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中, 2028년까지 매년 25조원 미국산 농산물 구매…미중무역위·투자위 설립”

미중정상회담 백악관 팩트시트…美 농축산물, 보잉기 등 수출 성과
희토류 등 中의 협상카드에는 “美 우려 다룰 것” 원론적 언급만
트럼프·시진핑, 이란 핵보유 불가에 동의…북한 비핵화 공동목표도 확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4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악수하고 있다. [UPI]

백악관은 17일(현지시간) 중국이 미국 농산물을 대량으로 구매하고, 미중 무역위원회를 설립해 향후 비민감부문 관세를 일정 규모 철폐하기로 했다는 내용의 미중정상회담 결과를 발표했다.

백악관이 이날 홈페이지에 공개한 팩트시트에서 중국이 오는 2028년까지 연간 최소 170억달러(25조5000억원) 규모의 미국 농산물을 구매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2028년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임기에 맞춘 시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집권 2기 임기는 오는 2029년 1월20일까지다.

중국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 내용도 명시했다. 팩트시트에는 중국이 400개 이상의 미국 쇠고기 시설에 대해 수출 허가를 갱신하고, 미국의 쇠고기 시설에 대한 모든 제한조치 해제를 위해 미 규제당국과 협력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쇠고기와 더불어 미국산 가금류도 중국 수출길이 다시 열릴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청정 지역으로 판정된 미국 주(州)로부터 가금류 수입을 재개하기로 했다. 백악관은 중국이 미 보잉 항공기 200대를 구매하기로 했다는 내용도 알렸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미중 무역위원회를 설립하기로 했다. 무역위원회에서는 민감하지 않은 부문의 상품에 대해 일정 부분 관세를 철폐하는 안을 논의한다. 대상 상품군을 정하는 것이 주 역할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지난 14일 미 경제방송 CNBC와의 인터뷰에서 “세탁기나 장난감” 등을 예로 들기도 했다. 미 당국자들은 관세 철폐 규모에 대해 상품 가격 기준으로 300억달러가 될 것이라 전했지만, 중국은 구체적인 규모를 언급하지 않았다.

중국이 쥐고 있는 최고의 카드인 희토류 및 핵심 광물과 관련해서는 이트륨, 스칸디움, 네오디뮴, 인듐 등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망 부족 문제에 대한 미국의 우려를 해소하기로 했다는 내용이 팩트시트에 포함됐다. 희토류 생산과 가공에 들어가는 장비·기술의 판매를 금지하거나 제한한 것과 관련해서도 중국이 미국의 우려를 다룰 것이라 나왔다.

미국이 상호관세 무효 판결 이후 대안을 찾기 위해 시행중인 무역법 301조 조사와 관련해서는 팩트시트에 관련 내용이 직접 언급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CBS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은 우리가 수입을 통제하기 위해 일정 수준의 관세를 부과할 것임을 알고 있다”며 “(301조) 조사 결과를 미리 단정할 수 없다. 조사 결과 우리가 예상하는 것처럼 중국이나 다른 국가들의 과잉 생산에 큰 문제가 있다는 것이 밝혀지면, 우리는 분명히 선택지들(관세·서비스 수수료·수입 쿼터)을 제시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리어 대표는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방문에 동행해 지난 14일 정상회담과 이튿날 차담 및 업무오찬 등 공식 회담 자리에 모두 배석했다.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은 미국과 중국이 공정성과 호혜성을 토대로 전략적 안정의 건설적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고임금 일자리를 창출하고 미국 제품에 신규 시장을 열어줄 포괄적 약속들을 협상해냈다”고 협상 성과를 과시했다. ‘전략적 안정의 건설적 관계’는 중국 측 정상회담 결과 발표에 먼저 등장한 표현이다. 미국도 회담 결과 발표문에 이를 그대로 적시했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회담에서 미국산 농축산물 및 보잉 항공기 수출 등 내세울만한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회담 내용을 면밀히 들여다보면 성과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회담 전에 이미 내용이 전해졌던 보잉 항공기 수출은 중국이 500대 가량 구매할 것이라는 예상치보다 절반에도 못 미치는 규모로 줄었다. 희토류 통제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중국의 약속이 명시되지 않아, 언제든 중국이 희토류 수출 규제를 협상카드로 다시 활용할 수 있는 상태가 됐다.

반면 시 주석은 대만을 적극적으로 의제에 올려 원하던 바를 상당 부분 얻어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5일(현지시간) 베이징에서 미국으로 돌아오는 전용기내에서 기자들에게 대만에 무기를 판매하는 것이 “아주 좋은 협상 칩”이라며 “팔 수도, 팔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44년간 고수해왔던 대만 무기 판매시 중국과 협의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뒤흔든 것이다. 이 외에도 회담 내내 중국을 미국과 대등한 경쟁국으로 부상시키는 등 중국의 장기적 목표에 부합한 성과를 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중국은 이번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바랐던 이란 압박 역할도 교묘히 피해갔다. 백악관은 팩트시트에서 양국이 이란의 핵 무기를 보유할 수 없다는데에 동의했고, 호르무즈 해협 통행 재개를 촉구한다는 데에도 입장을 같이 했다고 밝혔다. 또 어떤 국가나 기관도 호르무즈 해협에 통행료를 부과할 수 없다는 데에도 합의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는 원론적 입장을 재확인한 것일 뿐, 중국이 구체적으로 이란에 외교적 영향력을 가해 이란을 협상장으로 이끌겠다는 형태의 ‘역할론’에 대한 얘기는 담겨있지 않다. 이란전 출구 전략을 모색해온 트럼프 대통령이 사실상 ‘빈손’으로 귀국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대해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의 위에 수 중국 담당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이 현실적으로 (이란에) 행사할 수 있는 영향력에는 한계가 있다”며 “현재 이란 정권은 사실상 생존 모드로 움직이고 있고, 자국 이익을 최우선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유라시아그룹 역시 “이란 문제에서 미·중 협력은 제한적 수준에 머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유라시아그룹은 “중국이 미국의 우려를 완화하기 위해 미국산 에너지 수입을 늘리거나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 부과에 반대하는 수준까지는 가능하다”면서도 “그 이상으로 협력이 확대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은 북한을 비핵화한다는 공유된 목표를 확인했다”고 팩트시트에 소개했다. 그리어 USTR 대표도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은 한반도 비핵화 목표 유지에 동의했다”고 확인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북한 비핵화라는 목표를 견지하면서도 다른 대외 현안들에 밀려, 북한 비핵화와 관련한 구체적인 대화 또는 압박 방안은 제시하지 못했다. 중국 역시 최근 몇 년간 한층 밀접해진 북중관계를 의식해, 북한의 탄도 미사일 발사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차원의 규탄과 제재 강화에 협조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이런 상황에서 두 정상이 회담을 통해 한반도 문제를 논의했고, 구체적으로 ‘한반도 비핵화’에 대해 공감했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은 처음이다. 지난 14일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의 정상회담 이후 중국 신화통신은 “양 정상이 중동 정세와 우크라이나 위기, 한반도 등 중대한 국제 및 지역 문제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보도했으나, 당시 백악관이 발표한 공식 회담 결과에는 한반도와 관련한 내용은 빠져있었다.

도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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