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 압도적 캐파로 전 세계 1위 수성
셀트리온 송도 1~3공장 7위 첫 진입…저력 과시
‘메기의 등장’ 中 CLB 2위·6위 쌍끌이…‘신흥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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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바이오로직스 4공장 전경 [삼성바이오로직스 제공] |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전 세계 바이오의약품 생산 시장의 위계질서가 재편되고 있다. 한국이 부동의 1위를 지키며 아시아 바이오 허브로서의 위상을 공고히 하는 사이, 중국의 신흥 세력이 무서운 속도로 상위권을 잠식하며 서구권 전통 강호들을 밀어내는 형국이다.
기업의 총 생산능력이 아닌 개별 생산시설(Site)의 규모를 기준으로 한 이번 조사 결과는 향후 위탁개발생산(CDMO) 시장의 주도권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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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셀트리온 2공장. [셀트리온 제공] |
바이오의약품 전문 시장분석기관 바이오플랜(BioPlan Associates)이 발표한 ‘2026 Top 1000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시설 인덱스’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인천 송도 바이오캠퍼스가 전 세계 생산시설 중 가장 큰 캐파를 보유한 단일 사이트로 선정됐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2022년 조사에 이어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며 ‘초격차’ 전략의 성과를 증명해냈다.
이번 조사에서 가장 고무적인 성과는 셀트리온의 도약이다. 인천 1·2·3공장을 운영 중인 셀트리온은 이번 조사에서 7위에 오르며 사상 처음으로 글로벌 톱 10 대열에 합류했다. 이로써 대한민국은 전 세계 10대 바이오 생산 시설 중 두 곳을 보유한 국가가 되었으며, 특히 두 시설 모두 인천 송도에 위치해 있어 ‘인천’이 명실상부한 글로벌 바이오 의약품 생산의 메카임을 전 세계에 각인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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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CB바이오로직스 상해 사이트. [CB바이오로직스 홈페이지 갈무리] |
K-바이오의 약진 속에서 가장 눈여겨 볼 지점은 중국 신흥 세력의 폭발적인 성장세다. 2021년 중국 선전에서 설립된 CL바이오로직스(CLB)는 불과 5년 만에 선전 사이트를 세계 2위, 상하이 사이트를 세계 6위 반열에 올리는 기염을 토했다.
CLB는 ‘CDMO 시장의 새로운 메기’로 평가받는다. 이들은 중국 최초의 15kL 바이오리액터를 도입하고 cGMP 표준을 준수하며 글로벌 고객사를 빠르게 확보하고 있다. 2024년 말 기준 CLB의 총 생산 용량은 약 70만리터(700KL)에 달하며, 특히 선전 공장은 42만4500리터의 원료의약품(DS) 생산 캐파를 확보해 스위스 론자나 미국 화이자의 핵심 시설을 앞질렀다.
CLB가 현재 주력인 항체 의약품을 넘어 세포·유전자 치료제(CGT)와 ADC(항체-약물 접합체) 생산 시설까지 확충하고 있다는 점은 국내 기업에 직접적인 위협 요인이다.
3위는 스위스 론자가 2024년 인수한 미국의 제넨텍 시설, 4위는 아일랜드에 소재한 화이자, 5위는 독일에 소재한 베링거인겔하임이 차지했다. 8위와 9위는 미국에 소재한 암젠의 2개 시설, 10위는 미국 파이톤 바이오텍의 독일 시설이다.
상위 톱 10개 시설을 위탁생산과 자체생산 시설로 구분해 보면, 위탁생산시설로는 삼성바이오로직스(한국), CL바이오로직스(중국), 론자(스위스), 베링거인겔하임(독일), 파이톤 바이오텍(미국) 순이며, 자체생산시설로는 화이자(미국), 셀트리온(한국), 암젠(미국) 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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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지필름 덴마크 시설. [후지필름 바이오테크놀로지 홈페이지 갈무리] |
흥미로운 점은 글로벌 CDMO의 거물인 우시바이오로직스의 이름이 이번 톱 10 리스트에서 사라졌다는 것이다. 이는 우시바이오의 경쟁력이 약화됐다기보다, 그들의 ‘글로벌 듀얼 소싱(Global Dual Sourcing)’ 전략에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단일 거점에 대규모 시설을 집중시켜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쓰는 반면, 우시바이오는 지정학적 리스크 분산을 위해 전 세계 여러 지역에 중소형 시설을 분산 배치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최근 미국 생물보안법(Biosecure Act) 등의 영향으로 중국 기업에 대한 듀얼 소싱의 매력이 반감되면서, 오히려 CLB처럼 단일 거점의 강력한 생산력을 앞세운 신흥 세력이 순위권에서 존재감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자존심으로 불리던 후지필름 다이오신스(덴마크 시설)의 하락도 눈에 띈다. 지난 2022년 10위권 내에 포진했던 후지필름은 이번 조사에서 순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대규모 자본 투입과 공정 혁신을 앞세운 한·중 기업들의 ‘규모의 경제’ 싸움에서 밀려나며 유럽 기반 생산 기지들의 노후화와 경쟁력 약화가 뚜렷해진 결과다. 제넨텍·로슈의 독일 시설, GSK의 벨기에 시설 등이 줄줄이 톱 10 밖으로 밀려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현재 글로벌 바이오 의약품 생산 시설은 북미(697개)와 유럽(456개)이 수적으로는 우위를 점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대량 생산을 주도하는 ‘심장’은 한국과 중국이 이끄는 동북아시아로 급격히 이동 중이다.
K-바이오의 제조 역량이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고 있지만, 중국과의 치열한 경쟁은 위협 요인으로 작용한다. 결국 미래 바이오 시장의 승패는 누가 더 많은 리터를 보유하느냐를 넘어, 고난도의 차세대 의약품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대량 생산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CLB가 보여준 ‘차이나 스피드’와 우시바이오의 ‘분산형 리스크 관리’ 전략 사이에서 한국 기업들이 지속적인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차세대 치료제(ADC, CGT) 생산 역량 내재화와 공급망 다변화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