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 운용사들 “연준 흔들면 장기금리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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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17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연설하는 모습을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의장이 지켜보고 있다. [AP] |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사상 초유의 현직 중앙은행 의장 수사는 금리인하를 압박하기 위한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강수(强手)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시장은 되레 자충수(自充手)가 될 것이라 경고하고 있다. 중앙은행의 독립성에 대한 신뢰가 훼손되면, 시장은 더 높은 위험 프리미엄을 요구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1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글로벌 대형 채권 운용사들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연준 압박이 금리를 낮추려는 정책 목표와 정면으로 충돌한다고 평가했다.
이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중앙은행의 물가 대응 신뢰성을 훼손할 경우 금융시장에 새로운 불확실성이 확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국채 금리는 원래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게 되고, 이는 주택담보대출과 기업대출 등 각종 차입 비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약 9000억달러(약 1325조7000억원) 규모의 채권을 운용하는 그리고리 피터스 PGIM 채권운용 공동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파월 의장 수사에 대해“시장은 연준을 불안정성의 원천으로 인식하며 극도로 예민해질 것”이라며 “축구 선수가 자책골을 넣은 것과 같다”고 비유했다. 트럼프의 연준 흔들기를 두고 “명백한 ‘위험 회피(risk-off)’ 요인”이라며 “중·장기적 파장을 동반한 제도적 규범 훼손”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기 집권 초부터 공개 발언을 통해 연준에 금리 인하를 직접적으로 압박해왔다. 연준의 금리 인하 움직임이 자신의 의중보다 훨씬 천천히 진행되자, 지난해 4월에는 파월 의장을 해임할 수도 있다는 발언까지 했다.
이 와중에 파월 의장은 지난 11일(현지시간) 법무부가 연준 본부 개보수 공사와 관련한 의회 증언을 문제 삼아 소환장을 보냈다고 공개했다. 그는 이를 통화정책 결정에 대한 보복으로 규정하며, 오는 5월 임기 종료까지 독립적으로 역할을 수행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파월 의장의 공개적인 반발은 ‘연준 독립성 수호’ 신호로 받아들여져, 단기 충격은 제한적이었다. 단, 국채 금리는 소폭 상승했고, 달러화는 주요 통화 대비 약세를 보였다. 행정부가 중앙은행 의장을 표적 수사하고, 이에 의장이 정면으로 반발하는 모습은 어느 모로 보나 장기 국채 금리를 상승 방향으로 자극한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글로벌 채권 운용사인 DWS아메리카스의 고정수익 부문 책임자인 조지 카트람본은 “행정부는 장기물 금리 상승을 원하지 않지만, 연준 독립성에 대한 의문을 키우는 것 자체가 장기금리를 끌어올리는 요인”이라고 평가했다.
브라운브라더스해리먼(BBH)의 글로벌 시장 전략 총괄인 엘리아스 하다드는 “파월은 그동안 정치 문제를 언급하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매우 직설적으로 대응했다”며 “이 같은 조치는 연준의 물가 대응 신뢰성을 훼손하고,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를 약화시키는 속도를 높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엘리사벳 코펠만 SEB 이코노미스트도 “연준과 백악관의 공개 충돌은 시장에서 결코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의 인플레이션과 신용도에 대한 위험 프리미엄이 높아지고, 이는 장기 국채 금리에 상방 압력을 가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파월 의장과 정면 충돌까지 감행한 트럼프 대통령이 차기 연준 의장을 지명하는 것도 중앙은행의 정치적 독립성 훼손 우려를 키우고 있다. 연준이 트럼프 대통령의 ‘입김’에 영향을 받아 빠르게 금리인하 기조로 기울면, 단기금리가 내려가더라도 장기금리는 오히려 상승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인플레이션 위험을 보상받기 위해 투자자들이 더 높은 수익률을 요구하면서 장기금리는 상승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 국채의 핵심 수요층인 해외 투자자들이 미국 시장에서 이탈하는 계기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