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수 좋은 날 [헤럴드 단편 : 오늘에 대한 우리 이야기]

일러스트=김효민·챗GPT


정오에 가까운 시각, 조명주에게 문자 메시지 한 통이 도착했다.

작가님, ‘고전 앤설로지’ 중쇄했습니다! 혹시 수정사항 있으시면 연락 주세요!

“중, 중쇄라고? 내가?”

조명주는 깜짝 놀라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십 년 전 서른 한 살의 나이에 작은 공모전으로 입선해 소설가로 첫 발을 내디뎠다. 이후 세 권의 장편소설과 네 권의 앤설로지를 출간했지만 단 한 번도 중쇄를 한 적은 없었다. 이런 그에게 출간한지 반 년이 넘은 책이 갑작스레 중쇄를 했다는 건 엄청난 일이었다. 빠르게 감사하다고 답을 보낸 후 주방으로 향했다. 믹스커피를 한 잔 타서 홀짝이며 핸드폰으로 포털사이트에 접속했다. ‘조명주’로 검색을 하기 위해서였다.

자신의 이름으로 에고서치를 한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동명이인 조명주들의 성과만 쭈루룩 뜰 뿐이었다. ‘고전 앤설로지’와 ‘운수 좋은 날’로 검색을 해보아도 결과는 별 것 없었다. 반 년 전, 신간이 나왔을 무렵 서평 이벤트를 통해 적은 리뷰들만 계속 나왔다. SNS도 결과는 마찬가지였기에 조명주는 마지막으로 유튜브에 접속했다.

유튜브에서 조명주 작가로 검색을 하면 제일 위에 데뷔 당시 인터뷰 영상이 뜬다. 영상의 조회수는 하루에 한 회씩 늘어난다. 조명주가 매일 누르고 있다. 오늘도 그 영상이나 뜨겠지 했는데 놀랍게도, 다른 영상이 가장 먼저 보였다.

조명주 소설 ‘운수 좋은 날’ 전편 낭독.

작년, 조명주는 고전 앤설로지에 참여했다. 10명의 작가들이 한국 고전 단편소설을 골라 재해석하는 기획이었다. 조명주는 이중 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을 골라 적었다. 이 단편소설이 유튜브에 떴다니, 조명주는 깜짝 놀라 영상을 클릭했다. AI로 만든 화면과 함께 낭독자가 자신을 전문 성우라고 소개했다. 그는 조명주의 소설을 감명 깊게 읽어 전문낭독을 녹음했다고 밝히며 저작권자의 허락 하에 콘텐츠를 제작했다고 말했다. 이 영상의 조회수가 벌써 1만회가 넘어서고 있었다.

“설마 이것 때문에 중쇄를? 아니, 그보다……이런 영상 만든다는 연락 못 받았는데?”

약간 찝찝한 기분이 들었지만 금세 잊었다. 중쇄 소식과 성우의 칭찬에 어깨가 으쓱한 탓이었다. 이 날, 조명주는 하루종일 틈이 날 때마다 배경음악처럼 하루종일 영상을 틀어놓고 지냈다.

다음 날 아침, 조명주는 평소와 달리 포털사이트가 아닌 유튜브부터 접속했다. 그새 <운수 좋은 날>은 무려 3만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었다.

“내가 지금까지 팔린 책 부수보다도 훨씬 많잖아!”

조명주는 3만부가 팔리면 들어올 돈을 계산해본 후 출판사에서 올 연락을 기다렸다. 어쩌면 또 중쇄했다는 소식을 전하며 유튜브 수익에 대한 논의를 해올지 몰랐다.

하루, 이틀이 지나도 출판사는 아무 연락이 없었다. 그러는 사이 유튜브 영상의 조회수는 꾸준히 올라가다가 갑자기 34만회까지 폭등했다.

조명주는 흥분해서 ‘유튜브 조회수 34만회 수익’을 검색했다. 34만회의 수익에 대한 결과물은 찾을 수 없었으나 10만회에 30만원정도라는 글을 발견할 수 있었다. 조명주는 생각보다 적은 돈에 실망했지만 이게 어디야, 하는 생각에 바로 출판사 이메일로 유튜브 링크를 첨부하며 수익 분배가 어떻게 되는지 문의를 넣었다.

