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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1일(현지시간) 호르무즈 해협 인근의 페르시아만 해상에서 유조선들이 항해하고 있다. [로이터] |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중동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의 해상 교통이 크게 줄어든 상황에서도 이란은 여전히 이 해협을 통해 하루 약 100만배럴 안팎의 원유를 수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걸프 산유국들의 수출이 급감한 와중에 이란만 자국 원유 흐름을 유지하면서, 전쟁 속에서도 경제와 전쟁 자금을 동시에 확보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CNN은 16일(현지시간) 유조선 추적 데이터와 위성사진 분석을 인용해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유 수출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도 이달 11일 보도에서, 미국·이스라엘의 대이란 공습이 시작된 지난달 28일 이후 이란이 1370만~1650만배럴의 원유를 수출한 것으로 추산된다고 전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연결하는 좁은 해상 통로로, 전 세계 석유와 가스의 약 20%가 통과하는 핵심 에너지 수송로다. 그러나 최근 중동 분쟁 이후 선박 공격과 통항 차질이 이어지면서 주변국 수출은 크게 위축됐다.
그런데도 이란의 원유 수출 자체는 크게 줄지 않았다. 무역 데이터업체 케이플러(Kpler)는 분쟁 이후 약 1200만배럴 이상이 수출된 것으로 추정했고, 해양정보업체 탱커트래커스(TankerTrackers)는 같은 기간 수출량을 약 1370만배럴로 추산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별도 위성·선박 추적 분석을 바탕으로 최근 수 주 동안 약 2400만배럴의 이란산 원유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했다고 보도했다. FT가 전쟁 발발 후 이란이 원유 수출로 벌어들이고 있다고 추정한 금액은 하루 1억4000만달러(약 2090억원) 이상이다.
이란 원유 수출의 핵심 거점은 페르시아만 연안에서 약 30㎞ 떨어진 하르그섬이다. 이곳은 이란 원유 수출의 대부분이 이뤄지는 터미널로 알려져 있다. FT에 따르면 미국과 이스라엘은 카르그섬의 군사 목표물은 때렸지만, 원유 저장·선적 인프라는 대체로 피해 갔다. 케이플러의 자샨 프레마는 FT에 “미국이 카르그섬을 폭격한 뒤에도 사업은 정상적으로 계속되고 있다”며 “꽤 일관된 흐름이고 큰 변화는 관찰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란 유조선의 실제 수출 규모는 집계보다 더 클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란은 서방 제재를 피하기 위해 위치정보 송신기(트랜스폰더)를 끄거나 허위 위치를 송출하는 경우가 많다. 로이터는 이란이 자국 배타적경제수역 안쪽으로 항해하며 차단 위험을 줄였다고 전했고, FT는 전쟁 이후 선적된 13척의 유조선 중 7척이 이른바 ‘그림자 선단’ 소속이었다고 보도했다. 그림자 선단은 서방 보험 없이 항적을 숨긴 채 제재 대상 원유를 운송하는 선박 집단이다.
보텍사의 클레어 융만은 FT에 “최근에는 이란 국영석유회사 소유 선박들이 하르그섬에서 더 많이 선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그림자 선단 소속 유조선들이 터미널에서 선적 도중 미국의 공격을 받을 위험을 감수하려 하지 않는 신호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는 다만 “이 사업에 종사하는 이들은 위험을 감수하는 데 매우 익숙하다. 사실상 해당 선단들은 그런 목적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란은 전쟁 이전부터도 상당한 규모의 원유를 바다 위에 쌓아두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로이터가 인용한 보텍사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약 1억7000만배럴의 이란산 원유가 해상에서 구매자를 기다리고 있었다. FT도 이란이 분쟁 직전 수출을 가속화해 한때 하루 400만배럴 가까이 걸프 밖으로 빼내려 했다고 전했다. 2월 하르그항 선적량은 하루 평균 204만배럴로, 지난해 평균보다 약 25% 많았다는 집계도 나왔다.
미국은 이란 해군 전력 상당 부분을 파괴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란의 원유 수출 자체를 직접적으로 차단하는 조치는 취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스콧 베센트 美재무장관은 CNBC 인터뷰에서 이란·인도·중국 선박 일부의 호르무즈 해협 통과에 대해 미국은 현재 “괜찮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세계가 충분한 공급을 받길 원한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