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한파에 금리 폭등…자영업자 ‘못 갚은 빚’ 올해만 8% 늘었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 4%선 육박
연체 차주 감소했지만, 남은 부채 질은 악화
60대 이상 채무불이행자 대출액 증가율 20%


내수 한파에 금리까지 오르며 자영업자가 갚지 못하고 3개월간 연체한 대출 규모가 올해만 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통인시장 전경. [정호원 기자]


[헤럴드경제=정호원 기자]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고도 제때 갚지 못한 자영업자의 대출 규모가 올해 들어서만 8% 가까이 급증했다. 가파른 금리 상승과 내수 부진이 맞물린 여파로 풀이된다. 특히 60대 이상 고령층 자영업자는 전 연령대 중 유일하게 채무불이행자 수가 늘고 빚 규모도 가장 빠르게 불어나며 재무 상태에 빨간불이 켜졌다. 고령층 상당수가 생계형 창업에 내몰려 수익성이 취약한 만큼, 업종 전환 등 재기 지원과 사회안전망을 아우르는 종합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신용평가기관 나이스(NICE)평가정보가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개인사업자 채무불이행자 현황’에 따르면, 올해 4월 말 기준 개인사업자(자영업자 및 기업대출 보유 개인) 332만9143명의 금융기관 대출 잔액은 1138조9729억원이었다. 이는 지난해 말보다 0.5%(5조8252억원) 증가한 수치다.

이 중 금융기관 대출금을 3개월 이상 연체한 채무불이행자 수는 16만920명으로 지난해 말보다 5.1%(8655명) 줄었다. 하지만 이들이 떠안고 있는 빚은 오히려 37조8021억원으로 7.7%(2조7178억원) 급증했다. 지난해 11월 말(38조511억원) 이후 5개월 만에 가장 많은 수준이다. 연체 차주 수는 소폭 줄었지만, 남아있는 부채의 질은 더 악화했다는 의미다.

이 같은 현상은 가파른 금리 상승과 고질적인 내수 경기 부진이 맞물린 결과로 분석된다. 지난해 말 연 2.953% 수준이었던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올해 들어 급등하며 지난 8일 연 3.940%까지 치솟아 4% 선에 육박했다.

소비자 지갑조차 닫히고 있다. 국가데이터처의 ‘4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상품 소비를 뜻하는 소매판매액지수는 전월 대비 3.6% 감소해 2024년 2월(-3.7%) 이후 2년 2개월 만에 가장 큰 감소 폭을 기록했다. 서비스 소비를 보여주는 서비스업 생산 역시 1.0% 줄어 2022년 2월(-1.7%) 이후 감소 폭이 가장 컸다.

최중기 나이스신용평가 금융SF평가본부장은 “기준금리가 인하기를 거쳐 동결됐던 시기에도 연체율은 상승하는 이례적 상황이었다”며 “반도체는 선방했지만 내수경기는 안 좋은 K자형 양극화 현상에 향후 금리 상승기까지 겹치면 차주들 상황이 더욱 안 좋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가장 취약한 고리는 단연 60대 이상 고령층이다. 60대 이상 개인사업자의 대출 잔액은 406조7544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2.5%(9조8655억원) 늘었다. 같은 기간 20대 이하(-3497억원), 30대(-1조2621억원), 40대(-2조1558억원), 50대(-2728억원) 등 다른 연령대의 대출 규모가 일제히 감소한 것과 대조적이다.

대출이 늘면서 고령층 채무불이행자와 부채 규모도 동반 상승했다. 60대 이상 채무불이행자 수는 지난해 말 3만8739명에서 올해 4월 말 3만8999명으로 0.7% 증가했다. 이 또한 전 연령대를 통틀어 유일한 증가세다. 이들이 보유한 대출 금액 역시 같은 기간 9조9291억원에서 11조8645억원으로 19.5% 급증해 전 연령대 중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고령층의 경우 은퇴 후 내몰리듯 생계형 창업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아 경기 부진에 직격탄을 맞는다고 지적한다. 특히 빌라 등을 매입해 생계형 부동산 임대업을 하다가 발이 묶이는 사례도 허다하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12월 금융안정보고서에서 “고연령 자영업자는 부동산업 비중이 높아 부동산 경기 변동에 매우 취약하다”며 “이들의 사업 전환 등 생애주기별 맞춤형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인영 의원은 “고령 자영업자의 채무불이행이 빠르게 늘고 있는 것은 우리 경제의 취약 고리가 드러난 것”이라며 “고령층이 부채의 늪에 빠지지 않도록 선제적이고 촘촘한 정책 대응이 필요하며, 단순 금융지원에 그치지 않고 재기 지원과 사회안전망을 결합한 종합 대책이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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