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인 줄 알았는데 폐가 굳어”…남미 크루즈 덮친 ‘죽음의 바이러스’ 정체는

안데스 바이러스 감염자 3명 사망
치명률 35% 달해…사람 간 전파 가능
질병청 “국내 유입 위험 낮지만 주의”

한타바이러스. [게티이미지뱅크]

평화로운 남대서양 항해길이 ‘공포의 크루즈’로 변했다. 아르헨티나를 출발한 크루즈선에서 치명적인 바이러스 감염으로 승객들이 잇따라 숨지면서 전 세계 보건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9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 4월 1일 아르헨티나 우슈아이아를 출발한 네덜란드 국적 크루즈선에서 ‘한타바이러스 심폐증후군(HCPS)’ 집단감염이 발생했다.

현재까지 총 8명이 감염됐으며 이 중 3명이 목숨을 잃었다. 원인 병원체는 남미 지역에서 발생하는 ‘안데스 바이러스(Andes virus)’로 확인됐다.

한타바이러스 집단 감염이 발생한 크루즈선 ‘MV 혼디우스(MV Hondius)’호가 스페인 카나리아 제도 테네리페의 그라나디야 데 아보나 항구에 입항할 예정인 가운데, 9일(현지시간) 테네리페 남부 공항의 전경이 보이고 있다. [연합·로이터]

치명률 최대 50%…‘사람 간 전파’가 가장 큰 위협

안데스 바이러스가 유발하는 심폐증후군은 치명률이 평균 20~35%에 달하며,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지역에 따라 최대 50%까지 치솟는 고위험 감염병이다.

특히 일반적인 한타바이러스가 설치류의 배설물을 통해서만 감염되는 것과 달리, 안데스 바이러스는 환자와의 밀접 접촉을 통한 ‘사람 간 전파’가 가능하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자 위협 요소다.

잠복기 최대 8주…감기인 줄 알았는데 ‘폐부종’ 급변

감염 시 잠복기는 보통 1~8주 정도다. 초기에는 발열, 근육통, 오한, 두통 등 감기 몸살과 유사한 증상이 나타나 기침, 오심, 구토, 복통 등을 동반한다. 그러나 발병 며칠 만에 상태가 급변하여 호흡곤란, 폐부종, 저혈압, 심장기능 저하 등 치명적인 증세가 나타난다. 현재까지 승인된 백신이나 특이 치료제가 없어 의료기관에서는 산소 공급 등 보존적 치료에만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7일(현지시간) 촬영된 일러스트레이션 사진 속 ‘한타바이러스 양성(Hantavirus positive)’ 라벨이 부착된 시험관들의 모습. [연합·로이터]

질병청 “국내 위험도 낮지만, 남미 여행 시 예방수칙 필수”

질병관리청은 이번 사례와 관련해 국내 공중보건학적 위험도를 ‘낮음’으로 평가했다. 국내에는 안데스 바이러스를 매개하는 설치류가 서식하지 않고, 유입 사례도 없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발생하는 ‘신증후군출혈열(HFRS)’은 한탄·서울 바이러스에 의한 것으로 신부전과 출혈이 주 증상이며, 이번 사례인 심폐증후군(호흡곤란·폐부종)과는 임상 양상이 확연히 다르다.

질병청은 아르헨티나, 칠레 등 유행 지역을 여행하는 국민들에게 설치류 및 배설물 접촉을 피하고 개인위생을 철저히 할 것을 당부했다. 특히 귀국 후 8주 이내에 관련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의료기관을 방문해 해외 여행력을 알려야 한다.

임승관 질병관리청장은 “국내에는 한타바이러스 심폐증후군을 매개하는 설치류가 서식하지 않고, 해외 유입 사례로 보고된 바 없어 공중보건학적 위험도는 낮음으로 평가했다”면서도 “해외 감염병 발생 동향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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