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다시 3%대 진입…금리인상 가능성 커졌다

중동전쟁發 유가 상승 본격 반영
국제항공료 33.5% 역대 최대 상승
생활물가 3.3%로 2년 1개월 만 최고
한은 금리 인상 가능성 확대


중동 전쟁이 길어지면서 오는 5월 발권하는 국제선 항공권에 부과되는 유류할증료가 역대 최고 단계로 뛰어올랐다. 인천공항에서 이륙하는 대한항공 여객기 [연합]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1%를 기록하며 2년 2개월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중동 전쟁에 따른 국제 유가 급등으로 석유류 물가는 3년 10개월 만에 가장 크게 올랐고, 생활물가 상승률도 2년 1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라 체감 물가 상승 폭도 컸다.

국가데이터처가 2일 발표한 ‘2026년 5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9.92(2020=100)로 전년 동월 대비 3.1% 상승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를 넘어선 것은 2024년 3월(3.1%) 이후 처음이다. 올해 들어 1·2월 각각 2.0%를 기록하며 안정세를 보였던 물가는 3월 2.2%, 4월 2.6%에 이어 한 달 만에 0.5%포인트 뛰면서 3%대가 됐다.

중동 전쟁에 따른 국제 유가 상승이 물가 상승에 직격탄이 됐다.

석유류 물가가 24.2% 오르며 전체 물가를 0.92%포인트 끌어올렸다. 석유류 물가 상승률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초기인 2022년 7월(35.2%) 이후 최고다.

휘발유는 23.1%, 경유는 33.3% 올라 각각 2022년 7월 이후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고, 등유도 21.7% 상승하며 2023년 2월 이후 가장 크게 올랐다.

유가 상승 여파는 여행·숙박 서비스로도 번졌다. 5월 연휴와 유류할증료 인상 영향으로 해외단체여행비는 26.3%, 국내항공료는 25.9% 상승했다. 교통 부문 물가는 11.6% 올라 전체 지출목적별 항목 가운데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국제항공료는 33.5% 급등해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1995년 이후 최고 상승률을 나타냈다.

서비스 물가도 상승세를 이어갔다. 전체 서비스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2.8%, 개인서비스는 3.7% 상승했다. 특히 외식 제외 개인서비스는 4.4% 올라 전월(3.5%)보다 상승폭이 확대됐다. 외식 물가는 2.6%로 전월과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농축수산물도 2.2% 오르며 3개월 만에 상승 전환했다. 쌀이 13.5% 상승했고, 달걀과 갈치가 각각 10.2%, 15.1% 올랐다. 지난해 기저효과에 더해 최근 고온 현상으로 농축수산물 출하량 감소가 겹쳤다는 것이 데이터처 설명이다. 무(-27.5%), 배(-17.8%), 양파(-18.5%), 양배추(-43.9%) 등 일부 채소류와 과실류는 하락했다.

이두원 데이터처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가공식품 상승 폭이 둔화하고, 농·축·수산물 상승 폭 등을 고려하면 다른 분야까지 중동전쟁 영향이 아직 확대되진 않은 것 같다”면서도 “공급 측면 시차를 고려했을 때 하반기에 계속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소비자들이 자주 구매하는 품목으로 구성된 생활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3.3% 올랐다. 이는 2024년 4월(3.6%)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식품은 2.1%, 식품 이외는 4.2% 각각 상승했다.

전월세 포함 생활물가지수도 전년보다 3.0% 상승했다. 근원물가 지표인 식료품·에너지 제외 지수와 농산물·석유류 제외 지수는 모두 전년 동월대비 2.5% 상승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한국은행의 물가안정목표(2%)를 크게 웃돌면서 통화정책 부담도 커지고 있다. 특히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생활물가지수가 3.3%까지 오르면서 기준금리 인상 논의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신현송 한은 총재는 지난달 28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생활물가지수가 기대인플레이션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추측할 수 있는데 (이 수치가) 4월에 2.9%였다”고 말했다. 생활물가 상승이 가계의 물가 전망을 자극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전문가들은 현재 물가 상승이 단순한 유가 충격에 그치지 않고 가공식품과 외식, 석유화학 제품 등으로 확산될 경우 물가 상승세가 예상보다 오래 지속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석유가격 급등이 물가를 끌어올렸지만 가격상한제 등의 영향으로 상승 폭이 일부 제한된 측면도 있다”며 “그럼에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를 넘어섰다는 사실 자체는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신호”라고 말했다.

이어 “5월 셋째 주 이후 국제유가 상승세는 다소 안정되는 모습이지만 석유화학제품 가격은 시차를 두고 반영되는 만큼 추가 상승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비료 가격 등을 통해 농식품 가격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에너지 가격 상승은 제조업과 운송업 등의 생산비를 끌어올리고, 서비스업 역시 인건비와 운영비 증가 압력을 받게 된다. 비용 상승분이 제품 가격에 전가되면 물가를 다시 자극하는 ‘2차 물가 상승’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특히 수출 호조에도 내수 회복이 지연되고 있는 가운데 소비·투자 심리가 더욱 위축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4월)생산자물가 상승분이 향후 소비자물가에 전이될 가능성이 크다”며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한국은행 전망치인 2.7%를 웃돌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물가 상승세가 지속되면 통화정책 부담이 커지고 내수 경기 둔화와 가계 이자 부담 확대, 연체율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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