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는 타이밍인데…중복상장 제한에 한국 로봇은 IPO 제동 [샌드위치 된 K-로봇]

새 자본유치 막힌 HD현대로보틱스
보스턴다이나믹스는 해외상장 난관
IPO 무산시 신기술 개발도 어려워


정부가 자회사 중복상장을 엄격히 제한하면서 HD현대로보틱스, 보스턴다이나믹스에 비상이 걸렸다. 상장을 못할 경우 대규모 자금을 안정적으로 조달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자금 여력이 부족해 고부가 기술 개발 시기가 늦어질 시 우리나라가 글로벌 로봇 시장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의 자회사 중복상장 금지 조치로 타격을 받는 기업 중 하나로 HD현대로보틱스가 꼽히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최근 중복상장에 따른 모회사 일반주주의 권익 침해를 막기 위해 상장 심사를 원칙 금지 및 예외 허용 체계로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HD현대그룹 지주사인 HD현대가 80% 이상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HD현대로보틱스는 올해 들어서 상장 주관사를 물색하는 등 기업공개(IPO)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정부 초치로 IPO 작업을 일시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상장을 고민 중인 현대차그룹의 보스턴다이나믹스도 난관에 부딪힐 전망이다. 정부가 자회사 중복상장 시 모회사 이사회에 주주 충실 의무를 부여하는 방안을 고려하면서다. 이는 지회사의 해외 상장 우회로를 막으려는 조치로 해석된다.

HD현대로보틱스, 보스턴다이나믹스가 애초 IPO를 고려한 이유는 투자금을 조달하기 위해서이다. 휴머노이드를 비롯한 고부가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천문학적인 자금이 필요한데, HD현대로보틱스와 보스턴다이나믹스 모두 다른 대기업 계열사 대비 매출 규모가 크지 않다. HD현대로보틱스는 지난해 매출 2630억원을 기록했고, 보스턴다이나믹스 연간 매출은 1000억원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

매출이 당장 큰 폭으로 성장하기 어려운 점을 고려할 때 HD현대로보틱스, 보스턴다이나믹스 모두 IPO가 절실한 상황이다. 국내 협동로봇 기업인 두산로보틱스도 투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2023년 상장을 진행한 바 있다. 두산로보틱스는 당시 상장을 통해 4200억원 이상의 자금을 조달, 이를 통해 신기술 개발과 인수합병(M&A)을 진행했다.

양사는 IPO 불발시 글로벌 시장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일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물론 IPO 외에도 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다른 방안은 존재한다. 비주력 사업 매각, 주식형 채권 및 파생상품 발행 등이 대표적이다. 다만 이를 택할 시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 특히 파생상품 발행은 빚으로 인식되는 만큼 기업 재무구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비주력 사업 매각은 매수자 물색 및 가격 협상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단점을 갖고 있다.

국내 대표 로봇 기업들이 자금 조달 방법을 고민하고 있는 사이 주요 로봇 기업들은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대표적으로 중국 로봇 기업인 유니트리는 지난해 5500대 이상의 휴머노이드 로봇을 판매, 글로벌 판매량 1위를 차지했다.

박수한 광운대 로봇학부 교수는 “고부가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데 기업들이 투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시 연구개발 흐름이 끊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영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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