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 통째로 번쩍!”…보스턴다이나믹스, 인간형 로봇 ‘아틀라스’ AI 진화 공개

냉장고 통째로 옮기며 고강도 작업 시연
팔·다리·몸통 활용한 전신 제어 능력 강조
시뮬레이션서 수없이 반복 학습
몸으로 무게 감지하는 아틀라스
현대차그룹, 2028년 미국 공장서 검증 착수


보스턴다이나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가 미니 냉장고를 들어 옮기고 있다. 아틀라스는 팔과 다리, 몸통을 함께 활용해 무게를 분산하고 균형을 잡는 전신 제어 능력을 시연했다. [보스턴다이나믹스 제공]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의 로봇 전문 계열사 보스턴다이나믹스가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Atlas)’의 새로운 작업 수행 영상을 공개하며 상용화 가능성을 다시 한번 부각했다. 최근 물구나무 동작을 선보인 데 이어 이번에는 냉장고를 직접 들어 옮기는 장면을 공개하며, 단순 퍼포먼스를 넘어 산업 현장 투입을 겨냥한 근력·균형 제어·인공지능(AI) 학습 능력을 강조했다.

보스턴다이나믹스는 18일(현지시간) 공식 유튜브 채널에 ‘아틀라스, 음료 좀 가져다줄래?’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렸다. 공개된 영상에서 아틀라스는 음료를 따로 꺼내 전달하는 대신, 음료가 들어 있는 약 45㎏의 미니 냉장고를 통째로 들어 연구원 앞으로 옮긴다.

이 과정에서 아틀라스는 몸통을 180도 회전한 뒤 자세를 낮춰 냉장고를 들어 올리고, 양팔과 상체로 하중을 지탱한 채 이동한다. 무거운 물체를 손끝으로만 잡는 것이 아니라 팔과 다리, 몸통을 함께 활용해 무게를 분산하고 균형을 잡는 모습이다. 사람도 혼자 들기 쉽지 않은 형태의 물체를 로봇이 안정적으로 다루는 장면을 통해 실제 산업 현장 투입 가능성을 보여준 것으로 풀이된다.

보스턴다이나믹스는 영상 설명에서 “사람들은 아틀라스가 음료를 가져다줄 수 있는지 묻지만, 이 로봇은 냉장고 전체를 통째로 가져다줄 수 있다”며 “AI 기반 동작 기술을 통해 무거운 물체를 다루는 고강도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아틀라스가 팔과 다리, 몸통을 함께 활용해 냉장고의 무게를 안정적으로 지탱하고 제어한다고 설명했다.

보스턴다이나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가 미니 냉장고를 들어 옮기고 있다. 아틀라스는 팔과 다리, 몸통을 함께 활용해 무게를 분산하고 균형을 잡는 전신 제어 능력을 시연했다. [보스턴다이나믹스 제공]


“손끝 아닌 몸 전체로 든다”…산업 현장 겨냥한 전신 제어


이번 시연은 실제 제조·물류·건설 현장에서 요구되는 고강도 육체노동을 겨냥한 실험이다. 공장과 창고, 건설 현장에는 형태가 일정하지 않고 무게 중심이 불안정한 물체가 많아, 로봇이 손으로만 물체를 잡는 수준으로는 안정적인 작업 수행이 어렵다. 아틀라스처럼 팔과 다리, 몸통을 함께 활용해 하중을 나누고 자세를 조정하는 능력이 필요한 이유다. 보스턴다이나믹스는 이 같은 근력과 지구력, 균형 감각, 정교한 조작 능력이 인간형 로봇이 실제 산업 현장에 투입되기 위한 핵심 기술이라고 보고 있다.

특히 이번 영상은 아틀라스가 카메라 인식에만 의존하지 않고 몸의 감각을 활용해 물체의 무게와 마찰, 위치 변화를 조정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보스턴다이나믹스는 아틀라스가 강화학습을 통해 냉장고를 드는 동작을 익혔다고 밝혔다. 시뮬레이션 환경에서 냉장고의 위치, 무게, 바닥과 물체의 마찰, 로봇 팔과 몸통 사이에 물체가 놓이는 방식 등을 수없이 바꿔가며 학습했다.

이 과정에서 아틀라스는 특정한 냉장고 하나를 외워서 드는 것이 아니라, 실제 현장에서 마주칠 수 있는 다양한 변수에 적응하는 방식을 익혔다. 보스턴다이나믹스 측은 이를 ‘피지컬 인텔리전스(물리 지능)’의 핵심 요소로 보고 있다. 산업 현장에서는 물체의 무게가 고르게 분산돼 있지 않거나, 내부 물건이 움직이거나, 바닥 상태가 달라지는 일이 빈번하기 때문이다.

