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거점 둔 스캠조직 또 적발
한국 남성 중 ‘타깃’ 물색해 사기시도
신뢰 쌓아두고 투자·적금 가입 유도
동향 선후배들 한꺼번에 가담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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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타의 신규 소셜미디어(SNS) 플랫폼 ‘스레드’에서 적발된 로맨스 스캠 계정. [서울경찰청 제공] |
[헤럴드경제=김아린 기자] 소셜미디어(SNS)에서 미모의 여성인 것처럼 피해자들에게 접근한 뒤 투자나 커플 적금을 유도해 돈을 뜯어낸 캄보디아 거점 사기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연애를 빙자한 전형적인 ‘로맨스 스캠’ 사기 행태인데, 일부 조직원들이 덜미가 잡히자 거점을 옮기고 새로운 사기 수법을 벌이기도 했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사이버범죄수사대는 지난해 3월부터 올해 1월까지 캄보디아 프놈펜·프레이벵에 범죄 단지를 꾸리고 한국에 있는 피해자들을 상대로 총 105억여원을 가로챈 사기 조직원 49명을 검거하고 이중 37명을 구속했다고 25일 밝혔다.
타깃은 중국인 총책이 확보한 개인정보 데이터베이스(DB)에 등록된 한국인 남성들이었다. 이들은 네이버 메신저 라인, 메타 SNS 플랫폼 스레드 등에서 무작위로 메시지를 발송했고 반응을 보이는 남성들과 대화했다. 채팅을 이어가며 신뢰를 쌓고 연애를 하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하며 덫을 놨다. 이후 본격적인 사기 시나리오를 가동했다.
경찰에 따르면 사기 조직원들은 SNS에서 일본인 여성을 가장한 계정을 생성해 피해자들에게 접근했다. 도용한 여성 사진으로 짧게는 일주일에서 길게는 3개월 넘게 온라인상 대화를 이어가며 관계를 형성했다.
피해자들과 친분을 구축한 뒤 이들은 투자나 입금을 이끌어냈다. “쇼핑몰 구매 대행 부업을 하고 있는데 소액만 투자해도 수수료를 벌 수 있다”며 사이트 주소를 교묘하게 바꾼 가짜 해외 유명 쇼핑몰 사이트를 이용해 미끼를 던졌다.
범행 초기에는 피해자들의 투자를 받아 소액의 수익을 제공해 믿음을 줬다. 그러면서 더 많은 투자를 종용하며 피해자들이 고액을 입금하면 사이트를 폐쇄하거나 수익금 출금을 거부하는 일명 ‘돼지 도살’ 수법으로 돈을 빼앗았다.
이들이 쇼핑몰 부업 유도로 지난해 3~10월 사이 속인 피해자는 28명에 달했고 전원 남성이었다. 총피해액은 23억원이 넘었다. 가장 많은 돈을 뜯긴 피해자는 4억원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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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공항에서 압송된 캄보디아 사기 피의자들. [서울경찰청 제공] |
쇼핑몰 부업 수법으로 낸 수익이 크지 않자 이들은 연애 적금 상품 가입으로 수법을 변경했다. 하루만 돈을 넣어도 이자가 많이 쌓이는 코인 적금 상품이 있다고 속여 피해자를 가짜 가상자산 사이트로 유인했다. “목돈을 모아 결혼하자, 함께 여행을 가자”며 이자율이 높은 가짜 적금 상품에 가입하도록 했다.
필요할 땐 여성 조직원들이 피해자와 직접 통화하기도 했다. 경찰이 공개한 피해자와 조직원의 통화 녹음을 들어보면 “적금 들면 나중에 나한테 돈이 들어오느냐”고 묻는 피해자에게 조직원은 “오빠한테 들어가지 그럼 어디로 들어가겠어”라고 답했다. “다 알아보고 금액을 넣으라고 한 것이 맞느냐” “정말 문제가 없느냐”고 다시 묻는 피해자에게 조직원은 “24시간 이내로 이자가 들어온다”고 했다.
