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 “마취제 과다 투약, 의료사고”
A원장 “마취제 부작용, 어쩔 수 없는 사고”
법원, 유족 측 승소로 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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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는 참고용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
[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 지난 2023년 12월, 서울 강남의 한 모발이식 전문 병원에서 20대 여성 환자가 수술을 받은 뒤 깨어나지 못했다. 수면 마취 후 발작 증상을 보이다 결국 숨을 거뒀다.
망인의 유족은 의료사고라고 주장했다. 수술을 집도한 대표원장을 상대로 소송을 걸었다. A대표원장은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 과정에서 “마취제 부작용으로 인한 어쩔 수 없는 사고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수많은 수술 경험이 있는데 한 차례도 마취제 과다 사용으로 문제가 발생한 적이 없다”고 했다.
양측은 치열하게 다퉜다. 유족과 A원장 모두 의사 자격 있는 변호사를 선임해 과실 여부를 다퉜다. 약 2년 만에 나온 재판 결과, 유족이 승소했다. 1심은 A원장이 6억 5000여만원을 유족에게 배상하라고 했다.
법원은 A원장이 국소 마취제를 단기간에 과다 투여했고, 이후 활력징후 관찰을 소홀히 한 점을 인정했다. 초기 응급대처까지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한 내과 감정의가 법원에 제출한 감정서가 결정적이었다.
“A원장이 같은 방식의 의료 행위를 지속하면 추후 무고한 피해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분명히 있다.”
피해자는 25세 여성 환자였다. 지난 2023년 12월 14일, 수면·국소 마취를 병행하며 모발이식 수술을 받았다. 두피를 절개하지 않고 뒷머리 모낭을 하나씩 채취해 탈모 부위에 이식하는 수술이었다.
A원장은 모발 채취를 위해 3분 사이에 국소마취제(리도카인) 앰플 19개를 주사기로 피해자의 뒷머리 부위에 투여했다. 약 2시간 뒤 피해자는 퇴실했다가 모발 이식을 위해 다시 수면마취를 받았다. 동시에 3분 간격으로 국소마취제(리도카인) 앰플 17개를 이마에 투여받았다. 피해자는 10분 뒤 발작 증상을 보였다.
A원장은 발작 증상 후 12분이 지나서야 수술실에 들어왔다. A원장은 산소마스크만 씌웠을 뿐 인공호흡기를 사용하거나 안정제는 투여하지 않았다. 발작 35분 뒤 119가 도착했지만 이미 늦었다. 동공 반응이 없었고 맥박도 잡히지 않았다. 응급실로 옮겨졌지만 4일 뒤 뇌사 상태에 빠져 숨을 거뒀다.
사인(死因), 저산소성 뇌손상.
피해자의 부모와 여동생 등 유족은 A원장을 상대로 6억 5000여만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재판 과정에서 유족은 “A원장이 수술 과정에서 최대 허용 용량을 초과한 국소마취제(리도카인)를 단기간에 투여했다”며 “활력 징후도 제대로 측정하지 않는 등 감시·관찰을 소홀히 했다”고 주장했다. 발작 후 10여 분간 인공호흡기를 사용하지 않은 책임과 부작용에 대해 설명할 의무도 어겼다고 했다.
반면 A원장 측은 “망인의 사망은 마취제의 불가항력적인 부작용으로 발생한 것”이라며 “그동안 수많은 수술 경험이 있는데 한 차례도 국소마취제(리도카인) 과다 사용으로 문제가 발생한 적이 없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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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원 [헤럴드경제DB] |
재판 결과, 법원은 유족의 손을 들어줬다. 유족 측 주장이 거의 모두 인정됐다. 1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15민사부(부장 최규연)는 A원장이 유족에게 총 6억 5141만 8104원을 배상하라고 했다.
1심 재판부는 “망인에게 투여된 국소마취제(리도카인) 양이 과다하다고 인정된다”며 “망인의 몸무게(47㎏) 등을 고려했을 때 최대 허용용량은 329㎎인데 A원장은 총 612㎎를 단기간에 투여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한 마취과 감정의는 법원에 “주사 부위가 혈류가 풍부한 두피였다”며 “환자가 마취 상태라 전조증상을 확인할 수 없었던 점을 고려하면 해당 용량을 투여한 것은 위험성이 높다”고 의견을 냈다.
이어 “혈액의 역류 여부를 계속 확인하면서 천천히 간헐적으로 주사해야 부작용을 막을 수 있는데 A원장은 이를 확인하지 않고 2차례에 걸쳐 2~3분간 17~19개 앰플을 투여했다”고 밝혔다.
이런 사정을 고려해 1심 재판부는 “A원장이 단기간 내 반복적으로 국소마취제(리도카인) 앰플을 주사했을 뿐 망인의 혈압을 측정하지 않았고 투여하는 동안 맥박·산소 측정기 화면도 제대로 살펴보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투여 후 수술실에서 퇴실해 어떠한 경과·관찰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A원장의 “그동안 국소마취제 과다사용으로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주장에 대해 1심은 “해당 마취제가 비교적 안전한 것이라 그랬을 뿐”이라며 “주의의무를 기울일 필요가 없거나 덜 기울여도 된다는 게 아닌데도 A원장은 어떠한 문제의식도 갖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A원장의 의식에 대해 한 내과 감정의는 “같은 방식으로 의료행위를 지속하면 추후 무고한 피해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고 의견을 냈다.
1심은 A원장이 응급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은 과실도 인정했다.
1심 재판부는 “망인이 발작 증상을 보인 후 A원장은 12분 뒤 수술실에 입실했다”며 “그때까지 취해진 조치가 구강에 기도유지기를 삽입한 것 뿐이었다”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한 의료단체는 감정서에서 “발작 당시 호흡 부전이 의심됐는데도 뒤늦게 산소를 투여한 점은 아쉬운 점이다”라고 지적했다.
법원은 “호흡부전에 대한 A원장의 초기 응급대처가 미흡했다”며 “지체된 시간이 10분 정도인 점을 고려하면 망인이 산소를 투여받기 전 이미 저산소성 뇌손상을 입었을 가능성도 있다”고 판단했다.
1심은 A원장이 의사에게 요구되는 설명의무를 위반한 사실도 인정했다.
재판부는 “망인이 작성한 수술 동의서만으로 설명의무를 다 했다고 볼 수 없다”며 “내용을 보면 국소마취에 관해 ‘감염, 부어오름, 알러지 반응’ 등의 증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만 있을 뿐 사망 원인에 관해선 어떠한 내용도 기재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손해배상액은 약 6억 5000만원이 인정됐다. 사고가 없었다면 피해자가 정년까지 벌 수 있었던 수입 5억 5000만원, 망인과 유족의 정신적 피해에 대한 위자료 총 1억원, 장례비 500만원 등이 고려됐다.
유족을 대리한 의사 출신 이용환 변호사(법무법인 고도)는 “리도카인은 의사들이 비교적 안전하다고 여겨 모발이식 수술, 피부과 시술에서 많이 사용하는 국소 마취제”라며 “권장 용량에 맞게 사용하면 문제가 없지만 무분별하게 사용할 경우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 인정됐다는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이 판결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A원장이 “1심 판결은 잘못”이라며 항소했다. 2심이 서울고법에서 열리게 됐다.
26일 기준 망인이 사망한 지 825일이 지났다. A원장은 같은 병원에서 계속 진료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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