對쿠바 석유 공급 차단한 美, 러 유조선 쿠바행 용인

정권 압박 위해 쿠바에 석유 공급 차단한 美
쿠바로 향하는 러시아 유조선, 美 해안경비대가 저지 안해
트럼프 “생존해야 하니 1척 정도 상관 없다”

미국이 국제 에너지 위기를 맞아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제재를 일시 유예한 가운데, 러시아 유조선이 쿠바로 향하는 것마저 용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게티이미지]

[헤럴드경제=도현정 기자] 미국이 석유 공급이 끊기면서 정전 등으로 혼란을 빚고 있는 쿠바에 러시아가 원유를 공급하는 것을 용인한 것으로 보인다. 이란 전쟁으로 인한 국제 사회의 에너지 위기를 맞아, 미국이 내걸었던 러시아산·원유에 대한 제재에 이어 쿠바에 대한 제재까지 완화되는 분위기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29일(현지시간) 원유를 담은 러시아 유조선이 미 해안경비대의 용인 아래 쿠바 항구에 도착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미 해안경비대는 약 75만 배럴의 원유를 담은 러시아 선적 ‘아나톨리 콜로드킨’ 호의 쿠바 해안 연안 접근을 저지하지 않았다.

NYT는 이 선박에 대해 러시아 국영 해운업체 소브콤플로트 소유로, 선박 추적 사이트 마린 트래픽에 따르면 29일 오후 기준 쿠바 해안으로부터 약 24㎞ 떨어진 해역에 접근한 상태라 보도했다. 이 선박은 오는 31일께 쿠바 수도 아바나 동부의 마탄자스 석유터미널에 도착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러시아와의 잠재적인 마찰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쿠바의 에너지 위기가 심각해진 것에 대해 인도적인 차원에서 에너지 공급을 허용한 것으로 풀이될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대통령 전용기 안에서 취재진과 약식 회견을 하면서 해당 유조선의 존재를 확인한 뒤 “그들이 필요로 하고 생존해야 하기 때문에 누군가가 1척 분량의 화물을 가지는 건 상관없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어 “지금 당장 어떤 나라가 쿠바에 석유를 보내길 원한다면 그것이 러시아든 아니든 나는 문제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가 쿠바에 원유를 판매하는 것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도움이 될 것인지를 묻자 “그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는 석유 1척 분량을 잃는 것이 전부”라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다. 쿠바는 끝났다. 그들은 나쁜 정권을 갖고 있다. 매우 나쁘고 부패한 지도부를 갖고 있고, 석유 한 척을 받든 안 받든 중요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이어 “나는 그 국민들은 난방과 냉방, 그리고 다른 모든 것들이 필요하기 때문에 러시아든 다른 누구든 나는 그것(유조선)을 들여보내는 것을 선호한다”고 덧붙였다.

기존에는 제3국이 쿠바로 에너지를 수출하는 것을 차단했지만, 에너지 위기가 심화되면서 대정전을 겪는 등 혼란이 확산되자 인도적인 차원에서 일정량의 에너지 공급은 허용하겠다는 취지로 보인다.

쿠바는 미국의 봉쇄 강화로 석유와 가스의 공급이 끊긴 상태다. 에너지 원자재를 수입한 것은 지난 1월 9일 멕시코로부터 석유를 들여온 것이 마지막이었다. 쿠바는 최근 몇 달간 석유 공급이 끊기면서 수 시간에서 며칠씩 순환 정전을 실시해왔다. 지난 16일에는 국가 전력 시스템의 가동이 일시 중단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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