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장마 견디는 품종 확산…농가 소득도 좌우
[헤럴드경제=김선국 기자] 망고맛 복숭아와 코코볼 포도, 핑크캔디 딸기까지. 최근 농촌에서는 생산량보다 품종 경쟁력이 농가 수익을 좌우하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같은 작물을 재배하더라도 어떤 품종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가격과 소득이 달라지는 구조가 뚜렷해지고 있다. 소비자 취향을 겨냥한 품종은 물론 폭염과 장마를 견디는 기후 대응 품종까지 등장하면서 농촌의 품종 경쟁이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2일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현재 등록된 국산 품종은 총 2594개다. 이 중 식량작물이 997품종으로 가장 많고, 화훼 799품종, 특용작물 290품종, 채소 236품종, 과수 206품종 순으로 집계됐다. 과거에는 많이 생산할 수 있는 품종 개발이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소비자 선호와 기후 적응력을 동시에 고려한 품종 개발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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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이 개발한 다양한 원예작물 품종. [농촌진흥청] |
포도 ‘코코볼’은 껍질째 먹을 수 있는 편의성을 앞세워 시장을 넓히고 있다. 딸기 ‘핑크캔디’는 진한 향과 선명한 색감을 강점으로 디저트 시장에서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천도복숭아 ‘옐로드림’은 신맛은 줄이고 열대과일 향을 강화해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망고맛 복숭아’라는 별칭으로 불린다.
최근에는 소비자들도 단순히 포도나 복숭아를 찾기보다 품종명을 직접 검색하고 구매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품종 자체가 하나의 브랜드가 되고 있는 셈이다.
정승일 농협경제지주 산지도매본부장은 “예전에는 산지나 가격을 우선 봤다면 최근에는 품종명을 확인하고 구매하는 소비자가 많아졌다”며 “맛과 향, 식감 차이가 뚜렷해지면서 품종이 브랜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농가들도 생산량보다 소비자 취향 공략에 집중하고 있다. 맛과 향, 색감, 식감까지 차별화한 품종이 프리미엄 시장에서 높은 가격을 형성하면서 수익성 차이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김대현 농진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장은 “품종 개발은 이제 생산성뿐 아니라 소비자 기호를 얼마나 반영하느냐가 중요하다”며 “취향형 품종과 이상기상 대응 품종 개발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이어 “같은 작물을 재배하더라도 어떤 품종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농가 수익이 달라지는 만큼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우수 품종 보급에도 힘쓰겠다”고 덧붙였다.
기후변화는 품종 경쟁을 가속화하고 있다. 단순히 맛있는 품종보다 폭염과 장마, 병해충에도 품질을 유지할 수 있는 품종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농진청은 최근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품종 보급 확대에 힘을 쏟고 있다. 과거 다수확 중심의 품종 개발에서 벗어나 이상기후 속에서도 안정적인 생산이 가능한 품종 확보가 핵심 과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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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연구진이 기후변화 대응 품종인 ‘알찬미’를 재배·연구하고 있다. [농진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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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촌진흥청이 개발한 알찬미 품종[농진청] |
벼 품종에서는 고온 대응 품종이 대표적이다. 외래 품종인 고시히카리는 폭염 시 쌀알에 흰 반점이 생기는 문제가 있지만 국산 품종인 ‘해들’과 ‘알찬미’는 높은 기온에서도 품질 유지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알찬미는 경기도 이천 등 주요 쌀 주산지에서 재배 면적을 확대하고 있다.
가뭄 대응 품종인 ‘해찬’도 주목받고 있다. 물이 부족한 환경에서도 발아율이 높아 기후변화 시대 대안 품종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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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이 개발한 아리수 사과 품종[농진청] |
과수 분야에서는 사과 품종 ‘아리수’가 대표적이다. 밤 기온이 높아지면서 착색 불량 문제가 커지자 농진청은 고온에서도 붉게 익는 아리수를 개발했다. 수확 시기가 빨라 추석 출하용으로도 선호도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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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이 개발한 유미 복숭아 품종[농진청] |
복숭아 품종 ‘유미’는 장마철 잦은 비에도 당도 유지력이 높고 낙과 피해가 적다. 옐로드림 역시 고온기 상품성이 우수해 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재배가 늘고 있다.
밭작물도 예외는 아니다. 팥 품종 ‘홍다’는 쓰러짐에 강하고, ‘아라리’는 병해충 저항성을 높여 재배 안정성을 높였다.
김병석 농진청 국립식량과학원장은 “기후변화 적응 품종 개발은 식량안보와 농가 소득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제”라며 “극한 기후에서도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품종 확보가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에는 혈당 관리에 도움을 주는 기능성 쌀과 잡곡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며 “도담쌀 등 기능성 품종 개발과 산업화도 확대할 계획”이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