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판독 업무 흐름 개선 효능…영상의학과 활발
법적 명확성·신뢰 생태계·교육 시스템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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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국내 의료 현장에서 인공지능(AI)의 역할이 보조 수단을 넘어 필수적인 인프라로 자리 잡는 ‘변곡점’에 들어섰다.
의료진의 AI 수용성은 이미 성숙기에 진입했으나 이를 뒷받침할 법적·교육적 제도 마련은 여전히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2025년 의료 인공지능(AI) 활용 실태조사를 실시해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의료 AI를 실제 임상 현장에서 활용해 본 경험이 있는 비율은 47.7%로 집계됐다. 이는 챗GPT(ChatGPT) 등 일반 AI 활용 경험률인 51.5%와 유사한 수치로, 의료계 전반의 AI 수용성이 임계점에 도달했음을 보여준다.
활용 분야별로는 ‘영상 판독’이 83.3%로 가장 높았으며, 생체신호 분석(56.8%)과 텍스트 기반 지원(54.9%)이 뒤를 이었다. 진료과목별 활용도를 보면 영상의학과가 52.4%로 절반을 넘겼고, 순환기내과(23.7%)와 내분비내과(10.7%) 등 내과 계열에서의 도입도 활발했다.
AI 활용의 주된 목적은 진단(68.0%)과 선별(51.2%) 단계에 집중되어 있으며, 치료 지원(33.4%)과 추적 관찰(24.1%) 등 의료 전반의 효율성 제고를 위해 폭넓게 쓰이고 있었다.
의료 AI 경험 의사들이 체감하는 가장 큰 효과는 ‘업무 프로세스의 혁신’이었다. 응답자의 82.3%가 업무 흐름이 개선되었다고 답했으며, 인력 운용의 효율성(39.2%)에 대한 만족도도 기술적 정확도 향상(46.2%) 못지않게 높게 나타났다.
다만, 정보 접근 방식에서는 보완점이 발견됐다. 의사들이 의료 AI 정보를 얻는 경로는 언론 및 SNS(51.9%)나 동료(11.7%) 등 개인 주도의 비공식 경로가 주를 이뤘다. 학회나 학술지(24.9%), 병원 내 공식 교육(6.4%)을 통한 접근은 상대적으로 저조해, 국가 차원의 공식적인 정보 공유 플랫폼 구축이 필요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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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도입 확산의 가장 큰 장애물은 기술적 한계보다는 사고 발생 시의 책임 소재 문제였다. 경험 여부와 상관없이 의사들은 ‘법적 책임’을 가장 큰 우려 사항(경험자 69.1%, 비경험자 76.0%)으로 꼽았다. 특히 비경험 의사들의 경우 오진 가능성(71.3%)과 기술적 안정성(55.5%)에 대해 높은 불안감을 보이며 정보 부족(54.4%)을 미활용의 주된 이유로 들었다.
사고 발생 시 책임 주체에 대해서는 의사 개인보다는 ‘공동 책임(35.3%)’이나 AI의 성능을 보증한 ‘AI 개발사(26.9%)’가 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의료진은 안전한 AI 활용을 위한 최우선 과제로 명확한 책임 및 배상 규정 마련(69.4%)과 허가 및 인증 기준 강화(59.6%)를 촉구했다.
조사 결과는 의료 AI의 성공적인 도입을 위해 세 가지 핵심 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의료사고 발생 시 책임 주체와 배상 기준을 명문화하는 법적 명확성 확보가 시급하다. 또한 국가적 검증 체계를 통해 데이터 품질과 AI 성능을 보증하는 신뢰 기반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아울러 의대 교육과정부터 연수 교육까지 이어지는 표준화된 커리큘럼을 개발하는 체계적 교육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현재 의료 현장에서 기관 내 AI 지침을 보유한 사례(5.1%)나 관련 교육 경험(24.1%)은 극히 드물지만, 향후 교육 참여 의향은 57.5%에 달할 만큼 의료진의 학습 열의는 높다. 보고서는 이제 ‘왜 도입해야 하는가’가 아닌 ‘어떻게 안전하고 체계적으로 도입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진흥원은 “이번 조사로부터 확인된 현안과 과제들이 의료 인공지능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며 “발전하는 인공지능 기술과 변화하는 의료 현장을 고려하여 후속 조사를 통해 심층적이고 객관적인 정책 근거 계속 확보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는 가톨릭대학교 김헌성 교수 연구팀이 대한의사협회의 협조를 받아 협회 등록의사 2125명을 대상으로 2025년 10월 16일부터 21일까지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해 수행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