윗코프, 변호사 출신 부동산 사업가
“샌드위치값 내줘” 트럼프 부탁에 인연
가자 분쟁·미국인 인질 송환 등 활약
트럼프 맏사위 쿠슈너도 부동산 사업가
집권 1기때 아브라함 협정 핵심 설계자
둘다 정치권·외교무대 활동 경험 전무
‘우크라 軍축소·영토 반납’ 초안 비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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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왼쪽)와 스티브 윗코프 미국 특사가 지난해 2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회담에 참석하기 위해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 도착한 모습. [AP] |
노벨 평화상을 노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야망에 실무 역할을 수행하는 두 사람이 있다. 바로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45)와 40년 지기 스티브 윗코프(60)이다. 이들로 구성된 미국 특사단은 중동과 유럽을 오가며 세계 주요 분쟁 해결을 주도하고 있다.
윗코프와 쿠슈너는 지난 23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서 열린 우크라이나·러시아·미국 첫 3자 대면 종전 협상에도 참석했다. 이틀간 열린 3자 회담 첫날은 돈바스 영토를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끝났다. 다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모두 3자 종전 회담에 신중론을 보이면서도 첫발을 뗀 것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양측은 이르면 내달 1일 세 번째 3자회담을 열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윗코프는 1986년 뉴욕 부동산 거래를 계기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다. 재러드 쿠슈너는 백악관 공식 직책은 없지만 트럼프의 맏사위다. 평생 부동산 사업에 종사해 외교 경험이 전무한 이들이 특사로 발탁된 데 대해, 트럼프 대통령과의 개인적 인맥에 따른 인사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그러나 두 사람은 지난해 6월 이스라엘의 이란 내 핵시설 공습과 미국의 후속 개입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선언한 이란·이스라엘 전쟁 휴전을 이끌어냈다. 같은 해 10월에는 2년간 이어진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분쟁에서 인질 석방을 포함한 휴전 합의에도 관여했다.
현재 이들의 최대 과제는 4년째 지속된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전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종전 협상 진전 상황에 대해 “합의까지 95% 정도 왔다”고 밝힌 바 있다. 영토 문제 등 남은 5%의 난제를 풀어내는 것이 이들 특사단의 손에 달려 있다.
1957년 뉴욕의 평범한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난 윗코프는 롱아일랜드에서 자랐다. 동유럽 출신 유대계 후손인 그는 이스라엘 특공무술인 ‘크라브마가’ 유단자이기도 하다. 뉴욕 호프스트라대에서 정치학을 전공하고 법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윗코프는 드레이어 & 트라우브라는 뉴욕의 대표적 부동산 전문 법무법인에서 변호사로 일했다. 이후 그는 부동산 사업에 점차 흥미를 갖게되면서 1985년 로렌스 글럭과 부동산관리회사 스텔라 매니지먼트를 공동설립했다. 트럼프처럼 성공한 부동산 사업가가 되고 싶다는 야망을 갖게된 것도 이 시기였다.
윗코프는 뉴욕시 브롱스의 험악한 동네에서 주택 임대료를 받으면서 시작했다. 치안이 불안한 동네 환경으로 인해 발목에 늘 권총을 차고 거리를 다녔을 정도다.
1997년에는 스텔라 매니지먼트를 떠나고 뉴욕시에 윗코프그룹을 설립, 부동산 개발에 착수했다. 여러 고급 호텔, 상업용 건물 건설과 재개발 사업을 성공시킨 그의 순자산은 현재 20억달러(약 2조7700억원)에 달한다.
윗코프그룹은 2013년 투자자들을 모아 뉴욕 명소인 파크레인 호텔을 6억6000만달러에 사들인 일화도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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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럼프 대통령(오른쪽)이 골프를 치던 중 윗코프(가운데)의 등을 장난삼아 툭 치고 있다. [로이터] |
윗코프와 트럼프가 40년지기 친구라는 인연은 198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들을 이어준 것은 다름 아닌 ‘샌드위치’였다.
