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라서 봐줬다?”…모텔 연쇄살인女 신상공개 반대한 경찰에 비판 목소리 커져

강북 모텔 연쇄살인 피의자 20세 김소영. 서울북부지검 제공


[헤럴드경제=채상우 기자] ‘강북 모텔 연쇄살인 사건’ 피의자 김소정(20)의 신상정보가 사건 한달 만에 공개된 가운데, 처음부터 신상공개를 반대했던 경찰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일고 있다. 기준이 모호한 경찰의 신상공개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9일 서울북부지검은 전일 신상정보공개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강북 모텔 연쇄 살인 사건으로 구속돼 경찰에서 송치된 피의자 김소영(20)의 이름과 나이, 머그샷(범죄자 인상착의 기록사진)을 공개했다. 게시 기간은 다음 달 8일까지다.

검찰의 결정과는 반대로 경찰은 사건 수사 초기부터 신상정보 공개를 반대했다. 이번 사건이 범행 수단의 잔혹성 요건 등을 충족했다고 보기 어려워 싱상정보공개심의위원회 개최 대상조차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는 주관적인 신상정보 공개 규정이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신상정보 공개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범행 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경우에만 피의자 신상을 공개하게 돼 있다. 또 범죄와 관련한 충분한 증거가 있고, 국민의 알 권리 보장과 재범 방지 등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만 피의자의 얼굴과 이름, 나이를 공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잔혹성’, ‘중대성’ 등의 요건에 주관적 판단이 개입할 여지가 크다는 것이다.

실제 경찰의 판단과는 다르게 검찰은 이번 사건이 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2명을 약물로 연쇄살인한 사건을 두고 중대하지 않다고 판단한 경찰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비판의 목소리는 꺼지지 않고 있다. 심지어 일각에선 피의자가 여성이라는 이유로 봐주기 수사를 했다는 주장까지 있었다.

서울 강북구 수유동 모텔에서 남성 2명을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20대 여성 김모씨가 지난 12일 서울북부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연합]


경찰의 판단이 사적 제재를 키웠다는 지적도 있다. 김소정의 SNS가 온라인에서 유포되면서, 그의 출신 고등학교 등 개인정보가 사적으로 유출됐다. 댓글에는 욕설과 희롱이 난무하고, 또 그의 얼굴을 본 일부는 응원의 댓글을 보내는 등 피해자 유족에 대한 2차 가해로까지 이어졌다.

이런 사적재제는 불법행위로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앞서 2004년 경남 밀양시에서 발생한 집단 성폭행 가해자들의 신상을 공개한 한 유튜버는 지난 10일 2심에서 징역 8개월에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았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는 “경찰이 자의적으로 누구는 공개하고 누구는 하지 않으면서 오히려 사적 제재라는 다른 범죄를 만들고 있다”면서 “신상 비공개 결정이 나왔을 때 시민단체나 사건 관계자 등이 공개를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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