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관들 고심 속 실질적 대응책 없어
“막무가내 입법…사법부 길들이기”
사법부의 지속적인 우려 표명에도 이른바 ‘사법개혁 3법(법 왜곡죄·재판소원·대법관 증원)’이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어 사실상 시행 만을 앞두면서 사법부 전반에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보겠다’는 게 사법부의 입장이지만, 법안이 이미 본회의를 통과한 상황에서 법원에 남은 실질적 대응책이 없는 터라 고심이 더욱 깊어지는 모습이다. 법원 내부에선 사법개혁 3법이 현실화가 된 상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온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3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출근길에 “국회의 입법활동을 전적으로 존중한다”면서도 “갑작스러운 변혁이 과연 국민들에게 도움이 되는지, 혹시 해가 되는 내용은 없는지 마지막까지 한 번 더 심사숙고해달라”고 밝혔다. 토요일이던 지난달 28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사법개혁 3법이 모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뒤 이와 관련해 조 대법원장이 밝힌 첫 입장이다.
앞서 2월 임시국회 기간 중이던 지난달 26일 민주당 주도로 법왜곡죄 내용이 담긴 형법 개정안이 가장 먼저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어 2월 27일 재판소원제 내용이 담긴 헌법재판소법 개정안, 그 다음 날인 28일 대법관 증원 내용이 담긴 법원조직법 개정안이 순차적으로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대통령 공포 절차와 시행만이 남은 셈이다.
법왜곡죄는 형사사건에서 판·검사가 법령의 적용 요건이 충족되지 않는 것을 알면서도 이를 적용하거나, 적용돼야 할 법령임을 알면서도 이를 적용하지 않아 의도적으로 재판·수사에 영향을 미친 경우 등을 처벌하는 규정이다. 재판소원제도는 법원의 재판을 헌법재판소 심사 대상에 포함하는 내용이고, 대법관 증원은 현재 14명(대법원장 포함)인 대법관 수를 26명으로 늘리는 내용이다. 사법부는 그동안 이 3가지 법에 대해 전방위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혀왔다. 박영재 대법관이 법원행정처장직 사퇴 의사를 표명하기도 했지만 결국 법안 통과를 막을 수는 없었다.
법원 내부에선 사법개혁 3법 시행 이후 상황에 대한 우려가 더욱 커진 상황이다. 한 현직 판사는 헤럴드경제에 “제도를 바꿀 땐 신중히 장단점을 검토해야 하는데 막무가내로 밀어붙였다”며 “사법부를 길들이겠다는 이야기로밖에 안 보인다”고 했다.
또 다른 부장판사는 법왜곡죄에 대해 “기득권의 사법리스크 감소를 위해 3중·4중의 안전장치를 만들며 온 국민을 무한소송의 지옥에 빠뜨렸다”고 비판했다.
재판소원제와 관련해선 “대법원까지 소송이 이어지기만 해도 소송의 장기화로 인해 당사자들의 고통이 심각하다”며 “헌법소원까지 덧붙이게 된다면 적시 권리구제가 필요한 당사자에게 심각한 고통이 가중될 것이며 사법 정의에도 반한다”고 지적했다. 대법관 증원과 관련해서도 “어떤 명분을 대든 정치적 성향에 맞는 인물로 대법관을 채우겠다는 것으로 보인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대법원은 오는 12~13일 전국법원장 간담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매년 열리는 정기 간담회인데 사법개혁 3법에 대한 후속 조치 등을 논의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사법부가 현 시점에서 꺼낼 뚜렷한 카드가 없다는 점 때문에 법원 내부에선 무력감마저 나온다. 안세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