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훈 “‘왕사남’ 흥행 감사…들뜨거나 달라진 것 없어” [인터뷰]

티빙 ‘취사병 전설이 되다’ 주인공 강성재 役
‘왕사남’ 후 3~4개월 요리 연습 “칼질 늘어”
“작품 흥행 으스대기 싫어…팬 만족 최우선”

 

[YY엔터테인먼트 제공]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연타석 홈런이다. 이제 ‘흥행 보증 수표’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다. 영화 ‘왕과 사는 남자’(이하 ‘왕사남’)가 1680만 관객이라는 진기록을 세운 데 이어,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취사병 전설이 되다’까지 흥행 궤도에 올랐다. 단종이라는 역사 속 비운의 주인공에서 전설의 취사병을 향해 성장하는 캐릭터까지, 입는 옷마다 남다른 존재감으로 ‘대박’을 터뜨리고 있지만 정작 배우는 평온함 그 자체다.

“제 안에 변한 건 없어요. 늘 똑같은 상태인 것 같아요.”

일희일비하지 않는 담담한 대답에서 오랜 시간 아이돌로서, 그리고 배우로서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가고자 하는 그의 마음가짐이 엿보였다.

지난 2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박지훈을 만났다. 그는 지난달부터 ‘취사병 전설이 되다’(이하 ‘취사병’)의 이등병 강성재 역으로 시청자들과 만나고 있다. ‘취사병’ 촬영과 방영 사이, 박지훈은 ‘왕사남’의 흥행으로 ‘천만 배우’ 타이틀을 얻었다. 그는 감사 인사로 인터뷰의 문을 열었다.

[YY엔터테인먼트 제공]

“많은 분들이 ‘왕사남’을 사랑해 주셔서 감사해요. 기분이 좋긴 하지만 더 들뜨거나 하지는 않아요. 저는 늘 주어진 임무를 다할 뿐이에요.”

‘취사병’은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판타지 드라마다. 입대 직전 아버지를 잃은 이등병 강성재가 관심병사로 낙인찍힌 채 취사병 임무를 맡게 되고, 그 순간 눈앞에 게임 같은 퀘스트 창이 나타나면서 전설의 취사병으로 성장해 가는 과정을 그린다.

드라마는 군대를 배경으로 한 따뜻한 성장 서사와 개성 강한 캐릭터들의 ‘B급 감성’ 리액션이 시청자들의 취향을 저격하며 3주 연속 티빙 유료 가입 기여자 수 1위에 오르는 등 흥행 질주를 이어가고 있다.

“대본부터 너무 재미있었어요. 요리와 거리가 먼 제가 요리를 하면 어떤 모습일지 궁금했죠. ‘왕사남’ 촬영이 끝난 뒤 3~4개월 정도 요리를 배웠어요. 덕분에 요리의 메커니즘도 익히고 칼질 실력도 많이 늘었죠.”

작품에서 가장 큰 화제를 모은 것은 병사들이 보여주는 ‘B급 리액션’이다. 박지훈의 지분도 상당하다. 그는 극 중 미역을 휘감고 하늘에서 내려오고, 축구 골대 위에서 등뼈를 불며 러시아 민속춤을 추는가 하면, 할머니 분장을 한 채 애절하게 ‘손자’를 바라보기도 한다. 박지훈은 파격을 거듭한 촬영들이 “너무 재미있었다”며 웃었다. 실제로 그의 즉흥적인 아이디어에서 탄생한 장면도 있었다.

[티빙 제공]

 

[티빙 제공]

“워낙 베테랑 선배님들과 호흡하다 보니 모든 게 자연스러웠어요. 미역 옷을 입고 와이어를 타는 장면도 스스럼없이 촬영했고요. 등뼈로 피리를 부는 장면에서 러시아 민속춤을 춘 것도 현장에서 흘러나온 왈츠 음악에서 영감을 받은 거예요. 현장의 스태프들도 너무 좋아해 주셔서 저 역시 즐겁게 촬영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취사병’에서는 윤경호, 정웅인, 이상이, 안길강 등이 ‘신 스틸러’ 이상의 활약을 펼치며 웃음을 책임지고 있다. 박지훈은 “선배님들이 저렇게 열심히 하시는데 나도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며 “다들 코믹 연기를 워낙 잘하셔서 많이 배웠다”고 말했다.

‘왕사남’ 흥행 이후 그를 대하는 배우들의 태도에도 작은 변화가 생겼다. 박지훈은 윤경호를 언급하며 웃음을 터뜨렸다.

“작품이 잘되고 나서 경호 선배님이 어느 순간 저를 어려워하게 됐다고 하시더라고요. 저는 똑같이 지내고 있었거든요. 어느 날은 저한테 ‘단종님, 힘드시죠?’라고 하시는 거예요. 저는 오히려 그게 더 불편했던 것 같아요.(웃음)”

박지훈은 군 입대도 앞두고 있다. 그는 “내년에는 꼭 가야 한다”고 말했다. 해병대 수색대 지원 의지도 여전하다.

“취사병 연기를 하긴 했지만 여전히 제 로망은 강한 훈련을 받는 데 있는 것 같아요. 해병대도 나이 제한이 있기 때문에 내년에 지원하려고요. 이상하게 해병대에 끌려요. 수색대 시험에 떨어지더라도 해병대는 꼭 가고 싶어요.”

[YY엔터테인먼트 제공]

작품이 큰 성공을 거두면서 배우 박지훈을 찾는 이들도 많아졌다. 직장인부터 악역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의 캐릭터 제안이 들어오고 있지만 아직 차기작은 결정하지 않은 상태다. 그는 특히 악역에 대한 욕심을 내비쳤다.

“맛으로 표현하자면 지금까지는 단맛이나 쓴맛만 보여드린 것 같아요. 그런데 세상에는 매운맛도 있고 또 다른 맛들도 있잖아요. 제가 해보지 못한 정말 악한 범죄자 역할이나 그런 인물들이 등장하는 느와르 작품에도 도전해 보고 싶어요.”

‘단종’ 박지훈은 여전히 강렬하다. 앞으로도 이어질 그의 필모그래피에서도 ‘왕사남’은 결코 빠질 수 없는 작품이 될 테다. 하지만 작품이 잘됐다고 해서 그것을 넘어야 한다는 부담감을 느끼는 것은 아니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다시금 ‘왕사남’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박지훈은 “모든 작품은 별개다. 하나가 끝나면 그다음으로 넘어가는 성격”이라며 선을 그었다.

“저는 작품이 잘됐다고 으스대는 모습은 보기 싫어요. 흥행은 배우 한 사람의 힘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의 노력으로 이뤄지는 것이잖아요. 어깨에 힘이 들어간 제 모습은 상상하기도 싫어요. 작품과 무대에서 저를 좋아해 주시는 분들을 만족시키는 것이 제 일이니까요. 항상 그 퀘스트를 안고 노력해 나가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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