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황 중계하는 기자 뒤로 포탄 ‘쾅!’…“이스라엘의 표적 공습, 국제법 위반”

레바논에서 생방송 리포트 도중 이스라엘군 공습 피하려는 러시아 ‘럽틀리’ 기자 [럽틀리 텔레그램 계정]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레바논에서 전쟁 상황을 실시간 중계하던 러시아 국영매체 기자 바로 뒤로 이스라엘군의 포탄이 낙하했다.

19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국영방송 RT 산하의 영상전문 뉴스통신사 ‘럽틀리’(Ruptly)는 자사 기자의 불과 몇 미터 뒤에서 폭발이 발생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 속 언론인 표식인 ‘프레스’(PRESS) 글자가 적힌 방탄조끼를 입고 한창 생중계 리포트를 하던 남성 기자는 무언가를 본 듯 놀란 모습으로 말을 멈춘다. 이어 황급히 앞으로 엎드려 피하는 장면이 나온다.

기자 바로 뒤로 무언가가 빠른 속도로 낙하하고, 폭발음과 함께 검은 연기가 피어오른다. 흔들리며 바닥에 떨어진 카메라 위로는 잔해물이 날아드는 모습도 포착된다.

럽틀리는 텔레그램에서 “기자와 카메라맨 한 명이 레바논 남부에서 리포트를 하던 중 이스라엘 공격으로 다쳤다”며 “둘 다 의식이 있고 병원 치료를 받는 중”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 러시아 외무부의 마리야 자하로바 대변인은 “가자지구에서 언론인 200명이 살해된 점을 볼 때 오늘 사건도 우연이라고 부를 수는 없을 것”이라며 “이스라엘군이 발사한 미사일이었다”고 주장했다.

또 “중계진 옷에 선명하게 ‘PRESS’라고 적혔고, 그들은 오직 카메라와 마이크만 소지하고 있었다. 공습 장소에는 군사 시설도 없었다”며 “이 모든 정황은 언론인에 대한 이번 공격이 고의적이며, 이들을 표적으로 삼았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는 중대한 국제법 위반”이라고 덧붙였다.

러시아 외무부는 모스크바 주재 이스라엘 대사를 곧 초치할 예정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스라엘군은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가 테러 활동과 무기 수송에 활용한 리타니강 다리를 겨냥해 최근 며칠간 펼친 공격의 일부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지난 몇 시간 동안 공개된 영상에는 카스미야 다리에서 기자 한 명이 목격된다”며 “이 구역에 대해 분명한 경고를 발표했었다. 경고 후 충분한 시간이 흐른 후 공습을 했다”고 했다.

국제 언론인 권익보호단체 ‘언론인보호위원회’(CPJ)의 지난달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에서 살해된 기자와 미디어 종사자는 모두 129명이다. 역대 최다 수준이다.

CPJ는 이들 중 3분의 2는 이스라엘에 의해 살해됐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스라엘군은 “언론인을 고의로 겨냥한 적은 없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으로 벌어진 이번 중동 사태에서 레바논은 사망자 1000명을 넘기는 등 최대 피해국 중 하나가 되고 있다.

레바논 보건부에 따르면 지난 2일부터 19일까지 누적 사망자는 1001명, 부상자는 2584명이다.

레바논에서는 헤즈볼라를 노린 이스라엘의 공습과 지상군 작전이 동시에 펼쳐지고 있다.

우리 외교부도 전날 레바논을 포함, 이란·이라크에 체류 중인 우리 국민에게 조속한 출국을 재차 당부한 상황이다.

레바논에는 한국인 120여명이 남아있으며, 다수는 선교사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 가운데 절반 정도는 수도 베이루트, 나머지는 동부 베카 지역에 체류하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아직 한국인의 직접적인 피해는 없지만 위험 지역에 체류 중인 국민 안전이 걱정”이라며 “이란·이라크·레바논은 위험 수준이 높은 만큼, 현지에 계신 국민과 기업인들은 빨리 출국해주실 것을 다시 강력하게 권고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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