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호조에 투자소득수지 성장세까지 한몫
역대급 흑자에도 해외투자 급증에 환율 안 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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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중구 명동 하나은행에서 한 직원이 달러를 살펴보고 있다. [헤럴드DB] |
[헤럴드경제=유혜림 기자] 지난해 경상수지 흑자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 호조로 상품수지가 대규모 흑자를 낸 영향이 컸다. 여기에 해외 투자 열풍으로 벌어들인 배당·이자소득 증가도 경상수지 흑자 증가에 힘을 보탰다.
그러나 겉으로는 대규모 흑자를 기록하며 외화가 유입되는 모습이지만 실제로는 이 자금이 국내에 머무르지 않고 해외 투자 확대와 함께 다시 빠져나가는 ‘역설적 구조’가 심화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은행은 올해 경상수지도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힘입어 안정적 흐름을 이어가겠지만 트럼프 정부의 대외정책에 따라 지정학적 위기감이 고조되면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반도체 ‘슈퍼사이클’ 흑자 견인=6일 한국은행의 국제수지(잠정)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경상수지가 연간 최대치와 작년 12월(12월 기준) 역대 최대 흑자를 기록한 것은 반도체를 필두로 수출이 늘어난 덕분이었다. 작년 연간 반도체 수출은 1753억달러로 전년(1437억7000만달러) 대비 21.9%나 증가했다. 역대 최대 규모다. 인공지능(AI) 관련 글로벌 투자에 늘면서 반도체에 대한 수요가 폭증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반도체 외엔 선박 수출이 크게 늘었다. 2024년 245억달러에서 지난해 303억8000만달러로 2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승용차의 경우 작년 한 해 685억5000만달러를 수출하며 2024년(683억2000만달러)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반면, 화공품의 수출은 783억달러로 전년 835억8000만달러 대비 6.3% 감소했으며 기계류·정밀기기와 석유제품이 각각 724억4000만달러에서 699억3000만달러, 507억4000만달러에서 459억7000만달러로 3.5%, 9.4% 줄었다.
품목별 차별화도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영환 한은 경제통계1국장은 “IT 품목과 비품목 간 온도차는 존재하는 것 같다”면서도 “올해 경상수지는 AI 관련 투자 수요 확대에 따른 반도체 수출 호조세가 지속되면서 상품 수지를 중심으로 흑자 규모가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한은은 대미 관세 불확실성과 트럼프 정부발 ‘지정학적 리스크’도 부담 요인으로 꼽았다.
한은은 올해도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한국 경상수지 호황을 이끌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당장 올 1월 수출은 658억5000만달러로, 1월 기준 사상 처음으로 600억달러를 돌파했다. 전년 동월 대비 33.9% 증가한 수치로 역대 1월 중 최고 실적에 해당한다. 대미국 수출은 관세 영향으로 자동차·자동차 부품·일반 기계 등 다수 품목이 부진했지만 반도체 수출이 169%나 급증한 덕이 컸다.
▶경상수지 4분의 1이 투자소득=문제는 막대한 경상수지 흑자에도 달러가 국내로 충분히 유입되지 않아 환율이 쉽게 내려가지 않는 등 흑자의 긍정적 효과가 체감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겉으로는 경상수지 흑자가 이어지며 외화를 벌어들이고 있지만, 이 자금이 국내에 머무르지 않고 다시 해외로 빠져나가는 흐름이 반복되면서다. 김영환 국장은 “지난해 전체 거주자의 해외 주식 투자 급증이 외환 시장 수급 측면에서 경제 펀더멘탈과 관련한 경상수지 흑자 효과를 상당 부분 상쇄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도 지적했다.
고환율 흐름으로 기업들이 달러를 국내로 들여와 투자할 유인은 크지 않은 데다 개인과 기관의 해외 투자 확대 역시 구조적으로 자리 잡았다는 분석이다. 상품수지에 쏠렸던 경상수지 체질도 바뀌고 있다. 직전 경상수지 흑자 최대치를 기록하던 2015년 당시 투자소득수지는 48억6000만달러 수준에 그쳤다. 그러나 지난해엔 300억달러(301억7000만달러)를 돌파하면서 경상수지 흑자의 25%에 달하는 수준으로 늘었다. 과거엔 해외 자산 투자는 외환보유액이나 은행이 중심이었지만 2024년부터는 연기금과 개인 투자자 중심으로 옮겨가는 추세다.
다만, 올해는 해외투자로 인한 달러 수급 우려가 다소 완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정부가 국내 자본시장 활성화를 목표로 다양한 정책을 펼치면서 국내 투자 매력도를 높이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김영환 한은 국장은 “최근 미국 S&P500 지수가 작년과 달리 올해 높은 수익을 내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반면 국내 증시는 양호한 펀더멘털을 바탕으로 투자 유인이 존재하고 해외 투자와 관련한 다양한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