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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일(현지 시각) 미국 아이스하키 대표팀의 모습. [게티이미지] |
[헤럴드경제=정주원 기자] 전설적 축구 스타 디에고 마라도나의 ‘신의 손’이 빙판 위에서 재현될 뻔했다. 무대는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경기였다.
10일(현지 시각)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핀란드와 스위스의 경기 종료 직전 굴절된 퍽이 골문 앞으로 높게 떴다. 핀란드 공격수 엘리사 홀로파이넨은 본능적으로 손을 뻗었고 글러브에 맞은 퍽은 그대로 골망을 흔들었다. 등번호는 공교롭게도 마라도나의 상징과도 같은 10번이었다.
하지만 득점의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심판진은 즉각 ‘노 골’을 선언했다.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규정상 선수가 몸의 어떤 부위로든 고의로 퍽을 골문 안으로 넣거나 던지는 행위는 금지된다. 손으로 퍽을 잡거나 멈추는 것까지는 허용되지만, 즉시 얼음 위에 떨어뜨려야 하며 골문을 향해 밀어 넣어서는 안 된다.
1986년 1986 FIFA 멕시코 월드컵 8강전에서 마라도나가 주먹으로 공을 쳐서 넣은 골은 오심 속에 득점으로 인정됐었다. 하지만 홀로파이넨의 ‘글러브 슛’은 빙판 위에서 통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핀란드는 스위스를 3-1로 꺾고 첫 승을 거뒀다. 2022년 베이징 대회 동메달팀인 핀란드는 강호 캐나다와 조별리그 최종전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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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86년 월드컵 당시 아르헨티나의 전설 디에고 마라도나의 모습. [게티이미지] |
이번 대회 남자 아이스하키는 경기력 못지않게 국제 정세와 맞물린 상징적 대결로 주목받는다. AP통신은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스타들이 2014년 소치 대회 이후 12년 만에 올림픽 무대에 복귀한 점을 조명하며 현지 열기를 전했다.
가장 큰 관심은 미국과 캐나다의 잠재적 맞대결이다. 양국이 토너먼트 상위 라운드에서 만날 경우,최근 관세 갈등까지 겹쳐 ‘관세 더비’라는 별칭이 붙을 전망이다. 미국 대표팀 단장 빌 게린은 “금메달 아니면 실패”라고 선언했다. 캐나다는 2010 밴쿠버·2014 소치 대회 2연패의 자존심을 앞세워 다시 정상 탈환을 노린다.
조별리그에서는 이른바 ‘그린란드 더비’도 성사됐다. B조의 미국은 15일 덴마크와 맞붙는다. 과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덴마크 자치령 그린란드 매입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힌 전력이 재조명되며 묘한 기류가 흐른다. 정치적 맥락이 스포츠 서사와 교차하는 장면이다.
북유럽 라이벌전도 빼놓을 수 없다. 스웨덴과 핀란드는 B조에서 격돌한다. 2006 토리노 결승에서 핀란드를 꺾고 금메달을 차지했던 스웨덴은 또 한 번의 우위를 노린다. A조에서는 캐나다와 체코의 재대결이 관심사다. 1998 나가노 4강에서 체코는 캐나다를 승부치기 끝에 제압했고 결승에서 러시아를 꺾으며 첫 금메달을 거머쥔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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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캐나다 아이스하키 대표팀의 모습. [게티이미지] |
전력상 우승 1순위는 캐나다로 평가된다. 주장 시드니 크로스비를 중심으로 코너 맥데이비드·네이선 매키넌이 포진한 ‘드림 라인’은 현존 최강 공격 조합으로 꼽힌다. 맥데이비드는 “비현실적이다. 정말 오랜 시간이 걸렸다”며 올림픽 출전에 대한 감격을 드러냈다.
미국 역시 오스틴 매슈스·잭 아이클·매슈 커척 등 화려한 공격진을 앞세워 1980 레이크플래시드 ‘빙판의 기적’ 이후 46년 만의 금메달을 노린다.
12개 팀이 3개 조로 나뉘어 조별리그를 치른 뒤 8강 직행 팀과 플레이오프 진출 팀을 가리는 이번 대회는 빙판 위 승부를 넘어 각국의 자존심과 시대적 맥락이 교차하는 무대가 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