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밴스, 김민석 총리에 미국 IT기업 규제말라 경고했다”

밴스, 김민석 총리에 “美 기술기업 겨냥 말라” 직접 경고
면담 직후 공개 설명엔 빠져…WSJ 보도로 수위 드러나
관세 재인상 앞선 사전 문제 제기 확인
대미투자특별법 외 기술·플랫폼 이슈도 배경 가능성

김민석 국무총리가 2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JD 밴스 부통령과 면담에 앞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2026.1.24 [총리실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JD 밴스 미국 부통령이 지난 23일(현지시간) 김민석 국무총리를 만난 자리에서 한국 정부를 향해 “미국 기술기업을 겨냥하지 말라”는 경고성 발언을 직접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재인상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거론하면서, 이번 압박이 사전 문제 제기와 경고의 연장선에 있었다는 점이 확인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7일 사안에 정통한 복수의 관계자를 인용해 밴스 부통령이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김 총리와의 면담에서 쿠팡과 같은 미국 기반 기술기업에 대한 제재와 규제를 추진하지 말라고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WSJ은 “밴스 부통령이 한국 정부가 쿠팡을 포함한 기술기업에 대한 대응을 의미 있게 완화하기를 미국 측이 원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해당 면담은 형식상 한미 현안 전반을 논의하는 자리였지만, 실제로는 미국 기술기업에 대한 한국 정부와 국회의 조치가 핵심 쟁점으로 다뤄졌던 것으로 전해졌다. WSJ은 김 총리가 이후 미 의회에서 오찬을 가졌을 당시에도 한국계 미국인 의원들이 쿠팡이 한국 기업과 다르게 취급받고 있는지를 문제 삼았으며, 최근 한미 간 논의의 상당 부분이 쿠팡 사안을 포함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쿠팡은 본사를 미국에 둔 기업으로, 트럼프 행정부와 미 의회 내에서 강력한 우군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WSJ은 쿠팡이 한국 시장에서 사실상 대부분의 사업을 영위하고 있지만, 미국 정치권에서는 ‘미국 기반 기술기업’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같은 경고성 발언은 면담 직후 김 총리가 국내 언론에 설명한 내용과는 온도 차이가 있다. 당시 김 총리는 밴스 부통령이 쿠팡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 문제가 되고 있는가”를 물었고, 이에 대해 한국 정부의 입장을 설명했다고만 밝혔다. 밴스 부통령이 직접적으로 “미국 기술기업을 겨냥하지 말라”는 경고성 메시지를 전달했다는 점은 공개적으로 언급되지 않았다.

WSJ 보도를 통해 확인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압박이 별다른 전조 없이 돌출된 조치가 아니었다는 점이다. 관세 인상 발표 이전부터 미국 행정부 내부에서는 한국 정부의 기술기업 규제 방향과 국회의 관련 입법·조사 움직임에 대해 문제 제기가 이뤄졌고, 이에 대한 한국 측의 조정이나 완화 조치가 가시적으로 나타나지 않았다는 인식이 누적돼 왔다는 해석이 가능해진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26일 트루스소셜을 통해 한국산 자동차·의약품 등 주요 품목에 대한 관세를 15%에서 25%로 다시 인상할 수 있다고 밝히며, 그 명분으로 한미 무역 합의 이행 지연을 거론했다. 다만 WSJ은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를 인용해 이번 관세 압박이 무역 합의 이행 문제뿐 아니라, 미국 기술기업에 대한 한국 정부의 대우와 한국 내 정책 조치를 둘러싼 행정부 내부의 불만 속에서 나왔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 행정부 내에서는 한국 국회가 진행 중인 온라인 플랫폼 규제 논의와 개인정보 관련 조사, 기술기업을 겨냥한 제도 정비 움직임이 미국 기업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특히 쿠팡을 둘러싼 개인정보 유출 조사와 국회 차원의 청문·조사 움직임이 미국 측의 문제 인식을 키웠다는 전언도 나왔다.

다만 백악관 관계자는 WSJ에 “한국이 국회에서 약속 이행에 아무런 진전을 보이지 않은 것이 관세 문제의 직접적인 이유”라며 기술기업 문제와의 직접적인 연관성에는 선을 그었다. 관세 인상 압박의 공식 명분은 어디까지나 무역 합의 이행 지연이라는 설명이다.

그럼에도 밴스 부통령이 김 총리에게 미국 기술기업을 겨냥하지 말라고 직접 경고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대(對)한국 압박 배경을 대미투자특별법 지연 문제로만 한정하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무역 합의 이행, 기술기업 규제, 플랫폼 정책, 쿠팡을 둘러싼 사안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특히 미국 측이 ‘기술기업 차별’ 문제를 무역 협상과 연계해 압박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한미 간 통상·디지털 규범 논의가 보다 복합적인 양상으로 전개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