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하이닉스 반도체 호황 세금…돈 풀까 vs 빚 갚을까

국세수입 올해 415조원, 내년 500조 전망
세수 급증 속 재정 운용 방향 놓고 논쟁 확산
청년고용·구조조정 지원 재원 활용론 부상
“미래 투자 기금화 필요” 장기 운용론도 제기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반도체·인공지능(AI) 산업 호황으로 대규모 초과세수가 예상되면서 재정 운용 방향을 둘러싼 논쟁이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배당금’ 등 사회 환원 필요성을 강조하는 재분배론이 제기되고 있지만, 국가채무를 줄이고 재정건전성을 우선 회복해야 한다는 신중론도 맞서고 있다.

지난 4월 경기도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모습. [연합]


18일 정부 등에 따르면 2023년부터 2025년까지 연간 340조~370조원대에 머물렀던 국세수입은 올해 법인세와 근로소득세 증가 영향으로 추가경정예산 기준 최소 415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 전망치가 잇달아 상향 조정되면서 내년 국세수입이 사상 처음으로 500조원을 넘어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처럼 반도체 산업 중심으로 세수가 급증하면서 초과세수를 어디에 활용할지를 둘러싼 논쟁도 본격화하는 분위기다.

현행 국가재정법은 초과세수로 발생한 세계잉여금을 우선 지방교부세·지방교육재정교부금 정산에 사용하고, 이후 공적자금상환기금 출연과 국채 상환 등 국가채무 축소에 활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법정 의무 지출을 모두 이행한 뒤에야 추가경정예산 등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

반면 재분배 필요성을 강조하는 쪽에서는 최근의 세수 증가가 산업·계층 간 격차 확대와 맞물려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초과세수를 단순한 빚 상환에만 쓰기보다 K자형 성장 과정에서 아래로 밀려난 계층 지원에도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반도체와 증시 호황 이면에는 청년 고용 악화와 전통 제조업 구조조정 문제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며 “공공임대주택 확대, 산업 전환 지원, 전력망 투자 등 사회적 수요가 큰 분야에 초과세수를 활용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초과세수를 별도 기금 형태로 관리해 장기 재원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반도체 산업 성장 과정에는 정부 지원과 사회적 인프라 투자도 있었던 만큼 성과 일부가 사회 전체로 환류된다는 공감대가 필요하다”며 “지금 한국 경제는 돈을 버는 산업과 그렇지 못한 산업 간 격차가 커지고 있는 만큼 구조조정 지원이나 직업훈련, 전력망 구축 등 미래 성장 기반과 사회 통합을 위한 재원 활용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반도체 초호황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초과세수를 전제로 정부 지출을 크게 늘릴 경우 향후 업황 둔화와 세수 감소 국면에서 재정 운용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업황 변동성이 큰 반도체 산업 특성상 일시적 세수 증가를 구조적 재원처럼 활용하는 데는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은 이미 수년째 재정적자가 누적된 상황”이라며 “예상보다 세수가 더 걷혔다면 우선 국채를 줄이거나 국고에 적립해 향후 경기 둔화에 대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어 “경기 침체기에는 추경으로 재정적자를 확대하고, 호황기에는 초과세수까지 모두 써버리는 방식이 반복되면 재정건전성을 회복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산업 간 양극화 문제에 대한 대응 필요성에는 공감했다. 양 교수는 “반도체 산업 비중이 큰 한국 경제 특성상 특정 산업 중심의 성장 쏠림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새로운 현금성 배분보다 기존 예산 구조를 조정해 어려움을 겪는 산업과 계층을 선별 지원하는 방식이 더 적절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피터 하윗도 신중론에 힘을 실었다. ‘AI 호황에 따른 반도체 기업들의 이익 증가와 초과세수 활용 논의’와 관련된 질의에 그는 “지금의 사회 환원 방식이 충분한지, 추가 환원이 필요한지를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말했다.

이어 “AI는 아직 초기 단계의 기술이고 미래 전개 방향을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며 “반도체 산업 역시 현재와 같은 수요와 생산 증가가 앞으로도 지속될지는 불확실하다”고 지적했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