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대사 “트럼프 물밑 대화 전혀 없어…美 유전 이용한 韓 선박 호르무즈 통행 어렵다”

“트럼프 주장한 협상·이란 일부 제안 동의 사실무근”
“협상 시작할 어떤 이유 없다…韓, 美 요구 동참 않길”


사이드 쿠제치 주한이란대사가 지난 25일 국회에서 외교통일위원장인 국민의힘 김석기 의원과 면담하기 위해 외통위 소회의실로 향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문혜현 기자] 사이드 쿠제치 주한이란이슬람공화국 대사는 26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장하는 이란과의 협상과 관련해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또한 한국 유조선의 호르무즈 해협 통항과 관련해, 미국이 투자한 유전·에너지 기업을 이용하고 있어 항행이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쿠제치 대사는 이날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주장한 협상과 이란이 일부 제안에 동의했다는 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면서 “이러한 주장은 유가와 주식시장에 일시적인 영향을 주기 위한 허위 정보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들(미국)의 공격적인 행동이 세계 경제에 미치는 실제 피해를 축소해 보이게 하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한 트럼프 대통령과 물밑 협상 여부에 대해서도 “전혀 없었다”며 “현재처럼 침략이 계속되고, 우리나라가 불법적이고 잔혹한 공격을 받는 상황에서는, 적과의 협상을 시작할 어떤 이유도 없다”고 꼬집었다.

쿠제치 대사는 이어 “휴전이나 전쟁 중단은 우리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상대가 전력을 재정비한 뒤, 시간이 지나 다시 같은 공격을 반복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며 “적대 행위의 재발을 막을 수 있는 확실한 보장이 마련되고, 지역이 안정적인 상태에 이를 때까지는 휴전을 받아들일 여건이 갖춰져 있지 않다”고 했다.

한국 선박의 호르무즈 해협 통과가 어렵다는 입장도 확실히 했다.

쿠제치 대사는 관련 질문에 “우리가 유조선들의 자세한 정보를 달라고 했다”면서 “그 후에는 이란 군과 이란 정부와의 소통·합의한 후에 통과할 수 있는지 검토해 보겠다”고 했다.

검토의 조건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쿠제치 대사는 “현재 미국 기업, 미국 투자자들은 페르시아만의 액화천연가스(LNG) 자원에 많이 투자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전쟁 중에 그들의 활동을 제재하는 것”이라며 “(미국이 투자한 기업으로부터) LNG를 실어서 가는 것은 절대 허락하지 않는다. 이 회사들이 페르시아만 국가들의 석유를 가져와도, (사실상)미국 것이기 때문에 통과가 불가능하다”고 못 박았다.

진행자가 ‘한국이 이란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있음에도 페르시아만에서 가져온 석유·가스는 미국 회사가 투자한 유전을 이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항행이 어렵냐’고 재차 묻자 쿠제치 대사는 “맞는 것 같다”고 답했다.

그는 “우리는 미국 기업과 비즈니스·무역하는 나라들을 이 전쟁 시에 제재하고 있는 것”이라면서 “우리의 경제를 멈추게 했고, 우리를 공습했고, 침략했는데 자연스럽게 이런 일들이 생겨야하는것 아닌가. 그래서 우리가 비난받는 것이 아니고, 미국이 비난받아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세계 경제가 위협받는 상황에 대해서도 쿠제치 대사는 “한국을 포함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지 못하는 확실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면서 “당장 눈앞의 제재를 보지 말고, 이런 일이 왜 발생했는지 더 깊이 봐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미국에 화살을 돌렸다.

미국이 재차 이란의 LNG 시설을 공격할 경우 반격할 의지도 내비쳤다. 쿠제치 대사는 “이란이 페르시아만 주변 아랍 국가들에 하는 공격은 미국 기지들을 목적으로 했다”며 “우리도 만일 트럼프의 모험주의적인 조치들로 이란의 LNG 인프라가 공격받으면, 우리도 똑같이 미국이 주둔하는 기지들을 다 공격하겠다”고 경고했다.

끝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을 비롯해 유럽 일본 등에 지원을 요청하는 상황에 대해 쿠제치 대사는 “한국은 트럼프(의 요구)에 동참하지 않길 기원한다”며 “이 악연이 미국 정부에 남게 해라. 다른 국가들이 도와주지 말고, 동참하지 말아야 한다. 트럼프 정부의 악의적인 행위를 놔두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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