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불확실성 제거해 생태계 구축”
스위스 공수 장비·다층 검수 시스템
시계판 챗GPT 개발…해외서도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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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종호 바이버 엔지니어 총괄이 지난 23일 서울 강남구 바이버 압구정 쇼룸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진행한 뒤 바이버 로고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바이버 제공] |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명품 시계 거래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고 있지만, 정작 소비자들이 수천만원에 달하는 제품을 믿고 맡길 수 있는 곳은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가품 문제뿐만 아니라 내부 부품의 변조, 정비 불량 등 일반인이 알아채기 힘든 리스크가 곳곳에 존재합니다.”
‘오감정 0건’을 자랑하는 하이엔드 시계 거래 플랫폼 바이버(VIVER). 시계 감정·관리 서비스를 이끄는 박종호 엔지니어 총괄은 “시장의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누구나 안심하고 시계의 가치를 향유하는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며 이같이 말했다.
박 총괄은 한국 기능경기대회 시계 수리 부문 서울시·전국 금메달 석권 후 최연소 심사위원 위촉, 롤렉스 15년 근무 등 화려한 이력을 갖춘, 내로라하는 시계 전문가다. 2021년 두나무 자회사로 바이버가 설립될 때 합류해 이듬해 서비스 론칭을 주도했다.
그가 바이버와 뜻을 함께한 출발점은 소비자들의 고민이었다. 그는 “오래 찬 시계를 팔고 중고로 더 좋은 시계를 구매하고 싶은데, 정·가품 및 품질에 대한 의심 때문에 거래하기 힘들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고 했다. 시계 중고 거래가 활발한 미국과 유럽을 비롯해 일본만 해도 20배가 넘는 시장을 형성한 것과 달리 국내에선 믿을 만한 거래 플랫폼조차 없다는 사실이 갈증으로 남았다.
박 총괄은 바이버에서 투명하고 정교한 시계 감정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했다. 단순한 정·가품 감정을 넘어 시계의 본질적인 컨디션을 완벽하게 회복시키는 정밀 진단·오버홀(수리)을 수행하는 ‘바이버 랩스’도 만들었다. 스위스 롤렉스 매장처럼 쇼룸에서 훤히 보이는 랩스를 구현한 것도 그의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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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이버 랩스에서 엔지니어가 시계 진단 작업을 하고 있다. [바이버 제공] |
이어 롤렉스, 오데마 피게 등 하이엔드 시계 브랜드에서 최소 5년 이상, 길게는 수십년간 커리어를 쌓은 베테랑들을 모았다. 검수·수리한 시계를 처음 나온 상태처럼, 또 ‘스위스 스탠더드’에 맞추기 위해 롤렉스·리치몬트 등 세계적 제조사와 동일한 등급의 고가의 장비를 스위스, 독일에서 공수했다. 무브먼트 세척기, 팔렛포크 조정 현미경, 오토매틱 테스트기, 방수 테스트기, 폴리싱 기기 등 종류도 다양하다.
박 총괄은 “1/1000㎜ 단위로 정밀하게 설계된 하이엔드 워치의 상태를 정확히 진단하려면 제조사가 생산·수리 과정에서 사용한 장비와 동일한 스탠더드를 갖춰야 한다”라며 “이를 통해 수치화된 객관적 데이터를 제시하고 시장의 불신을 해소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무리 장인이라도 나올 수 있는 실수를 방지하기 위해 다층 구조의 검수 시스템을 마련했다. 브랜드·모델별 수백가지의 체크리스트를 만들고, 모든 검수 과정을 고해상도 카메라로 기록하는 ‘디지털 아카이빙’ 시스템도 세웠다. 특히 ‘시계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사람이 못 볼 뿐이다’라는 타협 없는 완벽주의를 조직 문화에 심었다.
그는 “최첨단 정밀 장비를 통해 객관적 수치를 데이터화하고, 10년 이상 경력의 시니어 엔지니어들이 2차로 정밀 육안 검수, 3차로 고배율 정밀 현미경으로 내부 진단을 진행한다”며 “데이터가 주는 과학적 근거와 베테랑의 직관이 일치할 때만 최종 통과시키는 엄격한 절차가 오감정율 0%의 기반”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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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강남구 바이버 압구정 쇼룸에 진열된 중고 명품 시계들의 모습 [바이버 제공] |
박 총괄은 바이버가 시계판 챗GPT인 ‘바이버 원’, 딥러닝 기반 이미지 검색 서비스 ‘AI 렌즈’, 명품 시계 중고 시세를 보여주는 ‘바이버 인덱스’ 등의 서비스를 개발하는 데도 도움을 줬다. 그는 “진단 데이터와 엔지니어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프로젝트였다”며 “특히 바이버 원은 시계 부문에 있어서는 제미나이, 챗GPT보다 더 심도 있는 정보를 전달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최근에는 바이버 랩스의 역할이 알려지며 해외 명품 시계 거래 기업들 사이에서 주목받고 있다. 박 총괄은 “바이버는 국내, 해외를 둘러봐도 유일무이한 플랫폼”이라며 “바이버의 거래 방식과 테크 및 감정·진단 기술력에 해외에서도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특히 일본과 동남아에서는 다양한 협업 제안도 오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제 그의 목표는 시계 문화와 생태계를 구축하는 일이다. 박 총괄은 “그동안은 소수의 전문가나 수집가들만 정보를 독점하는 경향이 있었지만, 플랫폼의 콘텐츠 전문성을 강화해 입문자들도 시계의 진정한 가치를 배우고 즐기는 ‘시계 아카이브’ 역할을 하려고 한다”라며 “소유하는 기쁨을 넘어 알고 즐기는 문화를 만드는 게 첫 목표”라고 했다.
이어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시계 시세 표준 모델을 정립하고, 철저한 검증 시스템을 통해 ‘중고 시계도 신품처럼 안심하고 살 수 있다’는 비즈니스 표준을 만들고 싶다”라며 “시계 산업의 전후방 생태계가 함께 성장하는 데 기여하고 한국이 아시아 시계 시장의 주요 허브로 자리매김하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큰 그림”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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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이버 랩스에서 명품 감정·진단·관리 서비스를 하는 엔지니어들이 근무하고 있다. [바이버 제공]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