윗코프는 부동산 사업가였던 트럼프 대통령과 고객으로 만나면서 처음 인연을 맺었다. 당시까지만 해도 이들의 친분은 두텁지 않았다. 하지만 이후 트럼프가 문득 윗코프를 알아보고, 지갑을 잃어버렸다며 그에게 햄치즈 샌드위치 값을 대신 내달라고 부탁하게 되면서 친분이 싹텄다.
당시만해도 윗코프는 변호사 출신의 부동산 개발자로 업계에 막 발을 디딘 상태였지만, 트럼프는 이미 트럼프 타워, 카지노·호텔 등을 보유한 유명 부동산 사업자였다.
현재 윗코프는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트럼프 일가와 가장 가까운 사람’으로 평가된다. 그는 트럼프의 대저택 마러라고에 위치한 골프장에서 트럼프와 종종 골프를 함께 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트럼프와 윗코프의 친분을 아는 인사들은 윗코프의 역할을 트럼프 1기 당시 백악관 선임 고문을 맡았던 쿠슈너의 역할과 비교한다. 그는 백악관에서 트럼프와 더 가까이 있기 위해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이방카 트럼프가 사용하던 백악관 웨스트윙 사무실을 자신의 사무실로 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윗코프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시작 3개월 만에 중대한 외교 현안의 ‘포인트맨(실무 총괄)’이 됐다. 그의 광범위한 권한은 때로 국무장관이나 CIA 국장에게 통상 배정되는 영역에까지 걸쳐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중동 특사로 임명된 윗코프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에 관여해 휴전을 끌어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닷새 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휴전 합의를 이끌어낸 것이 대표적 사례다. 이 과정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게 직접 전화해 압박하는 등 외교 관례를 깨는 파격 전략을 펼쳤다.
이외에도 그는 러시아에 급파돼 장기 억류됐던 미국인 마크 포겔을 본국으로 데리고 오는 데 성공했다. 이에 윗코프가 사업하며 익힌 직설적·공세적 협상 전략이 외교 무대에서도 통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1981년 미국 뉴저지의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난 쿠슈너는 트럼프의 장녀 이방카의 남편이다.
쿠슈너는 하버드대를 거쳐 뉴욕대 로스쿨과 MBA인 스턴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하지만 그의 학력에는 기부 입학이라는 오명이 뒤따른다.
사실 쿠슈너의 성적은 하버드대와 뉴욕대를 입학할 만큼 좋지 않았다. 이로 인해 아버지 찰스 쿠슈너는 아들의 입학을 위해 하버드대에 250만달러(약 36억원)를 기부했다. 이후 입학한 뉴욕대 로스쿨과 MBA에도 300만달러(약 43억원)를 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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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쿠슈너(왼쪽)와 트럼프 대통령 장녀 이방카의 2009년 10월 웨딩 사진. [게티이미지] |
쿠슈너는 그의 아버지가 유명 부동산 개발업자라는 점에서 트럼프와도 여러모로 닮았다. 그는 26살이던 2007년 뉴욕에서도 가장 화려한 5번가에 있는 빌딩을 18억달러를 주고 샀는데, 매수 대금 대부분을 대출로 충당했을 만큼 투자에 과감했다. 아버지 찰스가 불법 정치자금 제공과 증인 회유 등의 혐의로 2004년 징역 2년을 선고받자 20대 초반 이른 나이에 회사 경영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2006년 25살 때 잡지 ‘옵저버’를 인수해 일찌감치 언론사 사주가 되기도 했다.
쿠슈너가 아내 이방카와 함께 트럼프 1기 백악관에서 선임 고문으로 활동한 당시 조곤조곤한 말투에 카메라 앞에 나서지 않는 모습을 두고 트럼프와 다르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트럼프를 상대로 의견을 관철할 정도로 대담한 설득력과 수완을 갖추고 있었다.
