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집 찾아가 흉기로 88차례 찔러 아내 살해한 70대 징역 18년형

타인 쓰던 서랍장 가져온 문제로 말다툼
아내 귀가하지 않자 “날 무시한다” 생각
딸 집에 있던 아내 88회 흉기로 찔러 살해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헤럴드DB]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부부싸움을 피해 딸 집에 있는 아내를 찾아가 흉기로 88회 찔러 살해한 70대 남성이 징역 18년형을 선고받았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제1형사부(부장판사 김희수)는 살인 혐의로 구속 기소된 A 씨(75)에게 징역 18년을 선고하고, 보호관찰 5년을 명령했다. 다만 검찰의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명령 청구는 기각했다.

A씨는 지난해 9월 12일 오전 11시 20분쯤 경기 고양시에 있는 딸의 집에서 아내 B씨(69)를 흉기로 88회가량 찔러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전부터 다양한 문제로 갈등을 빚었던 부부는 사건 발생 전날 B씨가 다른 사람이 사용하던 플라스틱 서랍장을 집으로 가져온 일로 말다툼을 벌였다. A씨는 “왜 남이 쓰던 쓰레기를 집에 가지고 오냐”고 따졌고 말다툼이 오간 끝에 B씨는 “집을 나가겠다”며 고양시에 있는 딸 집으로 이동했다.

다음날 아내가 집에 돌아오지 않자 화가 난 A씨는 흉기를 챙겨 딸의 집을 찾았고, 혼자 있던 B씨에게 흉기를 휘둘렀다. 그는 88회 가량 찔러 살해한 것으로 조사됐다.

범행 직후엔 119에 “사람을 죽였다”고 스스로 신고한 A씨는 “집안일로 아내와 자주 언쟁을 벌였고 사건 당일에는 나를 무시한다는 생각이 들어 범행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재판 과정에서 A씨는 순간적인 감정 폭발로 인한 우발적 범행이었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범행 현장으로 이동할 때 흉기를 가방에 챙겨간 점, 경찰 조사에서 일관되게 ‘죽일 생각을 하고 있었다’고 진술한 점 등을 근거로 계획적 살인 범행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또 “피해자를 80여회 찔러 살해하는 등 범행 수법이 매우 잔혹하다”면서 “피해자의 딸 등은 그로 인해 엄청난 정신적 고통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피해자는 극심한 고통을 느끼며 생을 마감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럼에도 피고인은 피해자의 ‘독특한 자존심’을 여러번 언급하면서 범행의 책임을 피해자에게 전가하는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여러 측면을 고려할 때 피고인에 대한 중형을 선고함으로써 장기간 사회에서 격리할 필요성이 크다”면서 “피고인이 범행 사실을 시인하는 점, 유족이 선처를 탄원하는 점, 범죄 전력이 없는 점 등 여러 양형 조건을 참작해 형을 정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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