外人 이달 30조 순매도…환율은 악순환

외국인 코스피서 29.8조원 ‘매물 폭탄’ 고유가·환율→외인 순매도→달러 수요↑ 코스피도 외국인 투심 악화에 4% 급락 환율·유가 진정이 외국인 투자심리 좌우

 

코스피 지수가 3% 이상 내려 5300선 아래로 하락 출발한 27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와 원/달러 환율이 표시되고 있다. [연합]

외국인 투자자가 3월에만 약 30조원에 이르는 코스피 순매도에 나서며 증시를 끌어내리고 있다. 하루 이틀이 아닌, 연이어 이례적 규모의 순매도를 이어가는 흐름이다. 최근 코스피가 급등한 만큼 차익실현 수요가 쌓인 상황에서 중동사태에 따른 고유가와 고환율이 순매도 규모를 가속시키고 있다.

코스피 지수는 27일 중동 사태 불확실성에 구글의 ‘터보퀀트’ 영향 등으로 장 초반 4% 가량 급락했다. 지수는 전장 대비 159.85포인트(2.93%) 내린 5300.61로 출발해 낙폭을 확대했다. 오전 9시 50분 현재 4.32% 하락한 5224.30에 거래 중이다. 메모리 수요를 줄일 수 있다는 ‘터보퀀트’로 전 세계 반도체주가 급락했고, 그 여파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 역시 이날 4~5% 하락했다.

지수 하락은 외국인 순매도가 주도했다. 오전에만 유가증권시장(KRX, NXT 합산)에서 1조원 넘게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전날에도 외국인은 약 3조7000억원 규모 순매도를 기록했다. 이는 1999년 이후 기준 일별 순매도 규모 6위 수준이다.

2월 말부터 3월까지 기록적인 외국인 일별 순매도가 쏟아지고 있다. 규모 기준 상위 7건 중에서 5건이 모두 이달에 집중됐을 정도다. 최근 6거래일 연속 1조원 이상 순매도가 이어졌고, 이번 주에만 10조원을 웃도는 자금이 빠져나갔다.

외국인은 이달 들어 약 29조8000억원(26일 기준)을 팔아치웠다. 순매도 업종엔 반도체와 자동차 등 수출주를 포함해 플랫폼·금융주까지 고르게 포함됐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현대차·기아 등 지수 핵심 종목에서 매도세가 집중됐고, NAVER·카카오 등 플랫폼주와 금융주에서도 비중 축소가 나타났다.

강진혁 신한투자증권 선임연구원은 “이번 주 외국인 코스피 현물 순매도액이 10조원을 넘어서는 등 매도 강도가 매우 높은 상황”이라며 “미국의 이란 전략시설 타격 여부를 둘러싼 경계감과 인공지능(AI) 관련 기술 발표 이슈까지 매도 재료로 반영되며 시장이 악재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독 국내에서 외국인 매도세가 강한 건 그만큼 최근 코스피가 급등한 여파도 있다. 중동 사태 이후 투자 심리가 위축되면서 급등에 따른 차익실현 수요가 특히 국내 시장에 집중됐다는 분석이다.

환율과 유가에 취약한 시장 구조도 외국인 매도세를 부추기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1520원대까지 치솟는 등 최근 기록적인 수치를 이어가고 있다. 원화 약세는 외국인 자금 유입을 제약하는 요인이다.

여기에 고유가에 따른 물가 상승과 기업 실적 악화 우려도 외국인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 민경원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국제유가 상승이 달러 강세로 이어지고, 원화가 이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고환율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며 “환율이 안정되지 않는 한 외국인 자금 유입은 제한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정희찬 삼성선물 연구원은 “외국인은 장중 현·선물 동반 순매도를 이어가다가도 장 막판 선물에서 대규모 순매수에 나서는 모습”이라며 “이는 하락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예상치 못한 반등에 대비하는 상방 리스크 관리 성격의 포지션으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외인 팔자 추세가 이어지는 코스피 하락장을 지탱한 건 개인 자금이다. 이달 개인은 약 31조1000억원을 순매수하며 외인 매도 물량 대부분을 흡수했다. 반도체 대형주와 레버리지 ETF 중심으로 매수에 나서고 있다. 김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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