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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사이타마현에서 열린 선거 유세 현장에서 한 지지자가 ‘사나에 씨, 고마워요(さなえさん ありがとう)’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블룸버그] |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2월 3일 일본 사이타마현 가와고에. 선거 유세장 한편에서 “사나에 의원님 감사합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가 흔들렸다. 정치 집회라기보다 팬미팅에 가까운 분위기였다. 일부 지지자들은 자신들을 ‘사나카츠’라고 불렀다. 아이돌을 응원할 때 쓰는 ‘오시카츠’에서 따온 말이다.
블룸버그는 3일(현지시간) “일본 최초의 여성 총리인 다카이치 사나에를 둘러싼 이 장면은, 일본 정치가 젊은 유권자와 소통하는 방식이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정책 설명보다 이미지, 연설보다 콘텐츠가 먼저 소비되는 환경 속에서 다카이치는 전임자들이 시도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20대 유권자와의 접점을 넓히고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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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대통령(왼쪽)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일본 총리실 인스타그램] |
그는 한국 대통령과 함께 K팝 그룹 ‘데몬 헌터스’의 곡에 맞춰 드럼을 치고, 조르지아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와 셀카를 찍는다. 재계 원로들과의 만찬 대신 집에서 정책 자료를 읽는 모습을 강조하며 ‘일하는 총리’ 이미지를 만든다. 핸드백과 분홍색 펜 같은 개인 소품이 뜻밖의 화제가 되며 주문량이 급증했고, 이 장면들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빠르게 확산됐다. 정치가 ‘설명’이 아니라 ‘장면’으로 전달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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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지난 21일 검은색 백을 들고 도쿄 총리 관저에 들어서고 있다. [일본 총리관저 홈페이지] |
여론조사 결과는 이 변화가 단순한 착시에 그치지 않음을 보여준다. 최근 조사에서 다카이치에 대한 18~29세 지지율은 90%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취임 직후 NHK 조사에서도 18~39세 지지율이 77%로 집계됐다. 전임 총리였던 이시바 시게루, 기시다 후미오의 취임 당시 지지율(51%)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유세 현장에서 만난 21세 대학생 다카하시 겐키는 “역대 총리는 모두 남성이었는데, 일본이 변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전통에서 혁신으로 나아간다는 상징성이 크다”고 말했다. 24세 지지자 가와사키 겐시로도 “총리님은 자신을 알리는 데 매우 능숙하다”며 “젊은 세대는 정치인의 이미지 전략에 특히 민감하다”고 했다.
온라인 반응 역시 이를 뒷받침한다. 정치 데이터 사이트 센쿄닷컴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7~11월 다카이치 관련 유튜브 영상 조회 수는 개별 정당 채널을 크게 웃돌았다. 총리 취임 이후 관심도는 여름 참의원 선거 당시 산세이토가 주목받았을 때보다 3배 이상 높았다.
재정 지출과 국가 안보에 대한 단순하고 직설적인 메시지가 소셜미디어 문법과 결합하면서, 다른 정당으로 이동했던 일부 젊은 표를 다시 끌어오는 효과를 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오사카경제대의 하타 마사키 부교수는 “젊은 유권자들은 합의형 메시지보다 명확하고 단순한 방향성을 제시하는 지도자에게 더 쉽게 반응한다”고 분석했다. 이런 흐름은 내각 내 다른 각료들의 소통 방식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은 미국 인사와 함께 운동하는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렸고, 경제산업상 역시 외국 장관과의 일상을 콘텐츠로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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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지난 13일 일본 나라현 정상회담장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공동언론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 |
다카이치의 개인 서사도 젊은층의 공감을 키웠다. 나라현 출신의 회사원 아버지와 경찰관 어머니 밑에서 자란 그는 세습 정치인도, 정치 명문가 출신도 아니다. 일본 국회의원 약 30%가 세습 정치인이라는 연구 결과가 있는 상황에서 ‘특권보다 노동’을 강조해온 그의 이력은 일본의 호황기를 경험하지 못한 세대에게 설득력을 갖는다.
부다페스트 청소년연구소의 이케다 와카 연구원은 “노력으로 총리 자리에 오른 사례는 젊은 세대에게 ‘보상이 가능한 사회’라는 메시지를 준다”고 평가했다. 일부 젊은 유권자들이 다카이치를 아베 신조의 후계자로 인식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공격적인 지출과 투자, 성장 중심 전략은 아베노믹스를 연상시킨다.
다만 열광이 곧바로 선거 결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젊은층에서 다카이치 개인 지지율은 높지만, 자민당 지지율은 여전히 30%대에 머물러 있다. ‘인물은 호감이지만 당은 고민’이라는 간극이다. 여기에 낮은 청년 투표율도 변수다. 오는 8일 치러지는 중의원 선거는 추위와 시험 기간, 방학 일정이 겹친다.
아직 지지 정당을 정하지 못했다는 21세 이와나카 마사토는 “다카이치 정부를 어떻게 평가해야 할지 지켜보고 있다”며 “각 정당이 서로의 장점을 흡수하는 방향으로 바뀌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옥스퍼드 인터넷 연구소가 지적하듯, 소셜미디어로 형성된 관심은 빠르게 커지는 만큼 빠르게 식을 수도 있다.
블룸버그는 그럼에도 분명한 변화는 있다고 봤다. 일본 정치가 젊은 유권자에게 다가가는 언어가 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정책집 대신 영상, 연설문 대신 이미지. 다카이치 사나에가 만들어낸 이 새로운 정치 문법이 일시적 유행에 그칠지, 실제 투표함까지 이어질지는 이번 중의원 선거로 가늠하게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