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총수 ‘법인→김범석’ 바뀐다…한화는 재계 5위 첫 등극 [2026 공시집단]

두나무, 예외요건 충족해 올해도 ‘법인 동일인’
공시집단 102개로 확대…계열사 수 237개 증가
토스·한국콜마·오리온 등 신규 대기업집단 진입
롯데·포스코 한 계단씩 밀리며 10대 순위 재편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쿠팡의 동일인이 법인에서 미국 국적의 김범석 의장으로 바뀌며 ‘자연인 총수’ 체제가 공식화됐다.

김 의장은 동일인 지정에 따라 친인척 명단과 보유 회사 현황 등 각종 공시·신고 의무를 지게 되며, 친족 회사가 있을 경우 ‘일감 몰아주기’ 등 사익편취 규제 대상이 된다. 반면 두나무는 지난해에 이어 법인 동일인 체제를 유지했다.

지난 2021년 3월 11일(현지 시각) 뉴욕증권거래소 앞에서 쿠팡Inc 상장 기념으로 사진을 찍는 김범석 의장. [쿠팡 제공]


한화는 방산 호황을 발판으로 처음 자산 기준 재계 5위에 올라 ‘5대 그룹’에 진입했다. 10대 그룹 안에서도 롯데와 포스코가 각각 한 계단씩 내려앉는 등 지형 변화가 나타났다. 토스, 라인, 한국콜마, 오리온 등은 처음으로 대기업집단 명단에 이름을 올리며 새 얼굴로 등장했다.

쿠팡 동일인 법인→김범석 변경 지정…공정위 “예외요건 불충족”


공정거래위원회는 29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6년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현황’을 발표했다.

동일인은 기업집단의 범위를 정하고 대기업집단 규제 적용의 기준이 되는 자연인 또는 법인이다.

쿠팡의 동일인은 김범석 의장으로 변경됐다. 외국인의 총수 지정은 OCI에 이어 두 번째다. 미국 국적자인 김 의장은 2021년 쿠팡이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처음 지정된 이후 4년간 동일인으로 지정되지 않았고, 쿠팡은 법인 동일인 체제를 유지해 왔다.

공정거래법 시행령상 기업집단을 지배하는 자연인의 친족이 국내 계열사 경영에 참여하지 않는 데다 국내 계열사 출자·자금대차·채무보증 등이 없어 사익편취 우려가 없다는 예외 요건을 충족한다고 판단됐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그러나 올해 현장점검 결과 ‘기업집단을 지배하는 자연인의 친족이 국내 계열사 경영에 참여하지 않아야 한다’는 요건을 더 이상 충족하지 못하게 됐다고 봤다.

공정위는 김 의장의 친족인 동생 김유석 부사장(VP)이 쿠팡 내 거의 최상위 직급에 해당했고, 연간 보수도 동일 직급 등기임원 평균 수준이었으며 비서가 배정되는 등 처우 역시 임원급이었다고 밝혔다.

또 물류·배송 정책 관련 정기·수시 회의를 수백 차례 주재했고 주요 계열사 대표 등을 불러 주간 실적을 점검하거나 물량 확대, 배송 정책 변경 등 개선안을 논의하는 등 주요 사업 의사결정에 사실상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설명했다.

서울 도심 내 한 쿠팡 배송 물류센터의 모습. [임세준 기자]


공정위는 이번 조치가 기업집단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자와 대기업집단 시책 적용의 최종 책임자인 동일인을 일치시켜 권한과 책임의 괴리를 해소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최장관 공정위 기업집단감시국장은 이번 지정이 한미 간 통상 문제로 비화할 가능성에 대해 “시행령상 요건과 동일인 판단지침에 따라 지정한 사안인 만큼, 정당한 법 집행을 미국 측이 문제 삼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반면 두나무는 올해도 법인 동일인을 유지했다. 공정위는 현장 점검에서 시행령상 예외 요건을 충족했다고 판단했다.

중흥건설은 기존 동일인이던 고(故) 정창선 회장이 지난 2월 별세함에 따라 동일인이 장남인 정원주 부회장으로 변경됐다. 공정위는 정 부회장이 지주회사 중흥토건의 최다출자자이자 그룹 내 최고 직위자이며 대내외적으로 그룹을 대표하고 계열사에 지배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방산에 힘입어 첫 재계 5위에 오른 한화…롯데·포스코 한 계단씩 밀려


올해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인 공시대상기업집단(이하 공시집단)은 102개(소속회사 3538개)로, 작년보다 집단 수는 10개, 계열회사 수는 237개 늘었다.

