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14만 하청노동자 참여 추산
4~6월 ‘춘투’ 갈등 격화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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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속노조 산하 포스코 사내 하청 광양·포항지회가 10일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 앞에 집결해 포스코를 상대로 직접 교섭을 요구하고 있다. [금속노조 제공] |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 시행 첫날부터 전국 곳곳에서 원청을 상대로 한 노조의 교섭 요구와 집회가 이어지면서 산업계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양새다.
노동계는 “실질적 사용자와 직접 교섭할 권리가 열렸다”며 첫날부터 일제히 공세를 펼쳤고, 기업들은 “예상했던 상황이지만 실제로 보니 부담이 상당하다”며 대응 전략 마련에 들어갔다.
10일 노동계와 산업계에 따르면 현대모비스 생산 전문 자회사인 유니투스와 현대아이에이치엘(현대IHL) 노조는 이날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현대모비스 본사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노조는 현대모비스가 램프사업부 매각을 추진하면서 해당 사업부에 납품하던 자회사 노동자들의 고용 불안이 커지고 있다며 매각 철회를 요구했다. 이와 함께 원청을 상대로 임금 인상을 위한 단체교섭에도 응할 것을 촉구했다.
물류 분야에서도 원청 교섭 요구가 이어졌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택배노조는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청진동 CJ대한통운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원청 교섭을 요구했다. 이들은 “나와라 진짜 사장”, “택배 현장 과로사를 추방하자” 등의 구호를 외치며 CJ대한통운의 직접 교섭 참여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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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택배노동조합 관계자들이 10일 서울 종로구 대한통운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택배노조 원청교섭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 |
금속노조 산하 포스코 사내 하청 광양·포항지회는 이날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 앞에 집결해 포스코를 상대로 직접 교섭을 요구했다. 이들은 포스코가 약 2만명에 달하는 사내 하청 노동자를 활용하면서 사실상 노동조건을 결정해 왔다며, 실질적 사용자로서 교섭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노동계의 공세는 개별 사업장을 넘어 전국 단위로 확산될 전망이다. 민주노총은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사거리에서 ‘원청교섭 쟁취’를 주장하는 투쟁 선포대회를 열었다. 아울러 소속 7개 산별노조가 원청 사업자를 상대로 교섭 요구 공문을 일제히 발송할 계획이다. 약 900개 사업장에서 일하는 13만7000여명의 하청 노동자가 원청 교섭 요구에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민주노총 산별노조 중 최대 규모인 금속노조는 현재까지 사내하청·사내용역·자회사 등 147개 사업장에서 일하는 조합원 1만여명이 16개 원청 기업에 교섭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대상 원청에는 현대자동차, 현대모비스, 현대글로비스, LX하우시스, 에코플라스틱, KCC글라스, 한국세큐리트, 한화오션, 현대삼호중공업, 현대중공업, 한국지엠, SECO서진, 한국타이어, 한온시스템, SHB, 비엠아이 등이 포함됐다.
금속노조는 조만간 원청 기업들에 구체적인 요구안도 전달할 예정이다. 요구안에는 ▷교섭 및 체결 권한 등 총칙 ▷임금 인상 및 임금 지급 연대 책임 ▷업체 변경 시 고용·근속·단체협약 승계 등 고용 안정 ▷산업안전보건위원회 구성 등 노동 안전 문제 등이 담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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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란봉투법 주요 쟁점 |
향후 파업 가능성도 제기된다. 금속노조는 추가 교섭 요구 조합원 규모를 확인한 뒤 다음 달 27일 열리는 대의원대회에서 원청 교섭 쟁취를 위한 집중 파업 시기와 규모 등을 결정할 계획이다.
노란봉투법은 사용자 범위와 노동쟁의 대상을 확대하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특히 하청 노동자가 실질적 영향력을 가진 원청과 교섭할 수 있도록 하면서 산업 현장의 교섭 구조를 크게 바꿀 것으로 평가된다. 쟁의 대상 역시 실질적 근로조건 변화를 초래할 경우 해외 투자나 공장 증설 등 경영 의사 결정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임금교섭이 본격화되는 4~6월 ‘춘투’(봄 투쟁) 국면에서 갈등이 더욱 격화될 전망이다.
기업들은 법 시행 자체는 예상했던 일이지만, 실제 현장에서 원청을 겨냥한 움직임이 빠르게 확산되자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특히 임금 인상이나 용역·파견업체 변경 시 고용 승계 등 일부 요구는 원청 교섭 대상이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하청 노조별·요구 건별로 중앙노동위원회를 통해 사용자성을 판단받아야 하는 만큼 기업들은 행정·법적 대응 부담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는 점도 우려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노조가 주장하는 원청 사용자성이 법적으로 인정되는지부터 판단을 받아봐야 한다”며 “우선 법적 기준을 확인한 뒤 법 테두리 안에서 협상과 대응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