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유 매진’ 팻말…벌써 품절주유소 등장, 왜? [세모금]

일부 직영주유소에서 휘발유 매진 사태
저렴 가격에 차량 몰리며 일시 소진인듯
아직까지 정유사 공급은 차질 없는 상황
중동 사태 길어지면 품절 주유소 늘 수도
주유소업계 “정유사 공급가를 낮춰달라”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에 따른 중동 사태 여파로 국내 주유소 기름값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8일 인천 시내의 한 주유소 앞에 휘발유 매진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고은결 기자] ‘휘발유 매진’

최근 인천 중구 한 주유소는 가격 안내 전광판에 ‘매진’이라 써붙이고, 도로쪽에는 아예 ‘휘발유 매진’ 안내 팻말을 따로 세워뒀다. 이 주유소는 리터(ℓ)당 경유·휘발유 가격이 1700원대라는 소문이 퍼지자 주변에서 차량 행렬이 몰리며, 지난 8일부터 휘발유 판매를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촉발된 중동 사태로 기름값이 고공행진하는 가운데, 운전자들 사이에선 ‘값이 오르는 건 물론 기름을 구하는 것조차 힘들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품절 대란 우려에 기름을 미리 채우러 오는 이들도 늘어날 전망이다.

일시적 현상…아직 정유사 공급 차질 없어


10일 관련 업계 설명을 종합하면, 이 같은 ‘품절 주유소’ 사태는 상대적으로 휘발유 가격이 저렴한 일부 직영 주유소 등에서 일시적으로 빚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여파로 국제유가가 치솟고 원유 수급 불안이 고조되고 있는 것은 맞지만, 아직까지는 정유사의 주유소 공급이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단 설명이다.

정유사가 지금 시장에 풀고 있는 물량은 이미 한 달여 전부터 계약 및 수송·정제 과정을 거친 재고다. 정유사는 이미 3월 도착분 원유까지 확보해 일선 주유소까지 수급 영향은 오지 않았단 설명이다. 각 업체는 중동 사태 여파가 미치는 4월물 확보와 관련해선 차질이 없도록 대체선을 검토 중이며, 정부도 현재 비축유 방출을 검토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정유사들이 일정 부분 가격을 조정할 수 있는 직영 주유소를 중심으로, 오피넷 등에서 저렴한 판매가격을 확인한 손님들이 몰리며 재고 소진이 빠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주유소마다 저장탱크 규모가 각기 다른데,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주유소의 경우 기름값 인상 이슈로 미리 구매하려는 이들이 몰리며 재고가 일시적으로 소진될 수는 있다”고 설명했다.

중동 사태 길어지면 ‘품절 사태’ 늘 수도


다만 중동 사태가 장기화되면 이런 일이 빈번해질 것이란 우려도 조심스레 나온다. 통상 국제 유가 변동이 국내 주유소 가격까지 반영되려면 2~3주의 시간이 걸리는데, 소비자들 사이에서 ‘내일은 더 비쌀 것’이라는 인식이 퍼지며 발길이 몰리고 있다. 주유소는 저장탱크 용량이 제한적이어서 대량 물량을 미리 축적할 수가 없다. 주유소 입장에선 정유사로부터 받아오는 공급가는 오르는데, 재고는 빠르게 바닥나며 다음 물량을 채워 넣는데 부담을 느낄 수 있다.

아울러 정유사들이 원유 도입선 다변화를 검토 중이지만, 이 또한 완벽히 수급 불안을 해소시키진 않는다. 중동 외 지역에서 원유를 들여오면 중동산보다 운송 기간이 길어지고, 국내 정제설비 수율 문제로 제품 생산량은 줄어들 수도 있어서다. 한 업계 관계자는 “향후 원유 재고 확보에 차질이 빚어지면 최악의 경우에는 단기적인 매진 사태보다 심각한 상황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주유소업계 “공급가 낮춰달라”…정부, 최고가격제 시행키로


이런 가운데 주유소업계는 정유사 공급 가격 상승으로 어려움이 큰 만큼 관리·통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현장 기름값 상승은 정유사 공급가격 인상이 1차 요인이며, 소매가격만 묶여 희생되면 안 되므로 공급가 연동 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지난 9일 오후 4시 기준 서울 주유소 휘발유 평균가는 ℓ당 1949원을 넘어섰고, 경유 가격은 1971원으로 휘발유와의 격차를 더욱 벌렸다.

한국주유소협회 관계자는 “최근 산업통상부 장관이 주재한 석유시장 점검회의에서 정유사가 일반 주유소에 공급하는 가격을 정부의 알뜰주유소 수준으로 맞춰달라고 건의했다”며 “장기적으로 보면 알뜰주유소와 가격 차이가 커질 때, 영세 주유소들은 기름 판매를 중단하거나 도산하는 등 우려가 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정부는 이번주 중 석유 최고가격 지정제를 신속히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아직 정부는 석유 최고가격제의 구체적인 시행 방안을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정유사 공급가에 상한선을 설정하는 방식이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 주유소는 운영 형태가 다양하고 지역별 임대료나 물류비 차이가 커, 일괄적 가격 통제가 쉽지 않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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