쿠슈너의 백악관 파워를 보여주는 일화도 있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마크 메도스 신임 백악관 비서실장이 몇 주 전 백악관 인사 문제에서 쿠슈너 입김에 밀렸다”고 보도했다. 당시 공석이 된 국내정책위원회 국장 자리에 강경 이민 정책을 주도해온 스티븐 밀러 선임보좌관을 앉히려 했는데, 쿠슈너가 자신이 함께 일해본 이들을 추천해 결국 데릭 라이언스라는 다른 사람이 낙점됐다는 것. 이 일화는 메도스에게 쿠슈너의 힘을 일깨우는 계기가 됐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쿠슈너는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명실상부 실세였다. 이스라엘과 4개 아랍 국가의 관계 정상화를 이끈 아브라함 협정을 성사시킨 인물도 그다. 실행되지는 않았으나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갈등과 관련한 ‘번영을 위한 평화(Peace to Prosperity)’ 제안서 작성에도 결정적 역할을 했다.
쿠슈너는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선 아무런 직책을 맡지 않았다. 대신 그는 2021년 설립한 사모펀드 회사 어피니티 파트너스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어피니티 파트너스는 쿠슈너의 경영 체제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2022년 4월 어피니티 파트너스는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에서 20억달러(약 2조6000억원)를 유치한 데 이어 또 다른 중동 국가의 대규모 투자를 끌어냈다.
쿠슈너에 공식 직책은 없지만 트럼프의 책사 역할은 여전히 이어가고 있다. 그는 주요 외교 협상은 물론, 최근 전 세계의 주목을 받은 워너브러더스 인수전에도 등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가자 평화 협상 합의를 발표하며 “내겐 재러드가 있다. 그보다 능력 있는 사람은 없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스티브 윗코프와 재러드 쿠슈너는 사업가로서의 역량만큼은 인정받아온 인물들이다. 그러나 사업적 능력과 국가 간 분쟁을 중재하는 외교 역량은 별개의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권이나 외교 무대에서 활동한 경험이 없는 사업가라는 점은 이스라엘·하마스 분쟁과 우크라이나 전쟁이라는 중대한 과제를 맡는 과정에서 약점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특히 가자지구, 우크라이나, 이란 등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힌 분쟁에서 협상을 통해 합의를 도출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한 베테랑 미 외교관은 CNN에 “외교 경험이 없는 인물이 홀로 뛰어드는 모습”이라며 “러시아 측의 노련한 외교관들을 상대해야 하는 상황에서 밀릴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11월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안’ 초안이 공개됐을 때도 이들은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초안이 우크라이나의 돈바스(도네츠크·루한스크주) 전역 양보와 대규모 군축을 핵심으로 담았기 때문이다.
초안에는 2014년 러시아에 강제 합병된 크림반도를 비롯해 전쟁의 격전지인 돈바스 전체에 대한 영유권을 포기하도록 명시됐다. 이는 우크라이나가 현재 점유 중인 도네츠크 지역 면적의 약 4분의 1을 러시아에 넘기는 것을 의미한다. 또 약 100만 명에 달하는 우크라이나 군 병력을 40만명 수준으로 감축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비판 여론을 의식한 듯 미국 협상단은 지난해 12월 우크라이나와 함께 수정된 종전안을 공개했다. 병력을 40만 명으로 줄이던 기존 초안과 달리, 나토(NATO) 5조에 준하는 강력한 안보 보장 아래 80만 명 규모의 병력을 유지하도록 했다. 러시아의 재침공 방지 약속을 법적으로 명문화하고, 8000억달러 규모의 재건 기금 조성 방안도 포함됐다.
그러나 영토 문제에서는 여전히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자포리자 원자력발전소 운영권과 영토 할양을 둘러싼 쟁점은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미국은 도네츠크 일부를 비무장지대로 설정하는 중재안을 제시했지만, 전선 동결을 원하는 우크라이나와 전 지역 인도를 요구하는 러시아의 입장이 맞서며 협상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4년째 이어진 우크라이나 전쟁이 마침표를 찍을지, 아니면 기약 없는 소모전으로 장기화할지는 트럼프의 심복이자 부동산 사업가 윗코프와 맏사위 쿠슈너의 협상력에 달렸다. 김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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