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손실 쏙 빼고 원가만?”…정유업계, 정부 손실보전안에 ‘부글’

산업부, 최고가제 손실보전안 고시
원유 도입·판매 비용 등 원가 중심
업계 “구조적 특성 반영 못한 기준”


정부가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으로 발생한 정유업계의 손실 보전 기준을 ‘원가’ 중심으로 확정하면서 정유사들의 우려 섞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국제 석유제품 가격과 수출 기회비용이 배제된 산정 방식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향후 보상액의 인정 범위를 두고 정부와 업계 간 샅바싸움이 예상된다.

19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전날 산업통상부가 ‘석유 판매 가격 최고액 지정에 따른 손실 보전을 위한 재정 지원 규정’(안)을 10일간 행정 예고하자 각사 법무 및 정책 관련 부서는 고시 규정 내용을 면밀히 검토 중이다. 업계는 자체 검토를 마친 뒤 각사 의견을 정부에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고시안은 지난 3월 물가 안정을 위해 도입된 석유 최고가격제와 관련해, 정부가 약속한 재정 지원의 구체적인 산정 기준을 확정한 것이다. 주요 내용을 보면 정부의 손실 보전액은 철저히 원가에 기반해 산정된다. 원유 구입 가격과 운송비, 보험료 등 ‘원유 도입 비용’에 감가상각비, 인건비, 국내 유통비 등 ‘판매 비용’을 합산한 뒤 정부가 정한 적정 마진을 더하는 구조다. 정부는 이런 원가 기준을 적용할 경우, 기편성된 4조2000억원 안팎의 예산 내에서 충분한 보상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조만간 최고액 정산위원회를 구성해 손실액 산정에 착수할 계획이다.

정유업계에선 정부가 내세운 원가 산정 방식 자체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비판부터 나온다. 한 정유사 관계자는 “원유는 쌀 같은 단일 품목과 달리 정제 과정을 거쳐 혼합 산출되므로 정확한 원가를 도출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며 “전문가나 정부가 원가를 계산하기 위해 정유사의 모든 매입·매출 기록을 들여다보는 것 또한 사기업에 대한 지나친 경영 간섭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산위원회 전문가들이 제품별 명확한 원가 산정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객관적인 마진율을 도출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이번 보전 기준이 정유산업의 구조적 특성을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일반 제조업과 달리 정유산업은 국내 판매 가격이 싱가포르 시장 등 국제 석유제품 가격(MOPS)에 철저히 연동되는 구조다. 따라서 최고가격제가 없었다면 국제 시세에 맞춰 수출 등을 통해 얻을 수 있었던 ‘기회손실’까지 보상 범위에 포함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실제 업계가 추산하는 누적 영업손실 및 기회비용은 최대 5조원에 달해 정부 예산안과 괴리를 보이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무조건적인 대립보다는 현실적인 협상에 무게를 두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결과적으로 정부의 최고가격제가 물가 안정에 기여한 측면이 있고, 향후 출범할 최고액 정산위원회에서 세부 기준을 원만히 조율해 현실적인 적정 마진을 인정받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원가 기준 보상에 대한 반발 기류 이면에는 법적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또다른 업체 관계자는 “정당한 기회손실을 보전받지 못할 경우, 이사회 차원에서 경영진에 대한 배임 이슈가 제기되거나 소송으로 번질 우려가 있어 일부 기업은 강하게 국제 가격 반영을 요구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고은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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