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소수 종목 쏠림 주도
코스피 신고가에도 하락 종목, 상승 두 배 이상
드리우는 공포…K-변동성 지수 역대 최대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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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7일 오전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실시간 코스피가 표시돼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코스피 지수가 6300선을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연일 경신하고 있지만, 시장 내부에서는 오히려 불안 심리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지수는 강세지만 체감 경기는 냉랭하다. 상승의 온기가 시장 전반으로 퍼지지 못한 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극소수 초대형 반도체주에만 집중되면서 ‘지수 상승·종목 하락’이라는 괴리가 심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6일 기준 코스피 상장 950개 종목 가운데 하락 종목은 662개로 상승 종목(240개)의 약 3배에 달했다. 보합은 48개였다. 지수는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지만 시장의 70% 가까운 종목은 오히려 내리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현상은 이날에도 이어졌다. 오전 9시 30분 기준 하락 종목은 727개로, 상승 종목(165개)의 4배를 넘어섰다. 지수와 체감 시장의 간극이 더욱 벌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시장 내 쏠림을 보여주는 대표적 지표인 상승·하락 종목 비율(ADR) 역시 불안한 흐름을 보인다. ADR은 지난 23일 137.39까지 치솟으며 순환매 기대를 키웠지만, 이후 빠르게 하락해 26일 기준 118.52로 내려앉았다.
일반적으로 ADR이 120 이상이면 단기 과열, 100 이하로 내려가면 시장 에너지 약화를 의미한다. 현재 지수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 중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ADR 흐름은 시장 전체의 흐름과는 온도 차가 있다.
쏠림의 핵심은 시가총액 구조를 보면 알 수 있다. 26일 기준 삼성전자 시가총액은 1290조4800억원, SK하이닉스는 783조2600억원으로 두 종목 합산 시총은 2073조7400억원에 달한다. 이는 코스피 전체 시총(5199조9600억원)의 약 39.9%에 해당한다.
단 2개 종목이 시장의 40%를 좌우하는 구조다. 지수가 오르면 대부분 이들 종목의 영향력 때문이다. 반대로 말하면, 두 종목의 변동성이 확대될 경우 지수 전체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상승 속도 또한 가파르다. 삼성전자는 5거래일 만에 시총이 200조원 가까이 불었고, SK하이닉스도 2거래일 만에 100조원 이상 증가했다. 자금이 지수형 상장지수펀드(ETF)와 반도체 대형주로 쏠리면서 ‘초대형주 블랙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같은 구조적 왜곡은 변동성 급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26일 종가 기준 코스피 변동성 지수(VKOSPI)는 54.67을 기록했다. 전일 대비 10% 넘게 급등한 수치로 2009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통상 지수가 강세를 보일 때 변동성 지수는 안정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현재는 정반대의 흐름이다. 이는 상승 랠리가 광범위한 펀더멘털 개선이 아니라 일부 종목에 대한 기대감에 의해 주도되고 있음을 방증한다. 시장 참여자들이 상승을 즐기면서도 동시에 급락 가능성을 헤지하고 있다는 뜻이다.
시장 한 관계자는 “지수는 역사적 고점이지만 내부는 ‘위험한 평형’ 상태”라며 “상위 2~3개 종목의 주가 흐름에 따라 하루에 수백 포인트가 출렁일 수 있는 구조”라고 진단했다.
물론 낙관론도 만만치 않다. 반도체 슈퍼사이클 진입과 2년 이상 이어질 실적 개선 가능성, 정부의 증시 부양 의지 등이 지수 추가 상승을 지지하고 있다는 평가다. 실제로 최근 한 달 사이 최소 10개 증권사가 2026년 코스피 밴드를 상향 조정했다. 상단 전망치는 7870까지 제시됐다.
하나증권은 반도체 업종의 평균 주가수익비율(PER) 고점(12.1배)을 적용할 경우 현재 대비 70% 이상의 상승 여력이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JP모건 역시 코스피 목표치를 6000(기본)~7500(강세)로 상향 조정했다.
그러나 문제는 ‘지속 가능성’이다. 지수가 상승하더라도 종목 간 격차가 해소되지 못하면 변동성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글로벌 증시가 조정을 받을 경우 쏠림이 심한 시장일수록 낙폭이 확대되는 경향이 있다.
간밤 뉴욕증시는 기술주 차익 실현 매물로 혼조세를 보였다. S&P500과 나스닥은 각각 0.54%, 1.18% 하락했다. 코스피도 장 초반 1% 넘게 밀리며 출발했다. 초대형 반도체주 변동성에 따라 지수 방향이 좌우되는 흐름이 반복되고 있다.
결국 현재 코스피는 ‘사상 최고치’라는 화려한 외형과 ‘극단적 집중’이라는 구조적 불안을 동시에 안고 있는 상태다.
지수가 S&P500을 넘볼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지만, 그 전제는 상승 동력이 시장 전반으로 확산하는 것이다. 지금처럼 소수 종목에 의존하는 구조가 이어진다면, 최고치 경신은 축포가 아닌 경고음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