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 靑정책실장 “한국, AI 공급망 떠받치는 거점 가능”

반도체·데이터센터·피지컬AI ‘프로젝트 트리니티’ 제시
“AI 데이터 센터, 비수도권에 들어서는 것이 유리”
“반도체 시대 쌓은 제조 경쟁력, 피지컬 AI 시대 무기”
“세 산업의 합이 아니라 하나의 국가 단위 AI 플랫폼”


김용범 정책실장이 지난달 13일 호텔현대 바이 라한 울산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 주재 K-조선 미래비전 간담회에 참석해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문혜현 기자]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11일 “한국은 반도체, 전력 인프라, 첨단 제조를 한꺼번에 갖춘 흔치 않은 나라다. 이 셋이 맞물리면 한국은 단순히 부품을 대주는 나라가 아니라 AI 공급망 전체를 떠받치는 거점이 될 수 있다”면서 ‘프로젝트 트리니티’라는 국가 AI산업 전략을 제시했다.

이재명 대통령 순방을 수행해 이탈리아를 방문 중인 김 실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반도체, 데이터센터, 피지컬 AI를 ‘AI 시대의 산업 삼각축’으로 규정하고 이같이 말했다.

김 실장은 “지금 이 3대 파이프라인이 전 세계적으로 다시 짜이고 있다”며 각각의 산업을 담당했던 미국, 중국, 대만이 위기에 빠지면서 한국이 새로운 기회를 찾을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하나만 잘하면 거기서 멈춘다. 반도체만 있으면 부품 파는 나라, 전력망만 있으면 서버 빌려주는 나라, 제조 역량만 있으면 범용 하드웨어 위탁 생산기지에 머문다. 셋이 연결돼야 위치가 달라진다”면서 “AI를 설계하는 기업은 많다. 그러나 AI를 대규모로 학습시키고, 반도체를 공급하고, 현실세계에 배치할 수 있는 공급망 전체를 제공하는 국가는 드물다. AI 시대의 전략적 가치는 모델 그 자체보다 모델이 돌아갈 수밖에 없는 기반을 제공하는 데서 나온다”고 강조했다.

김 실장은 삼각축이 서로 순환하며 성장을 가속화하기 때문에 한국이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AI 데이터 센터(AIDC)와 관련해 “AIDC는 서버를 쌓아둔 디지털 창고가 아니다. 전력 효율, 냉각, 패키징, 메모리 구조, 네트워크 설계가 함께 맞물려 돌아가는 시스템”이라며 “AI 인프라가 국내에 많이 들어설수록 한국 반도체 기업은 차세대 메모리와 패키징, 추론용 칩을 실제 환경에서 시험하고 같이 개발할 기회를 얻는다”고 말했다.

이어 “AIDC는 전력이 남거나 발전 설비와 가까운 비수도권에 들어서는 것이 유리하다”면서 “데이터센터를 짓는 건 곧 산업을 만드는 일”이라고 새로운 긍정 효과를 언급하기도 했다.

김 실장은 “한국이 대형 AIDC를 집중적으로 짓는다면, 그것은 인프라 투자에서 끝나지 않고 새로운 산업 역량을 확보하는 과정이 된다. 반도체가 팹을 짓고 돌리면서 소재·부품·장비 생태계를 키웠던 것처럼, 데이터센터도 냉각, 전력관리, EPC, 운영 소프트웨어, 네트워크 장비 같은 분야를 한꺼번에 끌어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데이터센터 자체의 상주 인력은 많지 않다. 진짜 가치는 시설 안의 고용보다 그 주변에 형성되는 산업에서 나온다. 설계와 시공을 맡는 건설·엔지니어링, 냉각과 전력관리 설비, 운영과 유지보수, 네트워크 장비 협력사가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모여든다”면서 “이들이 지역에 자리 잡으면 데이터센터는 전력만 쓰고 빠지는 시설이 아니라 지역 산업과 세수의 거점이 된다. 비수도권에 들어설수록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고 지역에 첨단 산업 기반을 심는 효과까지 함께 생긴다”고 강조했다.

또한 김 실장은 “피지컬 AI는 제2의 반도체”라며 “한국의 강점은 로봇을 잘 만들 수 있다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로봇을 대규모로 굴려보고 학습시킬 산업 현장을 같이 갖고 있다는 것이 차별점이다. 한국은 그 환경을 세계 최고 수준의 제조 현장에서 확보할 수 있다”고 피력했다.

그는 거듭 “피지컬 AI 경쟁에서 한국이 가진 강점은 AI 모델을 잘 만드는 데 있지 않다. AI를 현실에서 안정적으로 굴리는 능력이 진정한 힘”이라며 “반도체 시대에 쌓은 제조 경쟁력이 피지컬 AI 시대에도 그대로 무기가 될 수 있는 배경”이라고 짚었다.

김 실장은 국가 AI 산업 전략 필요성을 재차 언급했다. 그는 “AI 시대의 경쟁은 더 이상 회사 대 회사의 싸움이 아니다. 컴퓨팅 파워, 반도체 공급망, 현실에서 AI를 구현하는 제조 역량이 하나로 묶인 국가 단위의 총체적 경쟁”이라며 “한국은 이 셋 모두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가진 드문 나라다. 기회는 세 산업이 다 무르익은 미래의 어느 시점이 아니라, 글로벌 공급망이 통째로 다시 짜이는 지금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프로젝트 트리니티 구상이 그리는 것은 세 산업을 각각 별개로 키우는 일이 아니”라며 “반도체·데이터센터·피지컬 AI를 하나의 순환 구조로 묶어 한국을 AI 공급망의 핵심 거점으로 만드는 일이다. 글로벌 공급망이 다시 짜이고 있는 지금, 한국에는 그 중심에 설 기회가 있다”고 했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