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그룹 에스파의 정규 2집 앨범 ‘레모네이드’ 기자간담회 [연합] |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그룹 에스파(카리나·지젤·윈터·닝닝)가 또 한 번 통쾌한 반전을 들고 귀환했다. 2024년 정규 1집 ‘아마겟돈(Armageddon)’으로 K-팝 신을 집어삼킨 지 딱 1년 만이다.
에스파는 최근 서울 송파구 소피텔 앰배서더 서울 호텔에서 개최한 정규 2집 ‘레모네이드(LEMONADE)’ 발매를 기념해 기자들과 만나 “그동안 ‘쇠맛’으로 많이 표현됐는데, 이번엔 올여름을 시원하게 보낼 수 있는 ‘신맛’으로 돌아왔다”고 말했다.
이번 컴백은 ‘일대 변신’이다. 에스파는 그간 쌓아온 커리어를 변곡점 삼아 다음 국면으로 넘어가는 본격적인 ‘재설계’의 장을 그려가고 있다. 음악 색깔의 완급 조절, 세계관의 확장, 세대를 가로지르는 협업, 무대 규모에 이르기까지 에스파는 완숙한 진화를 향하고 있었다.
에스파를 상징하는 공식 수식어는 ‘쇠맛’이었다. 차갑고 단단한 사운드, 광야 세계관의 메탈릭한 질감은 이들의 독점적 영토였다. 데뷔곡 ‘블랙 맘바(Black Mamba)’부터 ‘새비지(Savage)’, ‘넥스트 레벨(Next Level)’, 2024년 연말까지 신드롬을 일으킨 ‘슈퍼노바(Supernova)’에 이르기까지 에스파는 강력한 쇠맛 장인이었다.
이번엔 앨범 발매에 앞서 하이라이트 메들리가 공개되자 팬들은 ‘새콤달콤’이라는 별칭을 붙여줬다. 닝닝은 “에스파만의 강렬함은 가져가되, 여유롭고 쿨한 에너지를 느끼실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앨범에는 자신들의 주전공인 쇠맛 계열의 ‘쉐킨(SHAKIN)’을 배치해 균형을 잡았다. 카리나는 이를 “우리가 가진 쇠맛 수록곡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여름의 길목인 5월마다 대형 히트작을 내놓았던 에스파의 흥행 공식은 올해도 유효하다. 전작 ‘아마겟돈(Armageddon)’의 압도적인 성적이 주는 소포모어 징크스 우려를 청량함과 위트로 우회하며 해소한다.
![]() |
| 그룹 에스파의 정규 2집 앨범 ‘레모네이드’ 기자간담회 [연합] |
이번 앨범의 가장 날카로운 승부수는 선공개된 더블 타이틀곡이다. ‘WDA(Whole Different Animal, 홀 디퍼런트 애니멀)’에 가수 지드래곤(G-DRAGON)이 피처링과 랩 메이킹으로 참여했다. 카리나는 “데모 곡을 받았을 때부터 피처링을 염두에 뒀다. 어떤 아티스트가 잘 살려줄 수 있을까 고민하다 소속사와 얘기했고, 선배님이 흔쾌히 참여해 주셨다”고 밝혔다.
이번 협업은 K-팝 2세대의 정점이자 장르 확장의 표지판이었던 지드래곤과 4세대를 대표하는 에스파의 만남이라는 음악적 계보의 연결이다. 게다가 대중적으로 광범위한 연령대에 걸친 관심을 끌 수 있는 배치다.
지젤은 ‘WDA’의 무드를 “다크하고 압도적인 느낌”으로 정의했고, 카리나는 이 곡을 “세계관의 새 챕터, 시즌3을 예고하는 서사의 중심축”으로 규정했다. 피처링이 청각적 효과를 넘어 유기적 서사의 일부로 설계했다는 의미다.
글로벌 플랫폼을 겨냥한 협업도 이어졌다. 라틴 팝스타 베키 지(Becky G)가 디지털 전용 타이틀곡에, 힙합 스타 타이 달라 사인(Ty Dolla $ign)이 수록곡 ‘스위치블레이드(Switchblade)’에 참여했다. 세대와 국적, 장르를 파괴한 과감한 배치는 단일한 색깔에 갇히기보다 글로벌 시장별 진입로를 다각화하겠다는 영리한 포석이다.
총 11곡이 수록된 이번 신보는 에스파의 전 앨범을 통틀어도 가장 넓은 장르적 스펙트럼을 자랑한다.
타이틀곡 ‘레모네이드’는 트렌디한 신스 베이스가 돋보이는 일렉트로닉 댄스곡이다. 서양 속담을 인용해 ‘시련을 기회로 치환하는 위트’를 담았다. 닝닝은 “곡에서도 유쾌한 느낌을 살리기 위해 벌스 뒷부분을 장난스럽게 표현했고, 스페인어 파트도 발음을 계속 체크하며 녹음했다”고 비하인드를 전했다. 윈터는 이 곡을 “에스파만의 위트를 가장 잘 담은 곡”으로 꼽으며 애정을 드러냈다.
![]() |
| 그룹 에스파의 카리나 [연합] |
반면 같은 더블 타이틀인 ‘WDA’는 웅장한 신스 베이스와 묵직한 훅이 중심인 힙합 기반 댄스 트랙이다. 두 타이틀의 무드가 정반대라는 점은 전략적이다. 한 앨범 안에서 ‘어두운 에스파’와 ‘청량한 에스파’를 동시에 보여준다.
서사 면에서는 마침내 에스파의 세계관에 ‘균열(CRACK)’이 시작됐다. 지젤은 데뷔 초 가사들을 복기하며 “‘넥스트 레벨(Next Level)’에서 ‘광야의 것을 탐내지 마라’고 했던 경고들이 ‘레모네이드’까지 다 연결된다. 이번 새로운 챕터에서 마침내 균열이 일어났다”고 했다.
단단하고 폐쇄적이었던 ‘광야’의 서사를 스스로 해체하고 재조립하는 방식은 코어 팬덤의 내러티브적 만족감을 유지하면서도 대중성을 확보하려는 에스파만의 영리한 스토리텔링이다. 윈터는 “세계관을 통해 ‘주체적이고 당당한 나 자신’을 전하려 했는데, 이번엔 시련과 혼란이 닥쳐도 새콤달콤한 에너지로 갈아 마시겠다는 에너지를 담았다”고 했다.
에스파는 앨범 발매와 맞물려 오는 8월 7~8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새 월드투어 ‘싱크 : 콤플레시티(SYNK: COMPLæXITY)’의 포문을 연다. 윈터는 “콘서트를 보기만 했던 고척돔에 두 번째 정규 앨범으로 입성하게 되어 믿기지 않는다”며 감격했다. 투어는 서울을 시작으로 대만, 브라질, 멕시코,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총 25개 도시를 아우르는 대규모 대장정이다.
이번 앨범의 목표는 성과보다는 상호 소통이다. 카리나는 “정규 1집보다 잘 되면 너무 좋겠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저희 곡으로 많은 분이 에너지를 얻는 것”이라며 “‘레모네이드’의 메시지가 좋기 때문에, 그 에너지를 전달하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