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변화에도…의결권 구조 개혁 없이는 ‘반쪽 변화’”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 대표 인터뷰
국민연금도 주주제안에 적극 찬성
상법 개정 이후 주주제안도 활발
주총일정 분산 등 제도 변화 필요



“국민연금의 변화는 의미 있는 신호이지만 의결권 구조와 주주총회 제도도 함께 변화해야만 상장사들의 지배구조 개선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이창환(사진)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이하 얼라인파트너스) 대표는 최근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상법 개정 이후 처음 치러진 정기 주주총회를 이같이 평가했다.

얼라인파트너스는 지배구조 이슈로 기업가치가 저평가된 상장사 중 주주 관여를 통해 가치 개선 여지가 있는 종목에 집중 투자하는 운용사다. 운용 자산(AUM)은 운용·자문 자산을 합산한 중복 제외 기준으로 17일 약 1조4100억원이다. 이 대표는 이번 주총의 가장 큰 변화로 국민연금의 행보를 꼽았다. 얼라인파트너스 집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올해 주주제안 안건의 70% 이상에 찬성표를 던졌다.

이 같은 흐름은 주주제안 증가와 가결률 상승으로 이어졌다. iM증권이 결산 상장사 2478개사를 전수 분석한 결과 올해 주주제안이 상정된 회사는 56개사로 전년(41개사) 대비 증가했다. 주주제안 안건 가운데 1건 이상 가결된 회사 비중은 26.8%로 전년 대비 2.4%포인트 상승했다.

그는 “국민연금이 사전 입장을 공개하고 특정 안건에 대해 의결권을 적극 행사하면서 시장에 신호가 전달됐다”며 “국내 자산운용사 등 다른 투자 주체들도 이에 맞춰 움직이며 지배주주를 제외한 일반 주주들이 한 방향으로 결집하는 ‘코디네이션 효과(Coordination Effect)’가 가시화했다”고 말했다.

의미 있는 변화가 있었지만 기존 의결권 구조를 바꾸기엔 여전히 한계가 있었다고 이 대표는 평가했다. ISS와 글래스루이스 등 글로벌 자문사가 주요 안건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면 이를 참고하는 외국인 투자자 표심도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며 사실상 대세가 형성되는 양상이 반복됐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국내 상장사의 외국인 지분은 평균 30%대 수준이며 외국인 투자자들은 자문사의 권고를 기계적으로 따르는 경향이 강하다”며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는 제한된 인력으로 다수 국가의 상장사를 동시에 커버하는 구조인 만큼 한국 시장의 제도와 환경 변화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상법 개정 취지가 주총 현장에서 충분히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짚었다. 일부 상장사는 정관 변경을 통해 이사 수를 제한하거나 임기를 조정하는 방식으로 제도 변화에 대응했다고 했다.

이 대표는 “이번 주총은 상법 개정 이후 처음 치러졌지만 개정 법안이 아직 적용되지 않는 시점에서 진행됐다”며 “이 과정에서 정관을 선제적으로 변경하는 흐름이 이어졌고, 상장사들의 의사결정 태도도 크게 달라지진 않았다는 느낌”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향후 개선 과제로 주총 집중도를 완화해야 한다고 했다. 이 대표는 “주총 공고 기간을 최소 4주로 확대하고 일정을 분산할 필요가 있다”며 “나아가 주총 의장을 법원을 통해 선임하는 방안 등 공정성을 확보할 제도적 장치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송하준 기자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