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거래소 라이선스 갱신 후 ‘매도매수·교환업’ 제외

5대거래소 작년 라이선스 갱신 신고
업비트·코빗 갱신…나머지는 진행중
5개 라이선스 유형 신청, 2개는 반려
중개플랫폼 역할…자기자본거래 막아


국내 5대 원화거래소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 [각사 제공]


금융당국이 디지털자산 거래소의 가상자산사업자(VASP) 라이선스를 갱신해 주면서 ‘매도·매수 및 교환’ 등 두 가지 업무 유형을 제외했다. 거래소의 자기자본 거래를 막고 ‘중개 플랫폼’으로서 역할을 명확히 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향후 시장조성자(MM) 제도 도입을 위한 전초 작업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2일 디지털자산 업계에 따르면 업비트와 코빗은 금융정보분석원(FIU)으로부터 가상자산사업자(VASP) 다섯 가지 업무 유형 중 세 가지(▷가상자산 이전 ▷가상자산 보관·관리 ▷가상자산 매도·매수 및 다른 가상자산과 교환하는 행위의 중개·알선·대행하는 행위)만 갱신받았다. 두 거래소는 모든 업무 유형을 갱신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가상자산 매도·매수’와 ‘가상자산을 다른 가상자산과 교환’ 등 두 가지 유형은 제외되면서다.

국내에서 가상자산 사업을 하려면 특정금융정보법상 FIU로부터 VASP 라이선스를 취득하고 3년마다 갱신받아야 한다. 특금법이 시행된 2021년 국내 5대 원화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는 VASP 다섯 가지 유형을 모두 취득했다. 지난해 갱신 기간이 도래하자 모든 거래소가 갱신신고서를 제출했고 업비트와 코빗부터 순차적으로 수리된 가운데 두 가지 사업 유형은 반려된 것이다. VASP는 신고제 형식이지만 사실상 FIU로부터 승인받아야 하는 허가제에 가깝다. 당국 기조로 미뤄보면 갱신 절차가 진행 중인 빗썸·코인원·고팍스도 마찬가지 세 가지 유형만 갱신될 것으로 보인다.

한 업계 관계자는 두 가지 유형이 제외된 배경에 대해 “다섯 가지 유형을 다 신청했지만 거래소가 실제로 사업하는 범위에 대해서만 신고하라고 하면서 (두 가지 유형이) 빠졌다”고 설명했다.

실제 거래소는 자체 트레이딩 팀이 없는 만큼 가상자산 매수·매도 및 다른 가상자산으로 교환하는 업무를 영위하지 않고 있다. 유동성이 부족했던 시장 초기에 일부 거래소들이 시장 조성을 위해 자기자본 거래를 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현재는 시장에 개입하지 않고 있다. 금융당국은 “가상자산사업자 라이선스 판단 취지나 이유에 대해 밝힐 수 없다”고 답했다.

이번 라이선스 갱신으로 거래소는 ‘중개 플랫폼’으로서 역할이 명확해졌다. 승인받은 가상자산 이전, 보관·관리, 교환의 중개·알선·대행 라이선스를 통해 거래소의 주력 사업인 매매 중개와 커스터디(수탁) 업무가 가능하다. 다만 거래소가 자기자본으로 ‘거래 주체’가 되는 사업 영역 진출은 불가능해졌다. 즉 거래소는 향후 장외거래(OTC)나 프라임브로커리지(PB) 사업을 할 수 없다는 의미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유럽 미카(MiCA·가상자산 규제 기본법안)처럼 거래소 플랫폼 업무와 수탁 업무, 자기자본 기반의 매매 업무가 업권적으로 구분됐다는 의미”라며 “나중에 OTC나 PB 사업을 하려면 거래소는 추가 라이선스가 필요해졌다”고 했다.

시장조성자(유동성 공급 역할) 도입을 위한 작업의 연장선이라는 관측도 있다. 금융당국은 디지털자산기본법에 시장에 시장조성 행위를 합법화하는 규정을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주식 시장과 바이낸스, 코인베이스 등 글로벌 거래소에서는 이미 시장조성자를 운영하고 있다. 향후 국내 디지털자산 시장에도 시장조성자가 도입된 가운데 거래소가 매수·매도 및 다른 가상자산으로 교환 라이선스를 가지고 있다면 직접 역할이 가능하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당국이 마켓메이커 제도를 도입하려는 과정인데 이를 거래소에 줄수 없다”며 “향후 마켓메이커가 도입되면 거래소는 플랫폼으로서 구분이 더 명확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유동현 기자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