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2일 전 계약서 썼는데 왜 못파냐”…세 낀 매물 ‘퇴로’ 혼란

토지거래신청 ‘거절’ 속출에 현장 혼선
계약일 아닌 계약 효력 시점 기준 영향
“적용 시점 완화해 팔 수 있게 해달라”


서울 서대문구의 한 부동산에 아파트 매매 및 전세 가격표가 붙어 있다. [헤럴드경제DB]


#. 서울 광진구의 다주택자 A씨는 지난해 12월 말 세입자와 전세갱신계약을 했다. 이후 1월 말 이재명 대통령이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를 밝힌 후 ‘세 낀 매물’을 팔 수 있도록 퇴로를 열자 집을 매도했다. 하지만 토지거래허가 신청 결과는 ‘거절’. 전세 계약 효력 발생일이 2월 25일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를 앞두고 적용 기준을 5월 9일 계약 체결에서 토지거래허가 신청으로 유예하는 안을 검토하는 가운데, ‘세 낀 매물’의 전세 계약 효력 시점도 재해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은 앞서 “5월 9일까지 (토지거래) 허가 신청을 한 경우까지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미적용을) 허용하는 게 어떻겠나 싶다”며 다주택자의 매매 가능 기한을 늘려줬다.

이에 전세 계약을 지난해 말이나 올해 초 마치고도 계약 시작일이 2월 12일 이후라는 이유로 ‘팔고 싶어도 못파는’ 사례에 대한 제도 보완도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 2월 12일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 보완방안을 발표하며, 세입자가 거주 중인 주택에 한해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실거주 의무를 최장 2028년 2월 11일까지 2년간 유예한 바 있다. 다주택자의 매물을 시장에 유도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적용 기준이다. 현장에선 전세 신규계약이나 갱신계약을 통상 만기 2~3개월 전, 이르면 4~5개월 전에 미리 확정하는 경우가 많다.

2월 중순 이후에 시작되는 갱신 계약의 경우 전년 12월이면 계약을 체결하는데, 이 경우 며칠 차이로 계약 종료 시점에 따라 매도하고 싶어도 토지거래허가를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놓이게 된 것이다.

관련 계약을 중개했던 공인중개사는 “지난해 말이나 올해 1월 이미 전세 갱신계약 합의를 마친 다주택자 집주인들은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 방침이 나오자 곧바로 매도에 나섰지만 갱신 개시일이 늦다는 이유로 거래가 막혔다”며 “제도 적용 과정에서 불합리한 상황이 빚어진 셈”이라고 말했다.

구청도 현행 기준상 예외 적용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구청 관계자는 “세입자가 선의로 한 달 먼저 나가겠다는 약정서를 쓰더라도 계약갱신 시작일을 기준으로 토허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에 허가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로선 매매계약 체결 후 4개월 안에 매수자가 실제 입주해야 한다는 토허제 기존 조건을 충족하는 경우를 통해 허가가 가능하다고 안내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과정에서 임대인과 임차인 간 갈등도 커지고 있다. 집을 팔고 싶은 집주인은 “양도세 중과 전에 집을 파려면 5월 9일 전에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이후 4개월 안에 매수자가 실거주를 해야만 허가를 받는 상황”이라며 “세입자가 계약갱신청구권을 쓴 상태라 합의를 통해 중도해지 후 나가달라고 요청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전세 계약 종료시점보다 먼저 나가는 위로금 명목 이사비로 수천만원이 요구되기도 한다. 비강남권이라도 매도자 입장에선 5월 9일 이전 주택을 처분해 양도세 중과를 피하는 것이 더 나은 것을 빌미로 위로금을 점차 높여 부르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제도가 시장 현실과 세입자 보호 원칙을 모두 놓쳤다고 지적한다. 김효선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원칙을 한번 정하면 그 외 사례를 일일이 인정하지 않는 행정 구조상 실무 공무원이 건별로 판단하기는 어렵다”며 “다주택자 물건 처분을 유도하면서도 정작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한 세입자를 중도에 나가야하는 상황은 세입자 보호 취지에도 어긋난다”고 말했다. 이어 “위로금이나 이사비를 과도하게 요구하는 분쟁이 발생해도 이를 중재할 뚜렷한 대응 수단이 없다”고 덧붙였다. 윤성현 기자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