤떨어져보였다. AI는 더 이상 신기한 첨단기술이 아니라 이미 공기처럼 일상의 모든 자리에 스며든 필수적인 인프라였다.

참관객의 발길을 모은 부스에서 로봇은 춤추 듯 동작하기보다 실제로 물건을 집어들어 옮겼다. 이미 웨이모 등으로 현실에 등장해 있는 자율주행은 응용 소프트웨어로서 AI가 차량의 어디에서 구현되고 있는가를 보여주기에 바빴다. CES가 보여주기 위주의 ‘쇼’에서 ‘전시’의 기능으로 되돌아왔다는 신호였다.

그래서 키워드는 피지컬AI,즉 물리적으로 체감하는 인공지능이었던 것이다.

AI는 어디에나 있었지만, 앞에 나서지는 않았다. 제품 설명의 중심은 기능이나 성능보다 사용 장면과 맥락에 맞춰져 있었다. AI는 더 이상 주인공이 아니라, 작동을 가능하게 하는 전제 조건처럼 다뤄졌다. ‘보여주기용 기술’은 사라지고 작동하지 않아도 그럴 듯하면 됐던 전시제품은 눈에 띠게 줄었다. 그 대신 “지금 당장 써도 되는가”라는 질문이 부스 곳곳에서 터져나왔다. 상용화와 실용성이 전시제품의 혁신성을 따지는 기준이 된 듯했다.

또 하나의 흐름은 기술의 방향이 ‘사람’ 쪽으로 들어오고 있다는 점이다. 웨어러블, 헬스케어, 고령자 지원,반려동물 돌보기 등 인간의 신체와 감정에 맞닿은 기술이 전면에 배치됐다. 이는 기술의 한계나 정체가 아니라 인간 사회 속에서 어떤 기능과 역할을 맡게 되는지를 본격적으로 보여주는 일이었다. 세상은 이미 AI로 움직이고 있다는 뚜렷한 증거였다.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온도 차도 인상적이었다. 글로벌 기업 부스는 완성도가 높았지만 예측 가능했고, 스타트업 존에서는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아이디어들이 더 많은 질문을 품게 했다. CES의 의미는 늘 그 사이 어딘가에 있다. 이미 준비된 답과 아직 정리되지 않은 문제의식이 같은 공간에 공존하는 장면 말이다.

이번 CES에서는 기술의 속도를 조절하려는 분위기도 읽혔다. 성능 경쟁보다 신뢰, 안전, 규범에 대한 언급이 늘었고, ‘언제 상용화할 것인가’보다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가’라는 논의가 더 자주 오갔다. 기술 발전이 멈춘 것이 아니라, 기술을 다루는 사회의 속도가 의식되기 시작한 것이다.

라스베이가스를 떠나며 머릿속에 남은 생각은 단순했다. CES는 더이상 미래를 과시하며 호들갑떨지 않았다. 대신 이미 시작된 현재를 차분하게 보여줬다. 기술은 더 똑똑해졌지만 덜 요란했고, 혁신은 막연한 우월감보다 일상에 가까워졌다.

CES는 여전히 미래를 말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미래는 더 이상 낯설지 않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2026011201000016300000271황덕준 / 미주 헤럴드경제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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