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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안하게 태어난 사람들 대니얼 키팅 지음 정지인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
다른 사람들보다 예민한 아이들이 있다. 사소한 견해 차에도 화를 내고 폭력을 쓰며 극단적인 충동에 휩쓸리는 아이들. 우울증, 주의력결핍장애(ADHD), 공황, 중독 등으로 진단되는 이들의 핵심 문제는 바로 ‘불안’이다. 가정환경이나 경제적 조건, 자라온 배경과 상관없이 최근 5년 새 10대 우울증은 90% 급증했고, 청소년 마약범죄는 14배 가까이 느는 등 아이들은 비슷한 방식으로 무너지고 있다.
세계적인 발달심리학자인 대니얼 키팅 미시간대 교수는 신간 ‘불안하게 태어난 사람’들에서 ‘불안한 아이들’은 생물학적 스트레스 스위치가 고장 났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저자가 캐나다고등연구소(CIFAR)에서 20여년에 걸쳐 여러 연구자와 수십만 명의 발달 궤적을 따라간 결과, 인간이 스트레스에 지속해서 노출되면 스트레스 조절 유전자인 NR3C1에 메틸기가 달라붙어 그 기능을 억제하는 ‘스트레스 메틸화’가 일어났다. 특히 아이의 임신부터 생후 첫 1년까지가 가장 결정적인 시기라고 진단한다. 이 시기 아이의 스트레스 조절시스템이 형성되는데 임신 중 엄마가 경제적 어려움이나 이혼, 전쟁 등으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면 엄마의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이 태아의 혈액으로 옮아갈 만큼 높아질 수 있다. 엄마의 스트레스 호르몬은 아이의 스트레스 유전자를 잠가 아이는 ‘불안 스위치’가 켜진 채 세상에 나오게 된다. 생후 1년 동안 양육자가 비슷한 상황에 놓일 경우에도 같은 생물학적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불안 스위치’가 켜진 아이는 유년기 또래 관계나 학교생활에만 영향을 받진 않는다. 성인이 된 후에도 불안과 우울, 중독과 번아웃에 더 취약하다. 심지어 중년 이후에는 심장질환이나 면역계 이상, 조기 사망위험까지 커질 수 있다. 임신기와 생후 1년이라는 짧은 시기에 부모가 겪는 스트레스가 아이의 감정 상태를 넘어 학업, 관계, 건강, 수명 등 전 생애에 걸쳐 영향을 미치는 셈이다. 즉 부의 기회나 계층뿐 아니라 불안까지 대물림된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저자는 ‘불안 스위치’를 켜는 진짜 주범으로 사회적 불평등에 주목한다. 극심한 사회적 격차 속에서 끊임없는 비교와 경쟁, 추락에 대한 불안을 경험하는 구조 그 자체가 사회구성원에게 스트레스를 줘 건강과 수명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 저자는 영국의 ‘화이트홀 연구’를 예로 들었다. 런던 공무원 수만 명을 20여년 동안 추적한 이 연구는 조직 내 지위와 통제권이 낮을수록 심장질환과 우울, 조기 사망률이 4배까지 차이가 났다는 연구결과를 도출했다.
그렇다고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인간의 뇌와 스트레스 시스템이 환경에 영향을 받는 만큼 회복될 가능성도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아이에 대한 안정된 애착 형성, 일관된 돌봄, 학교 기반 자기조절 훈련 등 불안의 사슬을 끊을 기회가 있다. 또 임신과 출산 시기 과도한 노동과 스트레스를 줄이는 제도, 육아휴직, 소득 불평등을 완화할 수 있는 사회적 안전망이 있다면 부모의 스트레스를 아이에게 더는 옮아가지 않는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신소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