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급노동자도 월 20일·하루 8시간 일한다…한국노총 “최저임금 적용 가능”

배달기사·학습지교사 등 실태조사 공개
“노동시간 측정 가능…플랫폼이 이미 데이터 보유”


4일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열린 제3차 전원회의에서 사용자위원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전무(왼쪽부터), 근로자위원인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과 민주노총 이미선 부위원장이 권순원 위원장의 발언을 듣고 있다. 이번 회의에서는 택배기사와 배달라이더 등 도급제 근로자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 여부를 논의한다. [연합]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음식 배달기사와 가전 방문설치기사, 학습지 교사 등 이른바 ‘도급제 노동자’들도 일반 임금노동자와 비슷한 수준으로 일하고 있어 최저임금을 적용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제4차 전원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도급제 노동자 최저임금 적용 방안’을 발표했다.

이날 발표를 맡은 유정엽 한국노총 정책본부장은 노동부 연구용역으로 진행된 ‘도급제 근로자 최저임금 별도 적용 논의를 위한 실태조사’ 결과를 근거로 제시했다. 해당 보고서는 노동부가 도급제 노동자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 여부를 논의하기 위해 마련한 자료로, 최저임금위원들에게만 공개됐다.

조사 대상은 배달·택배기사, 가정방문 설치 노동자, 돌봄·가사서비스 종사자, 방과후교실 강사, 방문학습지 교사 등 6개 직종 약 65만1000명이다.

조사 결과 이들 도급제 노동자의 월평균 근로일수는 19.3~22.2일, 하루 평균 노동시간은 7.4~8.8시간으로 나타났다. 한국노총은 이를 근거로 도급제 노동자 역시 일반 임금노동자와 유사한 방식으로 노동시간을 산정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 응답자의 81.2%는 자신의 노동형태가 임금노동자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업무 통제 수준도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93%는 일한 대가를 기업이나 플랫폼이 사실상 일방적으로 결정한다고 답했고, 고객이나 플랫폼으로부터 업무 지시를 받는 비율도 평균 74%에 달했다.

출퇴근 시간이나 대기시간 등에 대한 통제를 받는다는 응답도 높았다. 돌봄·가사서비스 종사자는 84.8%, 방문학습지 교사는 68.2%가 사용자 측의 시간 통제를 받고 있다고 답했다.

특정 플랫폼이나 회사에 전속돼 일하는 비율은 54.4%로 절반을 넘었다. 다른 사람이 업무를 대신할 수 있다는 응답은 14.2%에 그쳤다. 특히 방문학습지 교사의 경우 81.8%가 대체 가능한 인력이 없다고 답했다.

회사나 플랫폼이 부과하는 벌칙 등 제재가 존재한다는 응답도 71.2%에 달했다.

한국노총은 이러한 조사 결과가 도급제 노동자의 실질적 종속성을 보여주는 동시에 최저임금 적용을 위한 노동시간 산정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점을 입증한다고 주장했다.

유 본부장은 “플랫폼 기업들은 이동시간과 대기시간, 실제 업무수행 시간 등 방대한 데이터를 이미 확보하고 있다”며 “이를 활용해 표준노동시간을 산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총수수료에서 유류비 등 필요경비를 제외한 순소득을 표준노동시간으로 나누면 시간당 임금을 계산할 수 있다”며 “이를 최저임금 적용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웹툰 작가처럼 노동시간을 객관적으로 산정하기 어려운 직종에 대해서는 최저임금 대신 ‘최저보수제’ 등 별도 보호 장치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한편 최저임금위원회는 올해 심의에서 배달라이더와 택배기사, 학습지 교사 등 도급제 노동자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 문제를 주요 쟁점으로 논의하고 있다. 노동계는 플랫폼·특수고용 노동자 보호를 위해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경영계는 노동시간 산정의 어려움과 업종별 특수성을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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