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재즈계의 제임스 딘’으로 불리던 그이지만, 마약에 빠져 철창신세를 지고 나온 서른 일곱 살의 쳇 베이커(에단 호크)는 초라하기 그지없다. 재기를 꿈꾸지만 야망은 없어 보여 무기력한 모습이다.

오히려 그를 원래 모습으로 돌이켜 놓아 한몫 챙기려는 사람들만이 욕망에 차 보인다. 그 사이에서 쳇 베이커는 아직도 위태로워 보인다.
마약에서 완전히 손을 털기엔 의지가 부족하고, 아직 제대로 살고 싶은 마음도 없는 그이지만 다시 트럼펫을 불고 싶다는 마음 하나는 불타오른다. 그의 옆에 매력적인 한 여인 제인(카르멘 에조고)도 다가온다.
희망도 잠시뿐, 과거 약값을 치르지 못해 갱단의 습격으로 앞니가 다 빠져버린다. 더 깊은 나락에 빠졌다. 트럼펫을 다시 불 수 없을지도 모르는 상황. 절망에 빠질수록 마약의 유혹도 다시 커져만 간다.

하지만 그의 옆에는 의지 강한 제인이 있었다. 제인과 함께 내려간 고향에서 맹훈련을 거듭해 일요일 오후 피자가게에서 틀니로 아픈 입을 부여잡고 연주를 다시 시작한다. 이제 그는 재기에 대한 의지와 사랑의 열정에 불타오른다. 마약에서 벗어나서 ‘클린(clean)’ 상태가 된 그는 앞으로 제대로 살 수 있을 것처럼 보인다.
실존 인물인 그의 전기가 ‘스포일러’일 테지만, 결국 쳇은 다시 시험대에 오른다. 항상 공연장에 동행하던 제인이 없으니 불안해진 쳇은 마약을 찾는다. “나는 이게 필요해요.” 그는 다시 취할 것이 필요했던 모양이다. 마약으로 자신감을 얻은 그는 꿈에 그리던 재기 무대에 올라 인생 연주를 펼치지만, 사랑은 떠나보낸다.

영화는 쳇 베이커의 일생 중 빛나지 않은 어두운 부분만을 조명하고 있다. 이 영화를 통해 그를 처음 알게 된 관객들은 그가 아무리 ‘마이 퍼니 발렌타인(My Funny Valentine)’ 같은 로맨틱한 노래를 불러도 ‘우울하게(blue)’ 각인할 수밖에 없다. 그의 삶을 ‘우울함을 타고난(Born to be blue)’ 것으로 표현하고 싶은 감독의 의도는 성공했지만 아쉬움도 남긴다.
전기영화를 표방하고 있지만 실제로 내용 중 대부분은 허구다. 쳇의 연인 제인이나 그가 자신을 소재로 하는 영화의 주인공이 된다는 설정 등은 모두 만들어진 이야기다.
에단 호크의 연기는 압도적이다. 쳇 베이커가 환생한 듯한 겉모습은 물론이고 얼굴의 주름 하나하나까지 그의 삶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영화 전체를 감도는 재즈 선율은 귀를 호강시킨다. 여러모로 지난해 개봉한 영화 ‘위플래쉬’와 닮았지만 더 달콤하다.
제17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개막작으로 상영됐다. 청소년 관람불가. 97분.



