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딩 오퍼레이션 등 조치 이어갈 듯
금융권 CET1 하락 등 건전성 악화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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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이 심리적 마지노선인 1550원선마저 넘어서면서 금융권 전반에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의 대규모 주식 매도가 원화 약세를 부추기는 가운데 중동 전쟁 장기화, 미국 금리 인상 전망까지 더해지며 환율 상단을 1600원까지 열어둬야 한다는 비관론도 힘을 얻고 있다.
▶당국, 일부 투기적 거래 겨냥해 경고=8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17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은 1555.2원에 거래를 시작했다.
관계 당국은 NDF(역외선물환) 시장을 중심으로 한 투기적 외환 거래를 최근 원/달러 환율 급등의 ‘주범’으로 보고 있다. 한국은행은 이날 “최근 외환시장에서 환율은 수급요인 이외에도 NDF 등 일부 투기적 외환거래가 변동성을 증대시킨 것으로 판단된다”며 “펀더멘털 대비 과도한 변동성과 일방향의 쏠림을 결코 용인하지 않고 강력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 시장에서 끌어올린 환율이 시장의 환율 상승 기대감으로 이어지면서 원화 가치가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NDF란 해외에서 외화를 직접 거래하지 않고, 만기 시점 환율 차이만 정산하는 파생상품이다. 증거금(보증금)만 내면 실제 금액의 수십 배까지 투자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적은 돈으로 외환시장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구조다.
당국이 외환시장 거래 24시간 연장 등 ‘원화의 국제화’를 추진하는 것도 NDF 거래의 영향력을 줄이려는 방안 중 하나다. 해외에서 이뤄지는 불투명한 거래를 국내로 끌어들여 투기성 외환거래를 최소화하려는 것이다. 당국은 동시에 과도한 쏠림을 막기 위해 스무딩 오퍼레이션(미세 조정)과 국민연금 외환스왑 등 단기적 조치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스무딩 오퍼레이션은 한은이 보유한 달러를 시장에 내다 팔고 원화를 사들이는 외환시장 매도 개입을, 국민연금 외환스왑이란 국민연금이 한은으로부터 직접 달러를 거래하는 것을 말한다.
두 조치 모두 외환보유액에서 달러를 풀어 환율을 안정화한다는 공통점이 있는 만큼, 앞으로 외환보유액이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외환시장 안정화 조치에 외환보유액은 전월보다 8억8000만달러 줄어든 4269억9000만달러였다.
▶실물경제 타격 땐 금융권 전반 부실로=환율 상승 압력이 세지면서 주요 금융지주와 은행도 자본 건전성과 유동성 영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당장 이들에게 닥친 과제는 자본 건전성 지표인 자기자본비율 사수다. 환율이 오르면 외화자산의 원화 환산 가치가 커지면서 위험가중자산(RWA) 규모가 불어나 자기자본비율이 하락하기 때문이다.
통상 원/달러 환율이 10원 오를 때 은행의 보통주자본비율(CET1)은 0.02%포인트가량 떨어지는 것으로 추산된다. 최근 한 달간 환율이 70원 가까이 올랐다는 점을 고려하면 CET1 역시 0.14%포인트가량 내렸을 것으로 보인다.
환율 상승은 외화 유동성 압박으로도 작용하는데 은행으로서는 자금 조달 부담이 커지고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산정에도 불리하다.
금융권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단연 실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다. 환리스크 헤지 능력이 취약한 중소 수출입 기업을 중심으로 대출 건전성이 급격히 악화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 장기간 이어진 경기 둔화로 대출 건전성은 이미 악화될 대로 악화된 상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국내 은행의 부실채권(고정이하여신) 비율은 2021년 3월 말(0.62%) 이후 5년 만에 0.6%대에 진입했다. 부실채권 잔액이 3개월새 1조원 이상 늘어난 여파다. 연체율 역시 같은 시기 0.56%를 기록했는데 같은 달 기준으로는 2016년(0.63%) 이후 10년 만에 가장 높았다.
전문가들은 구조적인 국내 요인 역시 환율 상방 압력을 높이고 있는데, 미국의 인공지능(AI) 버블 붕괴로 반도체 경기가 꺾일 경우 국내 경제가 급격히 악화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상승압력이 지속되고 있고 1600원까지는 갈 수도 있다”며 “국내적 요인이 상당하고 미국 금리도 높아지고 있는데다 유가도 장기간 높은 수준에서 지속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은희·김벼리·서상혁·정호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