일반적으로 ‘대기업’이라 불리는 공시집단은 공정거래법에 따라 전년 말 기준 자산총액 5조원 이상 기업집단을 지정해 통지한다. 자산총액은 3669조5000억원으로 전년보다 367조7000억원(11.1%) 증가했다.

신규 지정 집단은 라인, 한국교직원공제회, 웅진, 쉴더스, 대명화학, 토스, 한국콜마, 희성, 오리온, QCP그룹, 일진글로벌 등 11곳이다. 반면 지난해 공시집단이던 영원은 자산총액이 5조원 미만으로 줄어 지정에서 제외됐다.

이 가운데 가장 최근 명목 국내총생산(GDP) 확정치의 0.5%에 해당하는 자산 12조원 이상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상출집단)은 47개로 지난해보다 1개 늘었다. 소속회사 수는 2088개로 5개 감소했고, 자산총액은 3257조4000억원으로 전년보다 288조8000억원(9.7%) 증가했다.

교보생명보험과 다우키움은 상출집단으로 상향 지정됐고, 이랜드는 공시집단으로 하향 지정됐다.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도심에 주요 기업체 건물들이 보이고 있다. [이상섭 기자]


올해 자산 기준 10대 그룹은 삼성, SK, 현대자동차, LG, 한화, 롯데, 포스코, HD현대, 농협, GS 순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7위였던 한화는 두 계단 상승해 5위가 됐다. 방산 수요 확대와 주요 계열사 성장세가 반영된 결과다.

이에 따라 기존 삼성·SK·현대차·LG·롯데 중심의 5대 그룹 구도는 삼성·SK·현대차·LG·한화 체제로 재편됐다. 롯데는 6위, 포스코는 7위로 각각 한 계단씩 밀렸다. 농협과 GS는 각각 9위와 10위를 유지했다.

지난해 국내 대기업들의 실적도 개선됐다. 금융·보험업을 제외한 전체 공시집단 매출액은 2095조2000억원으로 전년보다 87조5000억원(4.4%) 증가했다. 상출집단 매출액도 1894조6000억원으로 61조5000억원(3.4%) 늘었다. 2024년 감소했던 전체 대기업집단 매출은 지난해에 이어 증가세를 이어갔다.

매출 증가 폭이 가장 큰 집단은 SK(+34조3000억원)였다. AI 반도체 수요 확대와 주요 제품 가격 상승 영향이다. 삼성(+24조9000억원)은 반도체 업황 개선 효과를 봤고, 쿠팡(+9조1000억원)은 로켓배송 등 커머스 사업 성장으로 매출이 늘었다. 반면 포스코(-7조4000억원), GS(-4조8000억원), LG(-4조2000억원)는 업황 부진 등으로 감소폭이 컸다.

당기순이익은 더 큰 폭으로 증가했다. 전체 공시집단 순이익은 156조8000억원으로 전년보다 43조8000억원(38.8%) 늘었다. 상출집단 순이익은 147조3000억원으로 45조6000억원(44.8%) 증가했다. 2022년 정점 이후 감소세였던 순이익이 지난해 반등한 데 이어 올해 증가폭을 키웠다.

순이익 증가폭 역시 SK(+26조5000억원)가 가장 컸고, 삼성(+7조2000억원), LG(+5조원)가 뒤를 이었다. 반면 현대자동차는 미국 보호관세 정책 영향 등으로 8조6000억원 감소해 감소폭이 가장 컸다. 한국지엠(-2조2000억원), HMM(-1조8000억원)도 뒤를 이었다.

상위 그룹 쏠림 현상은 여전했다. 삼성·SK·현대차·LG·한화 등 상위 5개 집단은 전체 공시집단 자산의 48.4%, 매출의 51.4%, 순이익의 70.5%를 차지했다. 순이익 비중은 지난해 65.5%에서 더 높아졌다. 상위 10개 집단 비중은 자산 63.0%, 매출 66.6%, 순이익 75.0%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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