한 피해자는 이런 방식으로 속아 1억1487만원을 빼앗겼다. 경찰은 더 많은 피해자가 포섭되기 전에 상당수 조직원을 붙잡았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검찰과 금융당국으로 속여 카드 오배송을 가장한 보이스피싱을 일삼던 또 다른 조직도 추적 중이다.
이들은 “카드가 배송됐다”며 무작위로 전화를 걸고 “카드 신청한 적이 없다”는 피해자들에게 카드사 고객센터 번호를 안내했다. 피해자가 안내받은 번호로 전화를 하면 상담원이 명의도용 피해가 의심된다며 피해 구제 신청을 위한 가짜 앱 설치를 유도했다. 이는 피해자의 휴대전화를 원격으로 제어할 수 있는 악성 앱이었다.
피해자들이 검찰청이나 금융감독원 공식 번호로 전화하더라도 휴대전화에 설치된 원격 제어 앱으로 조직원들의 연락처로 자동 연결됐다. 공식 사이트나 포털에서 검색된 번호로 전화를 해도 조직원 연락처로 강제 발신이 됐다. 이 사실을 모르는 피해자들은 자신이 검사나 금감원 직원과 통화하고 있다고 믿었다.
한 조직원은 검사로 속여 “재산을 몰수하거나 구속할 수밖에 없다”고 피해자를 협박하고 또 다른 조직원은 금감원 직원인 척 “전 재산을 검수해주겠다”며 금품 전달을 유도했다. 금감원 직원을 사칭한 조직원 말대로 피해자가 현금, 수표 등을 건네면 이는 국내 중간책을 통해 캄보디아 조직에 전달이 됐다.
경찰은 카드 오배송 사기 조직원 54명 중 8명을 검거해 3명을 구속했다. 나머지 46명은 인터폴 적색수배를 내리는 등 국제 공조 수사를 통해 추적 중이다.
검거된 조직원들의 대부분은 20~30대 한국인 남성이었다. 가장 어린 조직원은 19세로 미성년자였다. 대다수가 동향 선후배 사이었고 개별적으로 포섭된 조직원들도 있었다. 소위 에이전시라고 불리는 한국인 인력 공급책도 국내에서 활동한 것으로 파악됐다. 자진해서 범죄에 가담했다가 구출을 요청한 한 조직원의 신고로 지난해 10월 경찰의 수사망에 걸렸다.
로맨스 스캠 조직의 실질적인 총책 3인은 전부 중국인이었다. 이중 총괄 우두머리 격인 중국인 총책은 60대 남성이다. 우리 경찰이 현지 당국과 송환을 협의 중이다. 중국인 총책 밑에서 활동하던 한국인 총책 30대 남성 A씨는 캄보디아에서 만난 조선족을 통해 중국인 총책을 만나 가담하게 됐다고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자 개인정보 DB 출처에 대해 A씨는 “중국인 총책이 구매한 DB”라고 경찰에 진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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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캄보디아 범죄 조직 사무실에서 붙잡힌 사기 조직원들. [서울경찰청 제공] |
붙잡힌 조직원들은 고수익을 바라고 범행에 가담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이 피해자들로부터 편취한 범죄 수익은 대부분 도박 등 유흥비로 썼다. 경찰은 105억원이 넘는 범죄 수익 중 10억원 상당을 기소 전 몰수·추징보전했다. 나머지 범죄 수익금도 환수 조치할 예정이다.
경찰은 “한국인 조직원들이 출국 전 이미 불법성을 인식했음에도 고액의 수익금에 현혹돼 가담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최근 고수익 일자리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사기에 가담하는 청년들이 늘고 있는데, 해외에서 범행해도 반드시 검거되고 중하게 처벌받는다”고 경고했다.
서울청은 캄보디아 등 국외납치 집중수사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며 해외 거점 범죄를 집중 추적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