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권한중첩땐 행정 혼선”
전문가 “지방분권 취지 훼손” 지적
토허구역 이어 중앙집중 논란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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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도지사가 갖고 있는 정비구역 지정 권한을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부여하는 내용의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개정안이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가운데, 국토부에서 사실상 ‘반대’ 의견을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주택 공급의 주요 수단인 정비사업 구역 지정 권한이 중첩될 경우 행정에 혼선이 올 수 있다는 이유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앞서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권한이 중앙정부에 쥐어진 데 이어 정비구역 지정 권한도 손보려하는 등 주택 정책을 정치적으로 활용하는 데 대한 경고의 목소리가 나온다.
▶장관에 정비구역 지정·해제 권한 부여 ‘도정법 개정안’에=1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따르면 안태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월 정비구역 지정이 지체되는 지역에 대해 국토부 장관이 직접 정비구역을 지정·지정해제할 수 있도록 하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정비구역을 심의할 때도 지방도시계획위원회가 아닌 중앙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 도정법 개정안은 지난 4월 국토교통위원회에 상정돼 한 차례 논의를 거친 상태다. 하지만 정작 국토부는 해당 법안에 대해 ‘주택 공급 촉진’이라는 발의 취지는 공감하면서도 ‘신중 검토’ 의견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반대 의견을 표명한 것이다.
이유는 이 같은 인허가 권한 확대가 자칫 정비사업의 속도를 오히려 떨어뜨릴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국토부 측은 “국토부 장관과 특별시·광역시장이 중첩적으로 정비구역 지정권한을 행사하게 되는 경우 행정 혼선으로 인해 오히려 사업이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비구역 지정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구역지정 변경, 사업시행인가 등 사후 관리가 필요한 정비사업의 특성이 고려되지 못한 점도 거론됐다. 국토부는 “정비구역 지정 이후에도 현행 정비구역 지정권자가 후속 관리하는 인허가 체계를 고려할 때 이 과정에서도 행사가 중첩돼 사업이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정비구역 지정 권한, 참여정부 시절 각 지자체 이양=국토부는 대신 정비구역 지정권자가 지방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지체하는 경우, 구청장 등이 국토부 장관에게 보고해 국토부 장관이 정비구역 지정권자에게 지방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대안을 제시했다. 정비사업이 지나치게 지연되는 지역에 장관이 속도를 붙일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자는 사실상 ‘절충안’을 제시한 것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통화에서 “교착 상태에 빠져있는 지역에 대해 중앙정부가 개입해 조정을 해줄 수는 있겠지만 인허가를 직접 하는 안은 쉽지 않을 것이란 공감대가 (정부 내) 형성돼 있다”고 전했다. 실제 전문가들도 정비사업 지정 권한의 중앙정부 이양은 주택 시장에 적잖은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정비구역 지정 권한은 참여정부 시절이던 지난 2003년 ‘지방분권 로드맵’에 따라 각 광역자치단체장으로 전면 이양됐다.
주민의 재산권, 투기유발 가능성 등 이해관계 충돌이 큰 정비사업 특성상 해당 지역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지자체가 직접 지정하고 조정하는 게 더 효율적이었기 때문이다.
이지현 주택산업연구원 도시정비실장은 “인구가 50만명 이상인 도시에서는 지자체가 주거환경정비계획을 수립한다”며 “지자체가 수립하는 이유는 전체적인 정비 및 멸실 물량의 총량을 관리하기 위해선데, 여기에 국토부 계획이 끼워지기 시작하면 혼란이 야기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여권, 지자체 권한 중앙정부로 이관 ‘확대’=여권은 해당 법안이 아니더라도 최근 주택 정책의 권한을 점차 지자체에서 중앙정부로 이관하는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 중이다.
대표적으로 9·7 부동산 공급 대책을 통해 발표된 ‘노후 공공청사 복합개발 특별법’은 국토부 장관의 직권 개발권을 포함하고 있다. 국가, 지자체, 공공기관이 보유한 유휴 국공유지를 국토부 장관이 직접 복합개발지구로 지정하고 사업 시행자까지 선정할 수 있게 했다. 그 과정에서 지자체, 관계기관과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도 30일이 지나면 협의가 이뤄진 것으로 간주하고 다음 절차로 넘어간다.
시도지사가 갖던 단일 지방자치단체 내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권한을 국토부 장관에게 주는 ‘부동산 거래 신고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도 본회의 통과만 남겨두고 있다.
정부는 현행법상 ‘둘 이상의 시·도 관할 구역에 걸쳐 있는 경우’에는 장관도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지정할 수 있다는 조건을 활용해 서울 전역과 경기도 12개 지역을 모두 묶었다. 정부와 여당은 이런 조건이 없이도 서울의 개별 자치구를 장관이 토허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수는 “토지거래허가구역의 본래 취지는 투기성 유입을 막기 위한 것으로, 지자체장이 지역을 알뜰살뜰하게 살피기 위한 수단”이라며 “이 같은 권한이 정치적으로 활용되면 궁극적으론 전월세 그리고 매매가의 ‘트리플 상승’ 등 주택 시장이 혼란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홍승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