한 시간 후, 출판사에서 답장이 도착했다.

저희는 정식 2차 저작권 계약을 맺은 오디오북 전용 플랫폼을 제외하고는 전문 녹음을 허락하고 있지 않습니다. 말씀하신 채널의 영상을 확인한 결과, 출판사의 허락 없이 전문을 녹음해 올린 것으로 보입니다. 이 영상은 저희가 바로 신고 조치를 해두겠습니다.

즉, 허락 없이 올라온 영상이란 뜻이었다. 조명주는 울컥하는 마음이 있었지만 출판사에 따질 일은 아닌 것 같았다. 뭣보다 인생 첫 중쇄를 해준 출판사 아닌가! 일단 알았다고 답장을 보낸 후 다시 유튜브 영상에 접속했다. 그 사이 조회수는 더 높아져 50만회를 넘어서고 있었다.

“또 올랐다고? 이거 삭제되면 수익은 어떻게 되는 거지?”

바로 ‘유튜브 영상 삭제 시 수익’으로 검색해 보니 ‘영상은 삭제되어도 수익은 받을 수 있다’는 AI의 답변이 떴다. 최악의 경우, ‘신고가 들어가도 경고 조치만 취해지고 영상이 삭제되지 않을 수 있다’는 말도 있었다.

“잠깐만. 이 영상이 만약 백만 회 조회수를 기록한 후 삭제되면 그 돈을 저 성우가 혼자서 다 먹는다는 말인가?”

조명주는 분노했다. 조금이라도 더 조회수가 오르기 전, 이 상황을 막고 싶었기에 당장 가서 영상에 댓글을 달았다.

안녕하세요, 제가 이 소설을 적은 작가인데요. 저는 이 영상 허락한 적이 없습니다. 당장 내려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기다려봤지만 원하는 조치는 취해지지 않았다. 조명주는 이번엔 채널의 이메일을 찾아 같은 내용의 이메일을 보냈다. 10분 만에 이메일을 수신 확인했다고 떴다. 조명주는 이제 바로 영상을 지우겠지 생각하며 유튜브 채널을 지켜보았지만 변화는 없었다. 조명주는 갑갑한 마음에 다시 한 번 덧글을 달아 보았다.

양심을 똥구멍으로 먹었습니까? 왜 영상 안 지웁니까? 어서 지워주세요. – 작가 조명주

이러면 반응이 오겠지 싶었으나, 오히려 이상한 답글이 달렸다.

작가인 척하는 어그로 즐 ㅋㅋㅋ

와 영상 잘 되니까 별 게 다 나타나네ㅋㅋ이 채널은 저작권 다 허락 받고 만드는 곳이야

성우님 힘내세요! 이상한 덧글에 신경 쓰지 마세요!

“내가 작가라고!”

조명주는 갑갑한 마음에 화면을 보며 소리도 질러 보았으나 조회수에는 영향을 주지 않았다. 100만회를 넘어서더니 이젠 빠르게 200만회에 다가서고 있었다.

다음 날 아침, 조명주는 출판사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작가님, 또 중쇄했어요! 축하드려요!”

조명주는 기쁘지 않았다. 유튜브가 마음에 걸린 탓이었다. 조명주가 유튜브 채널 이야길 하자 편집자 역시 허탈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정말 그 영상 때문에 책이 팔리는 걸까요…….”

“그래도 삭제하는 게 옳겠죠…….”

“그렇죠…….”

서로 말은 안 하지만 같은 생각을 하는 듯했다.

전화를 끊은 후, 조명주는 다시 한 번 유튜브 화면을 새로고침을 했다. 그 사이 급격히 올라간 조회수를 가만히 지켜보며 생각했다.

‘이대로 놔두면 저 유튜브는 계속 수익을 창출하겠지. 하지만 이 영상 때문에 책이 팔리는 거라면, 그냥 둬야 하는 거 아닐까?’

아무리 해도 생각이 정리되지 않았다. 대신 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 마지막 문장만 떠올랐다.

“어쩐지 운수가 좋더라니만…… 책이 팔리는데도 기쁘지가 않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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