보스턴다이나믹스가 시뮬레이션 환경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의 냉장고 운반 동작을 반복 학습시키는 모습. 아틀라스는 냉장고의 위치와 무게, 바닥 마찰 등 다양한 변수를 적용한 강화학습을 통해 실제 작업 대응력을 높였다. [보스턴다이나믹스 제공]


대량 생산 염두에 둔 설계…부품 단순화·현장 교체 가능


보스턴다이나믹스는 하드웨어 측면에서도 아틀라스가 기존 연구용 로봇과 차별화된다고 강조했다. 개발형 아틀라스는 실제 작업에 필요한 기동성과 힘을 확보하는 동시에 대량 생산과 유지보수를 염두에 둔 구조로 설계됐다. 몸체에는 두 종류의 액추에이터만 사용해 부품 복잡도를 낮췄고, 양팔과 양다리는 같은 구조를 반복 적용했다. 팔, 다리, 손, 머리 등 주요 부위는 현장에서 빠르게 교체할 수 있는 모듈형 구조다.

관절에는 케이블을 없애 회전 범위를 넓혔고, 앞뒤가 대칭인 발 구조를 통해 전진과 후진 모두에 대응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인간형 외형을 유지하면서도 실제 작업 효율과 내구성을 높이기 위한 설계로 풀이된다.

앞서 공개된 물구나무와 체조 동작도 단순한 묘기가 아니라 로봇의 열관리와 균형 제어, 낙상 회복 능력을 검증하기 위한 시연으로 볼 수 있다. 아틀라스는 약 90㎏에 달하는 무게에도 고난도 동작을 수행할 수 있도록 설계됐으며, 이는 향후 고온의 공장이나 반복 작업 환경에서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기반 기술과도 연결된다.

보스턴다이나믹스는 이번 냉장고 운반 시연에 사용된 손 역시 최신형 그리퍼가 아니라 지난 1년 반 동안 활용해온 작업용 그리퍼라고 밝혔다. 물구나무 자세에서 로봇 몸무게를 지탱할 정도의 강도를 갖춘 부품으로, 향후 더 정교한 손 구조도 선보일 계획이다.

보스턴다이나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가 연구원 앞에 미니 냉장고를 옮겨놓고 있다. 아틀라스는 AI 기반 동작 제어를 통해 무거운 물체를 지탱하고 이동하는 능력을 시연했다. [보스턴다이나믹스 제공]


현대차그룹 공장 투입 가시화…2028년 HMGMA서 검증


현대차그룹의 로봇 상용화 로드맵도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향후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 아틀라스 개발형 모델을 투입해 공정 단위별 검증을 진행할 계획이다. 2028년 HMGMA에 우선 투입한 뒤, 2029년 하반기에는 기아 조지아 공장(KaGA)으로 적용 범위를 넓힌다.

현대차그룹은 제조 현장의 16개 핵심 공정을 선별해 아틀라스 적용 가능성을 검증하고, 안전·생산성·품질 개선 효과를 확인할 방침이다.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생산거점으로 단계적 확대를 추진하고, 2030년까지 연간 최대 3만대 규모의 아틀라스 생산 체계를 갖추는 것이 목표다.

보스턴다이나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가 미니 냉장고를 들어 옮기고 있다. 아틀라스는 팔과 다리, 몸통을 함께 활용해 무게를 분산하고 균형을 잡는 전신 제어 능력을 시연했다. [보스턴다이나믹스 제공]


업계에서는 이번 영상이 인간형 로봇 경쟁의 초점이 ‘얼마나 사람처럼 보이는가’에서 ‘얼마나 실제 일을 할 수 있는가’로 옮겨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한다. 제조 현장에서 반복적이거나 신체 부담이 큰 작업을 로봇이 대신 수행할 수 있다면 생산성 향상뿐 아니라 작업자 안전 확보 측면에서도 활용도가 커질 수 있다.

송호성 기아 대표이사 사장은 최근 싱가포르와 홍콩에서 열린 NDR(기업설명회)에서 “조립 공정에도 여전히 신체적으로 힘든 작업이 많다”며 “아틀라스를 도입할 경우 작업자에게 가장 힘들고 가혹한 공정이 우선순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송 사장은 경제성에 대해 “미국과 한국은 인건비가 비싸기 때문에 4~5년 감가상각된 휴머노이드는 인간 노동력보다 저렴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다만 “인건비가 훨씬 싼 인도에서는 여전히 인간 노동력이 휴머노이드보다 경쟁력이 있을 수 있다”며 “인건비와 기존 자동화 수준에 따라 아틀라스 도입 수준은 공장별로 조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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