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은 계부, 2심은 친형…‘익산 중학생 사망’ 진범 뒤집혔다


[헤럴드경제=나은정 기자] 지난해 설 연휴 직후 지역 사회에 충격을 안긴 ‘전북 익산 중학생 사망 사건’의 진범이 재판 과정에서 뒤바뀌었다. 1심 재판부는 범행을 자백한 계부를 진범으로 봤지만, 2심은 친형의 폭행이 사망의 직접적 원인이 됐다고 판단했다.

광주고법 전주재판부 형사1부(양진수 부장판사)는 11일 계부 A(41)씨의 아동학대 살해 혐의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피해자는 친형의 폭행으로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해자 친형의 반복된 진술 번복을 주목했다. 친형은 사건 당일 경찰 조사에서 “내가 동생을 때렸다”고 진술했다가 이튿날 ‘나는 때리지 않았다’고 말을 바꿨고, 이후 보호기관에서는 ‘잘 모르겠다’는 취지로 일관되지 않은 진술을 이어갔다. 항소심 법정에서는 “아버지(A씨)가 시켜 동생을 발로 밟았다”고 다시 말을 뒤집었다.

재판부는 이 같은 진술 변화에 대해 “자연스럽지 않고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했다. 대신 사건 직후 친형이 큰아버지에게 “제가 (동생을) 많이 때렸다”고 말한 녹음 파일을 핵심 증거로 봤다. 해당 발언은 경찰이 현장에 도착하기 전 이뤄진 최초의 진술로, 항소심 재판부는 “신용성이 보장된다”고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사건 당일 A씨가 거실에 머물며 방 안에서 벌어진 폭행을 인지했거나 최소한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이에 따라 A씨가 폭행을 묵인하거나 방조한 책임은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또한 재판부는 친형 역시 평소 A씨의 강압적이고 폭력적인 양육 태도 속에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오다 분노가 폭발해 범행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결국 이 가족의 비극은 지속적인 아동학대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호자인 피고인의 책임이 크다고 재판부는 꼬집었다.

재판부는 아동학대 살해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 판단을 내렸지만, 아동학대 치사 혐의는 유죄로 인정해 A씨에게 원심의 징역 22년보다는 가벼운 징역 13년을 선고했다. 이는 1심에서 선고된 징역 22년보다 감형된 형량이다.

A씨는 지난해 1월 31일 전북 익산 자택에서 의붓아들 B(14)군을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사건 직후 A씨와 피해자의 친형은 모두 “내가 때렸다”고 자백했으나, 친형이 하루 만에 진술을 번복하면서 A씨만 기소돼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았다.

1심 법정에서 공소사실을 인정했던 A씨는 항소심에서는 “진범은 B군의 형”이라면서 살해 혐의에 대해 무죄를 다퉜다. 경찰은 이날 항소심에서 진범이 B군의 형으로 드러나자 “사건에 대해 알아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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