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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공개된 시리즈 ‘기리고’는 넷플릭스가 처음으로 한국에서 선보이는 YA(영어덜트·10대 후반~20대 초반 젊은 층을 대상으로 한 콘텐츠) 호러다. 소원을 이뤄주는 애플리케이션 ‘기리고’의 저주로 갑작스러운 죽음을 예고 받은 고등학생들이, 그 저주를 피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신인 배우들로 채운 과감한 캐스팅, 학원물에서 오컬트로 확장되는 장르적 변주, 그리고 낯설 만큼 집요한 공포 연출까지. ‘기리고’는 신선한 감각을 무기로 호러물에 대한 진입장벽마저 무장 해제시키며, 공개 3일 만에 넷플릭스 글로벌 톱(TOP) 10 비영어 쇼 4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28일 서울 종로구 모처에서 만난 ‘기리고’의 박윤서(사진) 감독은 작품 공개 이후 쏟아진 반응에 대해 “공개 전까지 많이 걱정했고, 스트레스도 컸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도 “지금은 그런 부담이 많이 사라진 상태”라며 웃어 보였다. 한결 가벼워진 듯한 그의 표정에는 안도감이 묻어났다.
‘기리고’는 박 감독의 입봉작이다. 신인 감독이라는 수식어가 어울리지만, 이미 굵직한 현장을 두루 경험한 ‘무늬만 신인’에 가깝다. 그는 박인제 감독을 도와 넷플릭스 시리즈 ‘킹덤 시즌 2’(2019)의 조감독을 맡았고, 이어 디즈니플러스 ‘무빙’(2023)에서는 B팀 감독으로 참여했다.
그가 처음 각본을 보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기리고’의 공포는 “다르다”는 것이었다. 남들이 쉽게 떠올리지 못할, 시도하지 않을 법한 새로움이 그를 끌어당겼다. 실제 ‘기리고’는 기존 호러 문법을 따르면서도 촘촘한 서사와 섬세한 연출로 빚은 ‘낯설어서 더 무서운’ 감각으로 YA 장르의 가능성을 한층 확장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3부까지는 학원 호러처럼 가다가, 이후에는 오컬트로 넘어가요. 귀신과 맞닥뜨리는 방식도 기존과 다르죠. 햇살을 통해 다른 세계로 들어간다든지, 단순히 놀라게 하는 공포와는 다른 결이 있었어요.”
박 감독은 연출을 수락하며 신인 배우들로 캐스팅을 꾸리길 바랐다. 장르적 특성에서 비롯된 판단이기도 했지만, 산업 전반에 대한 고민의 연장선이기도 했다. 그는 “신인 배우가 나와야 더 실제 같은 호러가 나온다고 생각했다. 배우들을 통해 신선함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이어진 것이 바로 치열한 오디션이었다.
소속사에 속한 고등학생부터 23세 이하 배우 대부분을 온·오프라인으로 만났다. 밝은 에너지가 핵심인 주인공 세아 역에는 전소영이, 캐스팅이 쉽지 않았던 형욱 역에는 강렬한 인상을 남긴 이효제가 낙점됐다. 여기에 강미나, 백선호, 현우석 등이 합류하며 라인업이 완성됐다. 이후 박 감독과 배우들에게 필요했던 건 ‘시간’이었다.
처음부터 ‘신인’을 고집했던 만큼, 그는 배우들을 향한 반응이 특히 반갑다고 했다. 그는 “신인 배우들이 대중의 관심을 받아야 풀이 넓어지고, 그래야 감독의 선택지도 커진다”고 강조했다.
수위에 대한 고민도 적지 않았다. 작중 일부 장면은 고어(신체 훼손 등 잔혹한 장면 묘사)에 가까운 표현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초반부 형욱의 죽음은 자해처럼 보일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컸다. 박 감독은 이를 ‘자의가 아닌 타의’로 보이게 하는 연출적 장치로 풀어냈다.
“형욱의 죽음에서 공포가 느껴지지 않으면 장르적으로 힘이 빠질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대신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처럼 보이지 않도록 ‘하지 마’라는 대사를 클로즈업으로 넣는 등 장치를 활용했습니다.”
한국적인 오컬트 설정에 대한 고민도 있었다. 해외 시청자들의 이해도를 고려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론은 ‘그대로 간다’였다. 제주도의 전통 부적과 신앙, 공간 디테일까지 사실적으로 구현했다. 극 중 ‘햇살’(전소니 분)과 ‘방울’이 처음 만나는 장소 역시 제주도다.
박 감독은 “과거 작업을 통해 느낀 건, 한국적인 요소를 억지로 해외 기준에 맞추면 오히려 매력이 사라진다는 것이었다”며 “이 작품의 생명력은 신선함에 있기 때문에, 오히려 더 한국적인 디테일을 살리는 것이 맞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손미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